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새 학기 가장 무서운 체벌은 차별'

대담 : 숭실사이버대 이호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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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우리 자녀들, 오늘부터 개학을 하고 새 학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3월 한 달 동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고 하죠. 심지어는 '3월 병'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인데요. 학부모들 역시 '내 아이가 혹시 폭력이나 왕따를 당하는 건 아닌가' 마음을 졸이기 십상입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이 탈 없이 새 학기를 시작하게 도울 수 있을까요. 2015 SBS 캠페인 '배려, 대한민국을 바꿉니다' 우리 일선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로 배려는 꼭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은데요. 숭실사이버대 이호선 교수와 함께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시죠?

▶ 이호선 교수/숭실사이버대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자, 오늘부터 이제 학교들 개학하고 새 학기 시작하게 될 텐데 학생들로서는 3월이 상당한 부담이 되는 모양이더라고요?

▶ 이호선 교수/숭실사이버대

아무래도 새로운 시작이라는 게 늘 기대도 있지만 또 그 이상의 불안감도 같이 공존을 하잖아요. 특별히 막연한 시작의 경우에는 이전 학년에서 내가 만약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경우라면 우리가 흔히 '예기불안', 그러니까 어떤 부정적인 상황이 생기기도 전에 미리 불안을 당겨 와서 걱정 방석에 앉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특별히 3월이라는 게 아무래도 집단 따돌림이라든지 학교 내 부적응에 대한 걱정이 가장 많기 때문에 이 3월이 아무래도 학생들에게는 '스트레스의 달이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겠죠.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이게 단순히 학업에 대한 부담을 넘어서는, 그런 좀 심각하다면 심각한 거네요?

▶ 이호선 교수/숭실사이버대

그렇죠. 3월 달이 어느 정도 스트레스냐 이렇게 물어보면 '차라리 공부가 제일 쉽다' 이렇게 얘기할 만큼 낯선 아이들 간의 관계도 그렇고, 또 새로운 학년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아이들에게는 '심리적 압박감이나 스트레스가 가장 큰 달이다'라고 얘기할 수도 있을 정도죠.

▷ 한수진/사회자:

한 통계자료가 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은데요. 지난 해 2월 학교폭력 신고 3900건인데요. 3월에는 7100여 건, 아주 크게 늘어났어요.

▶ 이호선 교수/숭실사이버대

만약에 우리가 '2월 달하고 3월 달, 이 둘 사이에 차이가 왜 나냐' 이렇게 물어보신다면 2월 같은 경우는 사실 지난 관계의 연속이기 때문에 이미 익숙한 관계 내에서 발생하는 거고요.

반면에 3월 달 같은 경우에는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내가 새로운 시작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심리적 경쟁이 발생합니다.

'내가 처음에 선점하고 밀려서는 안 된다' 이런 생각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예민해지고 공격적인 반응들이 좀 잦아져요.

그럴 때 그만큼 스트레스나 갈등이 자주 표출이 되는 건데, 이 스트레스와 자주 나타나는 갈등에서 '내가 밀린다. 앞으로 1년 내가 어떻게 보내야 될 것인가' 이런 고민에 빠지는 경우에는 거의 공포 경험과 비슷하다고 봐야 되겠죠.

▷ 한수진/사회자:

그다음에 중고등학생들의 경우에 학업만큼 친구 관계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을 텐데요. 한 달 동안 어떤 방식으로 형성되게 되는 건가요?

▶ 이호선 교수/숭실사이버대

아무래도 뭐, 대부분 새로운 시작이 됐을 때 가장 아이들이 빠르게 반응하는 건 기존에 알고 있던 아이들이 있으면 제일 먼저 뭉치고요.

그다음에 이제 전혀 모르는 애들이 있다 그럴 경우에는 개중에 벌써 눈에 띄도록 활발한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 아이들 중심으로 몇 명이 모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적어도 3월 중순 정도가 되면 조용한 애들 사이에서도 서로 성향도 알고 나랑 비슷하다 싶으면 서로 모이는 경향이 있는데, 문제는 3월 말이 될 때까지도 전혀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이런 경우는 보면 3월의 경향이 학기 말, 심지어는 학년 말까지 가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 우리가 우려하고 있는 왕따라든지 집단 따돌림이 발생하게 되는 가장 전형적인 경우라고 봐야 되겠죠.

