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의 논픽션] "근사한 정장이 여심을 흔든다"…극장가 점령한 '수트 포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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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극장가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감독 매튜 본)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감독 샘 테일러 존슨)는 모두 19금 영화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 내려진 것은 전자는 폭력성, 후자는 노출도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선사하는 선정성은 폭력과 노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두 작품은 이야기만큼이나 패션으로 관객을 매료시킨다. 특히 남자 주인공의 근사한 정장룩은 남녀노소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수트 포르노'라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현대 영화에서 패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단순한 영화 의상 이상이다. '킹스맨'과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서 수트는 주인공의 남성미와 섹슈얼한 매력을 부각하는 절대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주요 관객층인 20~30대 관객들의 패션에 대한 높은 관심, 특히 수트에 대한 남성 관객들의 동경은 열광적인 반응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킹스맨'은 국내에서 개봉 14일 만에 전국 250만 관객을 돌파했고,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북미에서 1억 2천만 달러(약 1,370억)의 극장 수익을 올리며 박스오피스 1위 행진 중이다.

스크린을 점령한 두 영화의 패션과 그 의미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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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스맨'  英 정통 복식…남자의 성장이자 스파이의 품격

"Manners maketh man"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영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감독 매튜 본)가 남긴 명대사다. 수트를 차려입은 콜린 퍼스가 펍안에서 장우산을 휘두르며 똘마니들을 제압할 때 관객들의 눈엔 하트가 그려졌을 것이다. 완벽한 의상과 그림 같은 액션이 더해진 이 장면은 '킹스맨'이 추구하는 미장센의 절정이기도 하다.

베테랑 스파이 해리(콜린 퍼스 분)는 신참 요원 에그시(태런 애거튼 분)에게 시종일관 스파이의 품격을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특급 스파이의 자격은 지능적 두뇌와 동물적 감각을 탑재한 몸에 그치지 않는다. 흐트러짐 없는 맞춤 수트, 때와 장소에 맞는 매너까지 포함한다. 그는 "수트는 젠틀맨의 갑옷이고, 킹스맨의 현대판 기사"라고 믿는 사람이다. 

'킹스맨'에서 수트는 단순히 영화 의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젠틀맨 스파이의 작전 기지가 런던 새빌로(Savile Row: 고급 양복점들이 모여있는 런던의 거리)에 있는 맞춤 양복점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시각적으로 그리고 내러티브적으로 완벽한 공간인 이 곳은 꾸러기로 들어갔다 남자로 나오는 마법의 장소다. 

해리는 킹스맨 면접을 통과한 에그시를 양복점에 데리고 온다. 그리고 근사한 맞춤 수트를 선물한다. 영국 정통 복식을 갖춰 입고 거울 앞에 선 에그시의 모습은 학생의 허물을 벗고 사회에 뛰어든 한 남자의 성장을 보여준다.

'킹스맨'의 의상은 마돈나의 스타일링을 17년간 담당한 디자이너 아리앤 필립스와 고급 브랜드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완성됐다. 턴불&아서 셔츠, 드레이크 넥타이, 스웨인 아데니 브릭의 여행 가방, 브레몽 시계, 조지 클레버리 구두 등 전세계 소수만 사용하는 명품 웨어&악세사리가 해리와 에그시를 빛냈다.

아리앤 필립스는 새빌로의 양복점을 떠올리며 영화 속 스타일링을 완성했다고 한다. 영화 속 공간은 '헌츠맨'이라는 실제 샵을 참고해 디자인했다. 영화 개봉 후 이 장소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런던 도심의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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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이' 美 비지니스룩…섹슈얼리티의 절정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서 억만장자 그레이(제이미 도넌 분)가 보여주는 수트룩은 섹시함의 결정체다. 여심을 사로잡는 무기이며 막대한 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그레이는 세련된 CEO룩으로 여심을 흔든다. 장식과 무늬가 없는 회색 혹은 남색 계열의 솔리드 정장을 즐겨입는다. 스트라이프와 더블 버튼의 수트를 즐겨입는 '킹스맨'과는 확연히 다른 스타일이다. 흥미로운 것은 넥타이다. 그레이가 즐겨 사용하는 실크 타이는 패션 이상의 도구로 사용된다.

영문학도 아나스타샤(타코타 존슨)가 친구를 대신해 그레이를 인터뷰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된다. 아나스타샤는 근사한 수트발과 섬세한 매너를 자랑하는 그레이에게 알 수 없는 떨림을 느끼고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독특한 성적 취향의 소유자인 그레이는 아나스타샤에게 여자친구가 아닌 섹스 파트너가 되어달라고 제안한다. 그러면서 도미넌트(주인)와 서브미시브(하인)의 관계를 정립하고자 한다.

영화에는 4~5차례의 정사신이 등장한다. 두 사람의 관계에 변화를 미치는 가학적 성행위에서 넥타이는 에로틱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촉매제로 작용된다. 원작 소설책 표지와 영화의 티저 포스터에서도 인물의 비주얼 대신 타이 이미지를 사용한 것이 인상적이다. 

모델 출신의 배우 제이미 도넌은 뛰어난 외모와 완벽한 신체 비율로 화보와 같은 자태를 선보인다. 영화 속 의상은 세계 유수의 명품 브랜드의 정장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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