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간청소 요법, 노약자는 쇼크 일으킬만한 위험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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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했다는 21세기에도, 인터넷 등에는 근거를 알 수 없는 의료정보나 건강정보들이 넘쳐 납니다. 효과를 봤다는 분도 물론 있겠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SBS 기획취재부 홍순준 기자와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어서오세요.

▶ SBS 기획취재부 홍순준 기자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샴푸를 쓰지 않고 머리를 감는다, 이른바 '노푸'라고 한다구요? 우선 어떻게 하는 건지, 왜 유행이 됐는지 궁금한데요?

▶ SBS 기획취재부 홍순준 기자

예, 기네스 펠트로도, 제시카 심슨이다, 외국의 유명한 영화배우나 모델들의 상징이랄까요, 풍성하고 긴 머릿결이죠. 이런 해외스타들이 건강한 머리결의 비결로 샴푸를 쓰지 않는다. 즉 노푸를 드는 기사들이 여기저기 인용되면서 우리나라에도 노푸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선 노푸를 하는 사람들은 샴푸는 인공화학물 덩어리다, 이걸 못믿겠다 이런 마음으로 노푸를 시작합니다. 다시 말하면 샴푸에 포함된 계면활성제와 인공화학물을 쓰지 않고, 물로만 감으면 머리카락 자체의 힘이 길러진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게 발모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이 인터넷 등에 알려진 원리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럼 실제 이 노푸를 하고 있는 분들의 실제 머리 상태는 어떨지 궁금한데요?

▶ SBS 기획취재부 홍순준 기자

취재팀이 직접 만난 노푸 사례자는 28살 이 모씨, 남성 직장인인데요, 탈모가 걱정된다는 그는 80일 가까이 물로만 머리를 감고 있다고 했습니다. 나름대로의 노하우도 있다는데요. 일단 열심히 머리를 감는다고 했습니다. 물도, 처음엔 따뜻한 물, 그리고 미지근한 물, 마지막엔 찬물로 꼭 마무리를 한다고 하는데, 찬물로 마무리를 해야 기름기가 없어지는 기분이 든다고 했습니다.

처음엔 머리에 기름기가 남아 있는 것 같아서 개운하지 않았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머리카락이 새로 나는 느낌까지 난다고 했습니다. 미용사도 이 씨의 머리카락이 두꺼워졌다고 말했다면서 나름대로 자신감을 갖고 있었는데요. 이 씨와 함께 피부과 의사를 찾아서 두피 상태를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이씨의 느낌과 정반대였습니다. 두피엔 여기저기 심한 염증이 보였고, 각질이 피지와 뒤엉켜서 머리카락에 달라붙어 있는 모습이 쉽게 관찰됐습니다. 이득표 피부과 전문의의 말,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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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노푸샴푸머리

(이득표 피부과 의사)

"두피 상태가 굉장히 안 좋아요, 현재는. 보면 피지 덩어리들이 엉겨 붙어가지고 모발이 좀 이렇게 합쳐져 있는 건데, 사실 모발이 좀 굵어 보이는 것 중에 하나는 이런 피지랑 피지 분비라든지 각질 같은 게 엉겨가지고 좀 더 튼튼해 보이는 걸 수도 있어요."

▷ 한수진/사회자:

머리카락이 두꺼워지고 튼튼해진 것 같았던 이유가 노폐물이 그대로 남아서였던 거군요?

▶ SBS 기획취재부 홍순준 기자

그렇습니다. 게다가 이마 앞쪽에선 각질들이 모낭 입구를 막아 2차적인 탈모 위험까지 진단됐습니다. 또다른 사례자도 역시 검사에서 각질이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관찰됐습니다. 물론 노푸가 두피건강이나 탈모에 정말 효과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인 피부과 의사들은 노푸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또 최근 연예인들이 방송에 나와서 건강관리 비결로 오일을 물고 있는다.. 해서 유행했던 게 '오일풀링' 이잖아요? 오일풀링은 어떤 효과가 있는 건가요?

▶ SBS 기획취재부 홍순준 기자

오일풀링을 하는 사람들은 코코넛 오일 같은 걸 입에 물고 15분에서 20분 정도 있으면 몸에 있는 독소와 입에 있는 독소가 빠져나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실제 오일풀링은 기원전 3백년 전 고대 인도의 종교 경전에도 나와 있는 수련 방법이고요. 세계적인 불교 지도자인 틱낫한 스님도 자신의 힐링 방법이라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다면 믿을만한 것 아닌가요?

