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금융불안 심화…리라화 사상 최저치 경신

씨티그룹, 터키 아크방크 지분매각 등 악재 겹쳐


터키 금융 부문이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리라화 가치가 거듭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터키 반관영 아나돌루 통신 등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터키 외환시장에서 리라화는 장중 달러당 2.602리라에 거래돼 처음으로 2.6리라선을 넘었다.

리라화 가치는 러시아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로 지난해 12월16일 달러당 2.414리라를 기록해 1년 만에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운 이후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 리라화가 연일 사상 최저치를 낮추는 것은 글로벌 달러화 강세의 영향도 있지만, 국내 금융 부문의 악재들이 겹쳐 다른 신흥국 통화보다 절하 폭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우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오는 6월 총선을 앞두고 노골적으로 금리 인하 압력을 높인 것이 리라화 약세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중앙은행이 물가상승 압력에 따라 기준금리를 7.75%에서 7.5%로 0.25%포인트만 내리자 인하 폭이 작다며 "독립성을 내세워 우리에 맞서지 마라"고 공개 경고했다.

이에 알리 바바잔 경제 담당 부총리와 에르뎀 바시츠 중앙은행 총재는 대통령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에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2일 "금리가 내리지 않으면 터키는 투자할 수 없다"며 "높은 금리를 방어하는 이들은 국가에 반역하는 것"이라고 압력의 수위를 높였다.

ALB증권의 엔베르 에르칸 애널리스트는 아나돌루 통신에 "지난 2주 동안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3일 발표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55%로 전월의 7.24%보다 높아졌고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5%를 크게 웃돌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의 압력에 따라 기준금리를 추가로 소폭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추가 금리 인하 전망에 따라 리라화 가치가 급락했고 중앙은행은 지난 3일 6억 달러 규모의 매도개입에 나섰으나 하락 추세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터키 주요 시중은행인 아크방크가 전날 씨티그룹이 보유한 자사의 잔여지분 9.9%를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혀 금융 부문의 불안이 가중됐다.

씨티그룹은 2007년 아크방크의 지분 20%를 취득해 2대 주주가 됐지만 2012년 3월 10.1%를 매각한 데 이어 나머지 지분도 정리하기로 했다.

아울러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적인 이슬람 사상가 페툴라 귤렌 측의 은행인 방크아시아의 지분 일부를 은행감독청(BDDK)이 강제로 예금보험기금에 넘겨 정치적 위험이 금융부문으로 전이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는 전날 보고서에서 방크아시아 사례를 들면서 터키 은행권의 정치적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스탄불 증시의 종합지수인 BIST는 이날 장중 1.8% 하락했으며 은행업종지수는 4% 급락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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