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벨라루스, 망명 정치인 문제로 설전


벨라루스와 키르기스스탄이 벨라루스에 망명한 쿠르만벡 바키예프 전 키르기스 대통령의 처리문제로 얼굴을 붉히고 있다.

벨라루스 외무부는 27일(현지시간) 키르기스를 향해 "국내에서 벌어진 키르기스인의 살인사건은 벨라루스 당국이 충분히 수사를 하고 있다"며 "외국의 고위관리를 비롯해 누구도 내정을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고 아키프레스 등 현지언론이 전했다.

키르기스 외무부는 앞서 18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벌어진 자국민 살해사건의 배후로 바키예프 전 대통령을 지목하며 그를 체포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벨라루스 당국은 바키예프를 용의 선상에서 제외했다.

벨라루스 외무부는 또 키르기스 사법당국이 바키예프에 적용한 지위 남용죄에 대해서도 "모든 현대국가는 헌법이 존재하고 이에 따라 공정하게 유죄가 증명돼야 하지만, 바키예프의 궐석재판은 그렇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키르기스 정부가 시민의 권리를 보호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된다"고 말해 앞으로도 바키예프를 키르기스로 송환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알마즈벡 아탐바예프 현 키르기스 대통령은 전날 "바키예프 형제는 키르기스에서 괴물로 기억된다"며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에게 바키예프의 송환을 요청했다.

바키예프는 재임 시절인 2010년 4월 7일 벌어진 시민봉기로 축출됐다.

그는 당시 정부군에게 반정부 시위대를 향한 발포를 명령했으며 이 과정에서 97명이 사망하고 500여 명이 다쳤다.

바키예프는 이후 동생이자 전 국가 방위청장인 쟈니벡 바키예프와 함께 키르기스를 떠나 벨라루스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다.

키르기스 군사법원은 지난 2013년 바키예프의 궐석재판을 열고 그에게 살인 및 지위 남용죄로 재산 몰수와 징역 24년 형을, 쟈니벡에게는 재산 몰수와 종신형을 선고했다.

벨라루스는 키르기스 당국의 수차례 요청에도 지금까지 바키예프 형제를 본국으로 송환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키르기스 수도 비슈케크의 벨라루스 대사관 앞에서는 이날 수십 명이 모여 바키예프의 송환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격앙된 목소리로 "바키예프는 살인자", "벨라루스는 바키예프를 돌려달라" 등의 구호를 외쳐 망명정치인을 둘러싼 양국의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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