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미국 대사, 경동맥 비켜간 건 '천우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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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진료에 참여한 의료진들은 '천우신조'라는 말로 당시 위급했던 상황을 표현했습니다.

오늘(5일) 세브란스병원과 강북삼성병원 의료진에 따르면 리퍼트 대사는 피습으로 얼굴에 길이 11㎝, 깊이 3㎝ 정도의 깊은 상처가 생겼습니다.

또 팔 근육과 뼈가 붙어 있는 손목부위가 일부 잘렸으며, 새끼손가락에 찰과상, 약지에 1.5㎝크기의 상처를 각각 입었습니다.

이 중에서도 의료진들이 '천우신조'라고 말하는 상처 부위는 바로 얼굴입니다.

리퍼트 대사의 얼굴 상처가 불과 1㎝ 차이를 두고 목 쪽의 경동맥을 비켜갔기 때문입니다.

경동맥은 심장에서 나온 대동맥과 뇌혈관을 잇는 목 부위의 중요 혈관으로, 뇌로 가는 혈액의 80%가 이 혈관을 통과합니다.

많은 경우 경동맥이 절단되면 혈액이 솟구치면서 급사할 정도로 치명적입니다.

서울대의대 법의학과 이윤성 교수는 "심장이 뿜어내는 혈액의 약 20%를 머리가 쓰는데, 이 혈액의 주된 통로가 바로 경동맥"이라며 "흉기에 베인 것(절창)으로 추정해볼 때 경동맥을 침범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흉기가 얼굴 부위에 산재한 신경과 침샘 등을 건드리지 않은 것도 그나마 '불행 중 다행'으로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리퍼트 대사가 상처를 입은 얼굴부위는 안면근육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운동신경 역할과 함께 감각신경 기능을 하는 얼굴신경이 촘촘히 산재돼 있습니다.

따라서 범인의 흉기가 만약 턱 신경이나 침샘 부위를 건드렸다면 치료 후에도 일부 기능장애가 동반될 수 있습니다.

세브란스병원 유대현 성형외과 교수는 "조금만 더 (흉기가) 들어갔으면 경동맥은 물론이고 신경이나 침샘 등이 손상됐을 수도 있었다"면서 "천우신조로 (흉기가) 이들 부위를 비껴가 기능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리퍼트 대사는 현재 얼굴 오른쪽 상처 부위에 80여바늘을 꿰맨 상태입니다.

현재로서는 향후 흉터가 남는 것 외에는 기능적 휴유증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입니다.

얼굴 다음으로 위험했던 부위는 팔입니다.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은 브리핑에서 "리퍼트 대사가 범인의 공격을 팔로 막는 과정에서 왼쪽 팔의 전완부 중간 부분에 새끼손가락에서 엄지손가락 방향으로 3㎝가량 관통상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전완부는 팔꿈치 밑에서부터 손목에 이르는 부위로 엄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으로 이어지는 요골, 척골이 들어있습니다.

이곳에 범인의 흉기가 3㎝ 가량을 파고들었다는 얘기입니다.

이 과정에서 새끼손가락의 척골 신경과 엄지와 검지를 펼 때 쓰는 요골신경이 손상돼 봉합술이 이뤄졌습니다.

최윤락 정형외과 교수는 "힘줄 손상이 동반됐기 때문에 4주 이상 고정할 필요가 있지만 기능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새끼손가락 쪽에 감각 저하가 예상되지만 6개월∼1년 정도 지나면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윤성 교수는 "범인이 얼굴을 벤 뒤 또 공격을 해오자 (리퍼트 대사가) 이를 막는 과정에서 손목 부위를 다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손목의 굵은 동맥은 엄지손가락쪽에 있어 다툼 과정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기 힘들지만, 신경 부위 상처는 회복에 오랜시간이 걸리는 만큼 향후 회복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 리퍼트 대사는 새끼손가락에 찰과상을 입고, 약지에도 1.5㎝크기의 상처가 생겼지만 이들 부위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의료진의 판단입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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