[월드리포트] 눈덩이 적자·사고 빈발…암트랙 개혁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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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열차사고 속출

지난달 24일 LA외곽에서 LA로 향하던 통근열차가 대형 트랙터와 충돌하면서 30여명이 다친데 이어 이달 9일에는 승객 212명을 태우고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뉴욕으로 향하던 열차가 역시 대형 트레일러를 끌고가는 트랙터와 충돌하면서 50여명이 크고작은 부상을 당해 병원치료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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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트럭사고 캡쳐

지난달에는 원유를 수송하는 화물열차가 탈선한 뒤 폭발하면서 사고가 난 웨스트 버지니아에 비상사태가 선포됐고 이달 일리노이주에서도 원유수송열차가 탈선하면서 거대한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미국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열차사고는 연간 2천건이 넘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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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원유 수송

이렇게 사고가 잦다보니 열차를 타는데 불안해 할 수 밖에 없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되도력이면 피하려는 사람들이 늘 수 밖에 없습니다. 

선로를 지은 지 오래된데다 워낙 땅 떵이가 넓다보니 역무원이 없는 간이역이 있을 정도여서 우리처럼 철도 건널목에서 안전요원을 찾기란 불가능합니다.

건널목 차단기가 내려오고 정지 신호등이 번쩍번쩍 빛나지만 아슬아슬하게 철도 건널목을 지나가는 차량도 가끔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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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보니 건널목에서 사고가 예견되는 상황이 발생해도 열차에 이 사실을 빠르게 전달하기 어려운게 현실입니다. 물론 근본적인 이유는 돈 문제입니다.

● 세금먹는 하마 '암트랙'

옛 미국 서부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곤경에 처했을 때 때마침 큰 기적소리를 내며 등장한 열차를 이용해 위기를 모면하는 장면을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당시 열차는 서부의 풍부한 광물자원을 동부로 옮겨 미국의 산업을 발전시키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미국은  20세기 초 세계 최대의 철도왕국이 됐고 철도는 국가의 산업동맥이었습니다.

호황을 누리던 철도사업은 2차 대전이후  항공기와 자동차 산업의 발달로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하고 미국에서 철도를 이용하는 여객 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많은 철도회사들이 문들 닫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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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가 기본 동맥인 철도망을 그대로 포기할 수 없었고 미국 정부는 각 지역 철도회사의 여객수송부문을 통합한 암트랙(Amtrak/America+Track)이란  회사를 1971년 설립해 지금까지 국영기업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운영한다해도 철도 이용객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없었습니다 자동차를 생활필수품으로 여기는 문화에 최근들어 저가 항공사까지 속속 등장하면서 철도가 경쟁력을 회복하기는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지난 40여년간 암트랙은 매년 적자를 기록했고 그나마 적자가 적었던 시절은 기름 값이 폭등해 자동차 의존도가 일시적으로 낮아졌을 때나 9.11테러직후 비행기 이용객들이 줄었을 때 정도입니다.

미 정부는 해마다 수억 달러의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간신히 열차를 이용한 여객수송을 이어가고 있는 형편인데요.

혹자는 아틀라스가 하늘을 지고 있는 형벌을 받는 것에 비견하기도 하는데 밑빠진 독에 물붓기란 속담이 딱 들어맞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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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를 보면 지난 5년간 이 암트랙의 운영상황을 가늠해볼 수 있는데요,  지난해 영업손실이 2억 2천 7백만달러로 줄긴 했지만 최근 5년간만 보더라도  영업손실이 23억 달러에 이르고 있습니다.

지난해 영업적자가 줄었다고 하지만 다른 비용 등을 포함하면 지난해 적자는 11억달러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지난 2003년부터 10년간 열차내 식음료 서비스 적자를 세금으로 메운게 9억달러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암트랙이 설립된 이후 지난 44년간 미국정부가 세금으로 매운 암트랙의 총 적자규모는 450억 달러나 됩니다.

대부분의 노선이 어려움에 허덕이는 가운데 그나마 장사가 되는 노선은 보스턴과 워싱턴을 잇는 구간 정돕니다.

● 민영화, 경쟁체제 도입될까?

2012년 의회 청문회 자료를 보면 열차에서 9달러짜리 치즈버거를 16달러에 팔았다며 개당 7달러씩 보조금을 더 타갔고 암트랙 직원들은 무료로 열차를 타면서 식사도 무료로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독점으로 운영되고 손실을 보전받다보니 모럴 해저드가 팽배해진 겁니다.

암트랙은 운영자금이 부족할때마다 연방정부가 지원을 하지 않으면 열차 운행중단에 들어가겠다는 엄포로 맞서며 보조금을 받아왔습니다.

미 의회는 암트랙이 내부 혁신과 비용절감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일부 노선의 민영화 등 암트랙 개혁관련 법안에 대한 처리에 들어갔습니다.

암트랙의 만성적인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 보조금 투입을 줄이고 자체 수익원을 발굴하도록 하는 내용인데요

구체적으로 살며보면 회계 투명화, 철도역사에 대한 민간자본 유치, 수익성 높은 보스턴-워싱턴 노선에 대한 집중투자와 나머지 노선에 대한 구조조정, 식음료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를 단축하여 효율적인 사업을 추진하도록 하는 것 등이 주요내용입니다.

미국 언론들도 암트랙이 45년간 국영체제로 독점 운영돼 오면서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도 승객에 대한 서비스 질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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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의 열차 운행 사고 역시 이런 방만한 독점 경영의 폐해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영화나 경쟁체제 도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경쟁은 후발자가 뛰어들어서 이득을 남길 수 있을때나 가능한 일입니다 그만큼 열차 이용객이 늘거나 늘 것으로 전망해 충분한 채산성이 답보돼야 가능한 일인데 지금의 상황으로 봤을때 이런 상황이 펼쳐지기는 요원해 보입니다.

적자가 예상되는 공공서비스에 재정을 투입해 유지하는 것은 미국뿐 아니라 모든 국가의 중요한 의무이지만 국민의 혈세가 낭비돼선 안 된다는 것 또한 중요한 명제입니다.

이 둘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조율하느냐가 그 나라의 역량일텐데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 앞으로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나갈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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