▶ SBS 기획취재부 홍순준 기자

그래서 실제 오일풀링 사례자를 찾아서 검사까지 해 봤습니다. 강원도에 사는 주부 최 모씨는 2년전부터 코코넛 오일로 오일풀링을 해 왔습니다. 평소 잇몸이 좋지 않아서 진통제와 소염제를 달고 살았는데 오일풀링을 하고 나면 진통 시간이 약 먹었을 때보다 5배는 길어진다는 게 주부 최 씨의 주장이었습니다.

최씨는 더 나가서 코코넛 오일과 베이킹 소다를 1대 1로 섞은 치약을 쓰고 있었는데요. 최씨와 함께 치과를 찾아서 역시 검사를 해 봤습니다. 그런데 마흔 살인 최씨의 이 가운데 쓸만한 게 하나도 없다는 진단 결과가 나왔습니다. 풍치가 너무 심하고 잇몸 뼈도 거의 다 녹아서 임플란트도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이젠 틀니밖에 없다, 이런 진단을 받았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오일풀링이 잇몸이나 치아 건강에 아무 효과가 없었다는 건가요?

▶ SBS 기획취재부 홍순준 기자

저희도 그게 의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입안의 세균 검사를 의뢰해 봤는데요. 오일풀링을 하기 전과 후, 입 안 세균은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활발하게 활동하는 게 현미경에 잡혔습니다. 그래서 시중에 팔고 있는 치약을 써서 칫솔질을 하게 하고 검사를 했는데, 놀랍게도 세균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항균 효과는 오일이 아니라 시중 치약과 칫솔에 있었던 거죠. 주부 최씨를 검사해 준 변욱 치의학박사가 오일풀링에 대해 이런 말을 했는데, 들어보시죠.

(변욱 치과의사)

"치태를 제거할 수 있는 계면활성제나 치아를 보호할 수 있는 불소 그런게 없기 때문에 오히려 치태를 제거하지 못해서, 결국에는 충치나 치주질환에 오히려 더 걸릴 수 있어요. 그래서 오일풀링 하는 시간에 칫솔질을 꼼꼼히 하는 습관을 갖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SBS 기획취재부 홍순준 기자

그리고 최 씨가 오일을 물고 있으면 진통효과가 있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오일 뿐 아니라 물이나 가글 등 액체를 입에 물고 있으면 잇몸이 붓는게 좀 가라앉는 진정효과가 다 있다고 했습니다. 특별히 오일이 치유와 연결된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결국 이 사례자는 오일풀링을 믿고 있다가 치료 시기를 놓친 셈이 됐군요.

지금이라도 빨리 치과치료를 받아야할 것 같고요, 오일풀링이 생명까지 위협할 정도로 위험한 경우도 있다면서요?

▶ SBS 기획취재부 홍순준 기자

예, 아마 오일풀링을 하는 분들은 대부분 알고 있을 겁니다. 오일이 기도로 , 폐로 넘어가지 않게 조심해라..이런 내용인데요. 3년 전 중앙대병원에 한 50대 환자가 찾아 왔습니다. 폐렴으로 실려 온 건데요. 갖가지 검사를 다 했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고 이 환자는 폐렴 치료만 받고 퇴원했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똑같은 폐렴으로 3번 더, 그러니까 6개월동안 4번을 입원했습니다. 폐렴의 원인을 찾지 못했던 담당 의사가 '뭔가 하고 있다..도대체 뭐냐?' 라고 다그치니까..결국 나온 답이 오일풀링을 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오일풀링이랑 폐랑 무슨 상관인가요?

▶ SBS 기획취재부 홍순준 기자

알고 있는 것과 우리 몸이 받아들이는 게 달라서 그렇습니다. 입이나 코를 통해 들어온 음식물은 목으로 해서 식도로 넘어가는 게 정상입니다.

만약 폐로 연결된 기도로 넘어가게 되면 우리 몸은 자동적으로 재채기나 기침을 해서 결국 뱉어내게 돼 있는데요. 문제는 오일 종류는 무자극성이라서 기도로 넘어가도 우리 몸이 느끼지 못한다는 겁니다. 입에 오일을 오래 물고 있으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기도를 통해 폐로 넘어가고 폐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거죠. 이 환자도 의사에게 이런 얘기를 듣고 오일풀링을 멈췄고, 그 뒤론 폐렴으로 병원에 찾아오는 일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하나 더 알아보죠. 잊을만하면 인터넷에 다시 검색어 순위에 오르는 게 '간청소'인데, 도대체 효과가 있는 건가요?