▷ 한수진/사회자:

예. 그렇군요. 교수님, 저희가 매주 월요일 이 시간에 서로에 대한 배려의 문화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고 있는데요.

이런 왕따 문제, 집단 따돌림의 문제 같은 경우도 역시 이 배려 문제와 관련지어서 생각해 볼 수 있겠죠?

▶ 이호선 교수/숭실사이버대

그렇죠. 사실 왕따나 집단따돌림이라는 게 심각한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 일단 한 번 왕따가 시작이 되면 그게 하나의 집단현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 문제가 사실 사회 문제가 되는 건데, 이 집단따돌림이나 왕따야말로 아이들 사이에 배려가 제거된 상태, 바로 이게 왕따라고 봐야 될 겁니다.

아이들 사이에 서로 협력하고 서로 도움을 갖는, 돌보는 체제가 아니라 하나의 힘의 논리 안에서 약간 약하거나 그 힘의 색깔과 조금이라도 같지 않으면 배제해버리는 현상이기 때문에, 배려가 있다면 왕따라는 건 존재하지 않겠죠.

▷ 한수진/사회자:

초기 단계에서 바로잡고 한 해 내내 원만한 교우관계 만들어내는 것과 관련해서는 담임선생님의 역할이 좀 중요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 이호선 교수/숭실사이버대

굉장히 중요하죠. 특별히 아이들의 학년이 어릴수록 담임교사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고요.

요새 뭐 학교폭력이라는 게 초중고, 심지어는 대학교에서도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게 폭력의 현상인데, 초중고 학교에서의 교사의 중재 역할은 너무너무 중요합니다.

아무래도 학교에서 아이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아이들을 많이 접촉할 수 있고, 집단 내의 특징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제일 좋은 자리에 있는 분이 바로 교사이고요.

특별히 이 교사가 학생들 사이의 어떤 힘의 분배라든지, 아니면 연결고리가 되어준다든지, 정확한 모니터링을 하는 것만으로도 사실상 학교폭력을 완화하고 왕따를 줄이는 데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 아무래도 담임교사의 역할일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그럼 그 다음에 중요한 역할은 누가 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 이호선 교수/숭실사이버대

아무래도 당사자인 친구들인데요. 학교에서 보면 물론 회장 이런 친구들도 있겠지만 학교 내의 실질적인 관계의 중심에 있는 친구들이 있어요.

이 친구들의 영향력이 워낙에 크기 때문에 만약에 어떤 왕따나 집단따돌림 상황에 있는 친구가 있다 하더라도 이 영향력 있는 친구가 손을 이렇게 내밀어주는 순간, 왕따는 완전히 해결되는 거거든요.

아무래도 건전하고 건강한 영향력을 가진 친구들의 영향력이 반 내에서 약한 쪽까지 전달이 된다면 반 내의 왕따 문제는 거의 해결이다 이렇게 볼 수도 있을 정도죠.

▷ 한수진/사회자:

그리고요. 아무래도 협력과 경쟁 시스템 붕괴되고 교실 내에서도 아주 극한경쟁이 이루어지고 있잖아요. 이런 풍토가 집단따돌림이나 학교폭력 원인과 상관관계가 크다는 지적도 많이 나오고 있던데요?

▶ 이호선 교수/숭실사이버대

네. 이게 아이들 사이에서 왕따 문제가 딱 거론되기 시작하면 이 안쪽에 들어가 볼 때 아이들 논리가 뭐냐 살펴보면 거의 정글입니다.

약육강식의 형태가 거의 그대로 나타나게 되는데, 아무래도 제일 강하다, 세다 이런 아이들 중심으로 분위기가 움직이다 보니까 합류하지 않은 친구들은 경쟁 속에서 완전히 짓밟힘의 대상이 되기 쉽습니다.

