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불편한' 조합장 투표소…노인유권자 등 불만 속출

첫 동시선거 '깜깜이 선거'에 준비 미흡 등 비판 높아


전국 첫 동시조합장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조합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후보자가 누구인지조차 알기 힘든 `깜깜이 선거'에다 농어촌 지역 특성 상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조합원이 다수인데 투표소 태반이 건물 2층 이상에 설치됐기 때문이다.

비판이 일자 일부 선거관리위원회는 부랴부랴 1층에 간이 기표소를 설치하거나 도우미를 배치하기로 했다.

5일 각 선관위에 따르면 경기북부지역에선 동시 조합장 선거가 치러지는 11일 농협과 주민자치센터 등에 총 75곳의 투표소가 설치된다.

이 가운데 지상 1층 투표소는 16곳(21.3%)에 불과하다.

무려 44곳(58.7%)이 지상 2층에 설치됐다.

절반이 넘는다.

지하 1층이나 지상 3층 이상에 설치된 투표소도 15곳이나 된다.

경기도 선관위는 조합원 편의를 고려해 될 수 있으면 1층에 투표소 설치하라는 지침을 시·군 선관위에 전달했다.

각 투표소는 시·군 선관위가 조합과 협의해 결정한다.

그럼에도 파주시내에는 투표소 13곳이 설치되는데 1층은 단 1곳뿐이다.

12곳이 설치되는 남양주 역시 마찬가지다.

이와 대조적으로 연천은 투표소 10곳 가운데 7곳을 1층에 만들었다.

포천지역 조합원 이모(82·여)씨는 "평소 길 가는 데는 어려움이 없지만 무릎이 좋지 않아 계단 오르기는 엄두도 안 난다"며 "투표를 하라는 건지, 마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평했다.

다른 시·도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남지역은 투표소 237곳 가운데 1층이 85곳에 불과하다.

2층 투표소가 134곳으로 가장 많다.

경북지역도 271곳 가운데 120곳이 2층 이상이다.

대구지역은 투표소 21곳 가운데 18곳이, 부산지역은 24곳 가운데 14곳이 2층 이상에 설치됐다.

이에 대해 경남도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소를 설치하려고 오래전부터 읍·면·동사무소 1층을 찾았지만 동사무소 외에 읍·면은 공간 확보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조합 사무실이 대부분 2층에 있는 것도 이유다.

조합원에게 익숙한 곳에 투표소를 설치하기 위해서다.

경기도 안성시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소를 다른 곳에 설치하면 조합원이 오히려 헷갈릴 수 있다고 1층으로 옮기지 못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불만이 잇따르자 각 선관위는 부랴부랴 1층에 임시 기표소를 설치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1층 기표소에서 신원이 확인되면 참관인이 투표소로 올라가 투표용지를 받아오고 조합원이 기표하면 다시 참관인이 용지를 받아 투표함에 넣는 방식이다.

그러나 조합장 후보들이 선거 결과를 놓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여지가 커 보완이 필요하다.

경남·경북 선관위는 승강기가 없는 2층 이상 투표소에 도우미를 2명씩 배치하기로 했다.

3.11선거는 비리의 온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조합장 선출을 선관위에서 관리하고 전국적으로 동시에 치르는 첫 선거여서 공명선거문화 정착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됐다.

반면에 사무실, 가족·선거운동원 도움, 현수막이 금지되는 등 지나치게 규제가 많아 후보자가 자신을 알릴 방법이 극히 제한돼 있다.

현직 조합장은 조합원 명단과 인적사항을 알고 있으나 다른 후보들은 이를 파악하기 어렵고 유권자는 후보자를 제대로 알 수 없어 비민주적 깜깜이 선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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