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호서의 '호'는 어디…벽골제? 의림지?


호남은 전라남·북도를, 호서는 충청남·북도를 가리킨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물론 호남은 전국적으로 통용되고 호남고속철도, 호남선, 호남평야 등 '호남'을 붙인 표현도 적지 않지만, 호서는 일부 명칭을 제외하고 충청도 안팎에서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호남과 호서는 어디에서 유래됐을까? 한자어로 호남은 '호수의 남쪽', 호서는 '호수의 서쪽'이라는 뜻입니다.

그럼 이 호수(저수지)는 같은 곳일까? 일부 문헌을 볼 때 같은 곳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나 호남만 해도 명칭의 유래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이강래 전남대 사학과 교수는 "호남이라는 명칭이 근대 이후 전라도 지역을 통칭하는 지명이 됐다는 것 외에 어디서 유래됐는지는 학계에서도 여러 가지 설만 있을 뿐 정확하게 알려진 것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한국고전번역원의 인터넷 자료를 보면 호남과 호서라는 단어는 조선 후기 학자 이긍익(1736∼1806)의 '연려실기술'에 동시에 등장합니다.

이 사서에 따르면 '전라도의 김제군(지금의 전북 김제시) 벽골제호를 경계로 해서 전라도를 호남이라 부르고, 충청도를 호서라고도 부릅니다.

또는 (충북) 제천에 의림지호가 있어서 충청도를 호서라고 한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벽골제와 의림지는 밀양의 수산제와 함께 삼한시대 3대 수리시설로 평가받는 곳입니다.

학계에서는 대체로 호남이라는 명칭이 벽골제나 금강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북 장수군에서 발원, 충북과 충남을 거쳐 강경에서부터 충남·전북의 도계를 이루면서 서해로 흘러드는 금강의 위치와 금강의 옛 명칭이 호강인 점 등을 고려, 금강 유래설에 무게를 더 싣는 시각도 있습니다.

다만 충북, 특히 제천 사람들은 호서의 '호'는 의림지를 일컫는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연려실기술에도 언급됐지만, 한참 이전의 문헌에도 '의림지와 호서'가 나옵니다.

조선 중기 문신인 허목(1595∼1682)의 임인년(1662년) 기행문인 '기언'을 보면 "신림의 남쪽은 횡령인데 호서 제천현의 경계이다. 횡령 너머는 가령이고 그 남쪽이 의림지이다. 본디 영서와 호서의 애초 경계는 큰 못이었으니 제천 너머의 고을에 호서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은 이 못 때문이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제천 세명대 교양과정부 구완회(한국사 전공) 교수는 "호서할 때 호는 대개 의림지를 가리킨다"며 "제천 의병을 호좌 의병으로 일컫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호좌는 서울에서 바라볼 때의 기준"이라고 말했습니다.

구 교수는 "좀 더 검증해 봐야겠지만, 호남이나 호서는 과거 시문 등이 대거 보급되면서 행해진 문학적 표현의 산물로 보인다"는 강조했습니다.

호남, 영남(경상도)이 통용되는 것과 달리 충청도는 호서보다 그냥 충청도로 더 많이 불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구 교수는 이에 대해 "충절 등 '충청'이 주는 교훈적 의미가 크기 때문일 것"이라며 나름의 견해를 밝혔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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