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의 논픽션] 신연식vs김성호, 각본에 대한 입장차…"누구 말에 공감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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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하 '개훔방', 감독 김성호, 제작 삼거리픽처스)의 각본 크레딧을 두고 두 감독이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신연식 감독은 보도자료를 통해 '개훔방'이 독립영화 전용관 위주로 재개봉을 한 것에 대해 "독립영화의 설자리를 막는다"며 상영 중단을 요구했고, 더불어 자신이 쓴 각본을 감독과 공동 각본으로 명시해 작가의 크레딧권을 침범했다며 제작사에 수정을 요구했다. 

을과 을의 싸움으로 가열된 이번 논란은 하루 만에 각본 크레딧에 대한 공방으로 번졌다. 3일 밤 '개훔방'을 연출한 김성호 감독은 자신의 SNS에 "두 페이지 분량의 77개 질문을 신 감독님께 드린다. 내용 중에 단 하나라도 신 감독님 아이디어가 있으시면 말씀해 달라. 정말 한 개라도 있으면 신 감독님 원하시는 대로 영화 ‘개훔방’ 각본 크레딧에서 제 이름을 빼달라고 제작사에 의뢰하겠다"며 "하지만 위의 내용 중 신 감독님 아이디어가 단 하나도 없으시다면 신 감독님이 보도자료에서 말하신 “저의 시나리오에서 달라진 부분이 거의 없다”라는 말은 거두어 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더불어 '노숙자가 피자 쿠폰을 주는 건 신 감독님 아이디어입니까?' 등으로 시작되는 OX 퀴즈를 게재했다. 김성호 감독이 제시한 77개의 항목은 원작인 바바라 오코너의 소설과 신연식 감독의 각본에도 없는 자신의 아이디어라고 주장했다. 초고와 바뀐 것이 거의 없다는 신연식 감독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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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신연식 감독도 입장을 밝혔다. 4일 오전 SBS 연예스포츠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성호 감독이 SNS에 글을 올렸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면서 "이런 일로 두 감독이 옥신각신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 같아 나로서도 마음이 편치 않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신연식 감독은 "나 역시 김성호 감독의 주장에 반박할 자료를 가지고 있다. 두 사람이 주고 받은 메일과 시나리오 비교 등을 통해 내 주장의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업영화의 시나리오는 촬영 전까지 수많은 사람의 손을 탄다. 김 감독의 주장대로 시나리오에 많은 아이디어가 추가되고 시나리오가 일부 수정되었다고 해도 그건 각색으로 크레딧에 넣으면 될 일이다. 초고의 가치를 절하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충무로에서 많은 시나리오 작가들이 이같은 이유로 크레딧권을 침범 당하고 있다는 사실도 곁들였다. 신연식 감독은 "작가들이 자신이 초고를 쓰고도, 감독의 아이디어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최종 크레딧에서 이름이 빠지거나 공동 각본으로 올려지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이래서 조합차원에서 감독 표준계약서와 작가 표준계약서 개정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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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 개최 당시 신연식 감독은 감독 조합의 표준계약서 개정 및 도입에 대해 인터뷰를 나눈 바 있다.

당시 그는 "많은 감독이 기획, 개발 단계(소재 발굴 및 시나리오 개발)에 참여하고도 제작자들에게 그 공을 인정받지 못하니 각본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려고 한다"면서 연출 계약과 기획· 개발 계약을 따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더불어 그는 작가들의 표준계약서도 충무로 현장에 제대로 도입해 창작권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연식 감독은 김성호 감독과 진흙탕 싸움을 벌이지 않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김성호 감독에 대한 악감정은 없다. 두 가지 일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것은 충무로의 나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함이다. 이 사안은 감독조합 이사회에 다시 한번 공개해 제대로 된 평가받을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두 사람의 공방은 크레딧에 대한 가이드 라인 부재라는 충무로의 또 하나의 문제점이 표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각본과 각색, 초고와 수정본과 대한 작가의 권한은 어디까지, 어떤 식으로 인정되어야 할까. 이 불명확한 개념의 구분이 이번 쟁점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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