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설선물 주고 싶어서"…택배기사의 견물생심


"제가 도대체 왜 그랬는지, 순간 미쳤었나 봅니다…."

불경기 때문에 택배 아르바이트에 나선 40대 가장이 가족들에게 설 선물을 하지 못하는 처지를 비관해 다른 택배회사 물건에 손을 댔다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강남권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이 모(49)씨는 200만 원을 받고 지난 6일부터 열흘간 백화점 택배 아르바이트에 나섰습니다.

수년째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아내에게 생활비를 주지 못할 정도로 영업이 악화되자 가게세라도 마련코자 아르바이트에 나선 것입니다.

하지만 택배 배달차 지난 13일 낮 12시 30분 강남구 개포동 모 아파트 경비실에 들어간 그는 순간적인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도둑으로 돌변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경비실 안에 다른 택배기사가 두고 간 갈비와 굴비 세트가 놓여 있자 그대로 들고 나온 것입니다.

그는 30분 뒤 인근 아파트 경비실에서도 마스크 팩 세트를 들고 나왔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지난 18일 마스크 팩을 훔친 혐의로 이 씨를 불러 조사했고, 이 씨는 마스크 팩뿐 아니라 갈비와 굴비 세트도 훔쳤다고 스스로 자백했습니다.

이 씨는 "경기가 안 좋아서 고향에 내려가지도 못하고, 명절인데 집에 선물 하나 못해 미안했다"면서 "딸에게도 화장품 선물을 주고 싶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정작 이 씨는 양심의 가책 때문에 훔친 굴비 20마리와 갈비 2.4㎏을 냉장고에 넣어놓고 먹지도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마스크 팩 역시 전혀 사용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를 찾으면 어떻게든 변상하겠다며 고개를 떨구는 모습에서 진정 미안한 마음이 느껴졌다"면서 "명백한 범죄인 만큼 당연히 처벌해야 하나 측은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이 씨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갈비와 굴비 세트의 주인을 찾고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