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학 백인 사교클럽 흑인 비하…학교 조사 착수


미국 역사에서 흑인의 정치 참여를 이끈 '셀마 행진' 50주년 바로 다음날, 지성의 전당이라는 미국의 한 대학에서 백인 학생들이 인종차별을 부추겨 논란을 불렀다.

흑인 학생들은 강력히 반발했고, 대학 측은 즉각 조사에 착수했다.

9일(현지시간) CNN 방송과 일간지 USA 투데이에 따르면, 미국 오클라호마 주 노먼에 있는 오클라호마 대학의 사교클럽인 '시그마 알파 엡실론'(SAE) 회원들이 버스 안에서 흑인을 비하하는 '니그로'라는 단어를 열심히 내뱉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전날 공개됐다.

이 학교 흑인 학생들이 문제의 동영상을 입수해 온라인에 올렸고, 이날 오후 늦게 오클라호마 대학 SAE 동아리 사무실은 정체 모를 공격을 받아 파손됐다.

동아리 사무실 주변 벽은 회원들을 겨냥한 '즉각 여기를 떠나라'는 낙서로 뒤덮였다.

SAE는 남북전쟁 직전인 1856년 미국 앨라배마 대학에 설립된 전국 규모의 사교클럽으로 현재 1만5천 명을 회원으로 뒀다.

이날 버스 안에서 흑인을 대놓고 차별한 것은 모두 백인 학생들로, CNN 방송은 이들이 박수를 치면서 "니그로는 절대 SAE 회원이 될 수 없다"며 외쳤다고 소개했다.

오클라호마 대학 흑인 학생 단체인 '들리지 않는'은 "이 대학에서 인종차별주의가 여전히 살아 있다"고 개탄했다.

데이비드 보런 오클라호마 대학 총장은 "동영상에 등장한 이들이 우리 학생들이라면, 이들의 행동은 우리 학교의 가치에 상반된 것으로 이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 학교 차원에서 관련 내용을 조사해 사실이라면 이 동아리를 학교 바깥으로 내쫓겠다고 밝혔다.

SAE 전국본부도 즉각 성명을 내고 "학생들의 수용할 수 없는 인종차별적인 행동에 사과한다"며 "우리 회원들이 저렇게 행동한 것이 역겹다"고 고개를 숙였다.

SAE 전국본부는 우선 이 학교 SAE 사무실을 폐쇄하고 사건에 연루된 회원들을 징계할 예정이다.

9일 오전 SAE의 이성을 벗어난 행동을 규탄하는 교내 집회에 참석한 한 학생은 지역 방송인 KFOR와의 인터뷰에서 "실망을 넘어 욕이 나올 지경"이라면서도 SAE 전국지부의 사과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학부 중심인 오클라호마 대학에서 백인은 전체 재학생 3만 명의 67%를 차지하고, 흑인은 5%에 불과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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