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농협 뒷돈사건' 법 적용 잘못해 공소시효 놓쳐


경찰이 농협 임원 선출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증거를 제보받고도 법 적용을 잘못해 공소시효를 넘기는 일이 빚어졌습니다.

안성경찰서 소속 A경위는 지난해 2월 한 제보자로부터 '모 농협 상임이사 후보 안 모(59)씨가 2년여 전 조합장 B씨에게 500만 원을 건넸고 최근에는 내게도 100만 원을 줬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A경위는 당시 안 씨가 조합장에게 돈을 건넸다는 대화 내용이 든 녹취 파일과 최근 제보자에게 건네진 100만 원도 함께 증거로 넘겨받았습니다.

곧바로 수사에 나선 경찰은 조합장 B씨를 형법상 배임수재 혐의로, 돈을 건넨 안 씨를 배임증재 혐의로 각각 입건해 조사했습니다.

안 씨는 1차 소환조사에서 혐의사실을 부인했습니다.

그 사이 경찰 인사이동으로 수사관이 변경됐고, 같은 해 말이 돼서야 안 씨에 대한 2차 조사가 진행됐습니다.

올초 인사에서 수사관이 재차 변경돼 공교롭게도 첩보를 생산한 A경위가 사건을 다시 맡게 됐습니다.

이달 초 안 씨에 대한 3차 조사를 진행한 A경위는 그제야 자백을 받아냈습니다.

제보 1년 만이었습니다.

조합장 B씨에 대한 소환일자도 조율했습니다.

하지만 법리검토 중 이 사건은 형법(배임수·증재)이 아닌, '농업협동조합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배임수·증재 공소시효는 각각 7년·5년이나 농협법상 부정선거 벌칙조항은 공소시효가 6개월입니다.

조합장이 2011년 12월 안 씨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혐의는 2012년 6월에, 안 씨가 2013년 12월 제보자에게 돈을 건넨 혐의는 지난해 6월에 각각 공소시효가 만료된 셈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초기 법 적용을 잘못해 공소시효에 여유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공소시효 만료 전인 지난해 상반기에는 인사이동과 세월호 사고, 금수원 일대 유병언 일가 검거작전 등으로 수사에 몰두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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