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 사격장에서 유출된 불발탄이 고물로 유통되다가 폭발해 사망사고가 났다면 국가가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고법 민사1부(김형두 부장판사)는 박 모(사망 당시 37세)씨의 유족이 국가와 고물상 업주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3천180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
박 씨는 2011년 11월부터 경기도 포천의 한 고물상에서 일했습니다.
이 고물상의 업주 유 모 씨는 2012년 4월 실탄 유탄 6개와 연습용 유탄 6천500개가 포함된 고물 1천330kg을 사들였습니다.
인근에 있는 군부대 사격장에서 유출된 것들이었습니다.
유 씨가 이들 유탄을 분리하는 작업을 하던 중 불발탄 하나가 갑자기 폭발했고, 인근에 있던 박 씨가 파편에 맞아 숨졌습니다.
유 씨 자신도 중상을 입었습니다.
문제의 불발탄은 대인 살상용으로 가벼운 마찰 또는 충격만으로도 쉽게 폭발할 수 있는 위험한 상태였습니다.
재판부는 "폭발한 불발탄은 군부대에서만 사용하는 것으로 인명을 살상할 수 있는 위험물이다"며 "군부대는 인근 주민이 사격장 주변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부대 밖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사격 중 발생한 불발탄은 현장에서 폭발시켜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군부대에서 이런 의무를 위반해 불발탄이 부대 밖으로 유출됐고, 고물로 유통되도록 방치한 만큼 국가가 이로 인한 사고에 대해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고물상 업주인 유 씨에게도 "불발탄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잘 확인하고 적절한 안전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며 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앞서 1심은 국가와 유 씨가 박 씨의 유족에게 5천700만 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지만, 항소심에서는 박 씨도 유 씨가 위험한 작업을 하는데 그 근처에 아무런 조처 없이 머무른 잘못이 있다며 배상책임을 일부 제한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