▶ SBS 기획취재부 홍순준 기자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간청소'라고 치면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선 간기능이 떨어지면 피곤하다, 눈이 침침하다, 소화 안된다... 누구든지 느낄만한 증상이 다 소개돼 있습니다. 그런데 간청소를 하면 치유력이 회복된다, 혈액이 맑아진다, 배변이 좋아진다...만병통치약이 따로 없을 정도입니다.

특이한 건 간청소 결과 나왔다는 결석사진입니다. 오렌지 쥬스와 오일, 소금 등을 섞은 간청소 주스를 마시고 자면 다음날 배변에서 진한 녹색의 결석 덩어리가 어마어마하게 나온다는 겁니다. 이런 내용과 사진을 보면 '정말 효과가 있겠어' 라는 생각이 쉽게 들고, 또 간청소 주스라는 게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천연재료라서 별 부담 없이 만들어 마실 수 있겠다는 생각도 쉽게 들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 SBS 뉴스
간청소

▷ 한수진/사회자:

저도 사진 봤어요. 결석이 이 정도로 나온다면 정말 간청소가 된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 SBS 기획취재부 홍순준 기자

그래서 저희도 전문의에게 직접 문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오일과 산성용액과 소금을 섞은 용액을 먹으면 담즙이 많이 분비되고, 이런 녹색 결정체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는 답이었습니다. 이런 게 몸 안에서 서로 뭉쳐서 배출되는 거지, 담석일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담석이 이렇게 큰게 이렇게 많이 몸 안에 있다는 게 의학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것이었는데요.

문제는 인터넷 등에 나와 있는 제조법대로 만들어 마시면, 양이 너무 많아서 노인이나 몸이 약한 사람에겐 쇼크도 일으킬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런 근거 없는 의료정보, 건강상식... 다 누가 만들어서 퍼뜨리는 걸까요.

▶ SBS 기획취재부 홍순준 기자

그래서, 간청소에 대해 취재팀이 깊숙이 파고 들어봤는데요. 이 방법을 창안해서 퍼뜨린 사람은 닥터 클라크 라는 여성이었습니다. 그의 사이트에 소개된 주장대로라면 모든 질병의 근원이 기생충과, 인체의 미생물이 결합해서 생긴 거다..그래서 기생충을 치료하면 암이나 에이즈도 모두 고칠 수 있다..이런 황당한 내용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의 주장은 서구사회에서 꽤 인기가 있고, 간청소를 직접 했다면서 올린 동영상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요. 이 닥터 클라크는, 한때 우리나라에 노벨의학상 수상자다, 저명한 의사다..이렇게 알려지기도 했는데, 사실은 '대체요법 치료사'로 밝혀졌습니다. 전공도 동물학과 식물학이었고요. 결국 미국 연방공정거래위원회가 그녀의 주장이 사기성이 짙다면서 소송을 벌여 제재를 가하기도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근거 없는 의료정보나 건강정보가 정말 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해야 될까요?

▶ SBS 기획취재부 홍순준 기자

제가 이번 취재를 하면서 왜 이런 정보들이 넘치는 걸까, 나름대로 정리를 해봤습니다. 우선 일반인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이나 SNS 발달 등으로 건강 정보 홍수 시대를 살고 있죠. 여기에 건강정보 사이트는 서구 선진국에서 나온 것들이 많습니다. 이런 정보에 유명 연예인들이 자주 등장해 '나도 이걸 한다' 이렇게 밝히면서 튀는 것도 혹하기 쉬운 부분입니다. 거기에 대부분 재료가 쉽게 구할 수 있고, '천연재료'란 이름으로 맹신을 부르기 쉽습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우리는 의료보험제도나 의료체계 면에서 의사나 약사 만나기가 쉽습니다. 비용 부담도 거의 없습니다. 관련 사이트가 많은 서양 선진국은 반대로 의사 만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예약해도 몇달 기다리기 일쑤고, 비용부담도 큽니다. 당연히 이런 사이트들이 인기를 끌 수밖에 없습니다. 치약 칫솔이 없고 사람들의 영양상태가 좋지 않던 시절의 오일풀링은 효과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샴푸가 없던 시절의 창폿물이나 쌀뜨물이 머리 가꾸기에 최고였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관련 제품들이 워낙 잘 나와 있습니다. 약이나 샴푸 같은 것들은 워낙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웬만큼 좋은 제품 아니면 팔리지도 않습니다.

정리하면, 쉽게 만날 수 있는 의사와 간단히 구할 수 있는 약과 치약, 샴푸 등을 두고 검증되지 않은 방법, 옛날 방식을 따라하는 셈이라는 거죠. 확실한 것은, 이런 정보들이 의사의 진단과 처방, 치료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오늘(5일)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SBS 기획취재부 홍순준 기자와 말씀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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