근데 이건 아이들만의 현상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뒤에 보면 항상 '너는 반드시 가서 살아남아야 된다' 이렇게 최면 걸듯 이야기하는 어른들이 뒤에 딱 버티고 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고요. 이런 경우는 되게 어른으로서 살면서 자기가 져버린 경쟁 속에서 '내 아이만큼은 지면 안 되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고, 실제 그걸 행동으로 옮기도록 자극하는 못난이 어른들의 추세가 있다고 봐야 될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결국은 또 어른들이 문제인 거군요. 자, 체벌 문제도 큰 이슈가 되긴 했는데 어떻습니까. 지금 회초리 같은 걸로 직접 아이를 때리는 것 말고도 체벌이 아주 다른 형태로, 다양한 형태로도 나타날 수 있는 거죠?

▶ 이호선 교수/숭실사이버대

이제 선생님들은 무서워서 애들 체벌 못하죠. 왜냐하면 애들이 동영상으로 찍어서 올리는 이런 세상이 되다 보니까, 선생님들도 체벌은 어렵지만 사실상 가장 학교 내의 무서운 체벌은 '차별'입니다.

조금이라도 다르면 밀어내 버리거나 기준에 맞는다 싶으면 용인하지 않는 이런 차별이 가장 무서운데요. 그렇다 보니까 이 학교라고 하는 게 사실상 학업의 공간이라기보다 약간만 다른 경우는 상처의 공간이 돼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학교를 다닌다는 일이 기쁘고 즐거운 일이 아니라, 굉장히 슬프고 힘든 일이 돼버렸고요.

사실 '배움'이라는 게 '앎'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얻는 기쁨의 직접적인 경험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 텐데, 앎이 기쁨이고 배움이 즐거움인 것이 아니라 배움의 공간이 고통스럽고 앎의 순간이 힘든 정글 속에 내가 혼자 놓여있다 생각을 한다면 이게 시스템의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사회가 통찰을 가져볼 기회가 아닌가, 생각을 해볼 시점이 이미 됐다고 봐야 되겠죠.

▷ 한수진/사회자:

학업의 공간이 아니라 우리 학교가 상처의 공간이 된다는 말씀, 정말 가슴 아픈 지적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결론 삼아서 좀 정리를 해주시면요.

▶ 이호선 교수/숭실사이버대

일단 지금 학교에서는 학교 내에서 나타나는 왕따나 이런 부적응의 문제에서 나타나는 폭력상황 이런 것들을 법적인 조치를 많이 따라가고 있어요.

그래서 학교폭력방지법이 시행이 되고 있는데, 이게 사실상 피해자를 오히려 더 힘들게 하는 양상들이 많이 나타나는 게, 법이 가지고 있는 효율이 좀 떨어지기 때문인데, 일단은 이런 법이 가진 효율을 높이는 방향을 먼저 좀 살펴봐야 될 것 같고, 아까 말씀하신 담임 선생님의 역할, 이 부분에 있어서 담임선생님들이 각각 조정자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이 분들에 대한 교육과정을 좀 강화할 필요도 있고요.

이게 왜냐하면 단순히 신고나 처벌만이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거나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기 때문인데, 무엇보다도 제일 중요한 건 아이들입니다. 같은 또래 아이들이 그야말로 배려선상에 좀 설 필요가 있는데요.

일단 첫 번째로는 약자를 공격하지 말아야 하는 것, 그리고 약자가 공격을 받는 장면에 있어서 눈 감지 말고 그래도 눈을 뜨고 있어야 된다는 것.

그리고 세 번째로는 특별히 어떤 도움의 말을 하지 않더라도 그래도 옆에 같이 서 있기만 하는 것만으로도 이런 왕따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되거든요. 이런 부분이 아무래도 우리가 함께 할 배려가 아닌가 싶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알겠습니다. 예.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호선 교수/숭실사이버대

감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숭실사이버대 이호선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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