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담화' 논의 개시…무라야마 "키워드 바꾸면 안돼"

아베 "20세기 교훈·일본 공헌·21세기 비전 등 담아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전후(戰後) 70주년을 맞아 올여름 발표할 이른바 '아베 담화'에 대한 전문가 논의가 25일 시작했다.

아베 총리가 담화에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반성 및 사죄를 담을지가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전후 50주년 담화(1995년)를 낸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와 여야 요인들에게서 아베 담화에 대한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학자, 재계인사, 언론인 등 16명으로 구성된 '20세기를 돌아보고 21세기의 세계 질서와 일본의 역할을 구상하기 위한 유식자 간담회'(이하 간담회)는 이날 도쿄 총리 관저에서 아베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첫 회의를 열었다.

총리 자문기구인 간담회는 아베 담화의 초안 작업을 맡는다.

아베 총리는 회의 시작 때 "우리나라는 앞선 전쟁의 반성 위에 자유롭고 민주적인 국가, 평화국가로서 70년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번영을 지탱해왔다"며 "이 평화국가로서의 행보는 앞으로도 변함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는 전후 70년 담화의 논점에 대해 20세기의 교훈과 전후 일본의 국제 공헌, 전후 일본과 아시아 각국의 화해, 21세기 세계 비전, 전후 70주년을 맞아 일본이 취해야 할 시책 등을 거론한 뒤 여름까지 의견을 모아 줄 것을 요청했다.

간담회 위원 16명 중에는 학계의 대표적 '아베 측근'으로 꼽히는 보수 논객 기타오카 신이치(北岡伸一·67) 국제대학 학장과 나카니시 데루마사(中西輝政·67) 교토(京都)대 명예교수, 니시무로 다이조(西室泰三·80) 닛폰유세이(日本郵政) 사장 등이 포함됐다.

니시무로 사장이 좌장을, 기타오카 학장이 좌장 대리를 각각 맡는다.

아베 총리는 과거 전쟁에 대한 반성, 일본이 전후 걸어온 평화국가로서의 행보,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일본이 수행할 역할 등을 전후 70년 담화에 담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그는 전후 50년에 발표된 무라야마(村山)담화 등을 계승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는 표현을 써와 '식민지배와 침략', '통절한 반성', '마음으로부터의 사죄' 등 과거 담화의 핵심 표현이 아베 담화에 반영될지가 관건이다.

이날 정치권에서는 아베 담화가 과거 담화의 핵심을 계승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날 밤 방영된 NHK와의 인터뷰에서 "(담화의) 표현 같은 것에는 집착할 필요가 없지만 (담화에 담긴) 사고방식은 바꾸면 안 된다"고 강조한 뒤 "그것이 바로 '키워드'"라며 무라야마담화의 핵심 단어들이 아베 담화에 포함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자민당 부총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50주년, 60주년 담화를 계승하는 것이 명쾌하면 할수록 일본이 앞으로 어떤 나라가 될지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진다"며 아베 담화가 전후 50년 및 60년 담화인 무라야마 담화와 고이즈미(小泉) 담화를 명확하게 계승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에다 겐지(江田憲司) 유신당 대표는 "무라야마 담화와 고이즈미 담화를 아베 총리도 계승하겠다고 한다면 일본이 과거에 해왔던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한 깊은 반성과 사죄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 공산당의 고쿠타 게이지(穀田惠二) 국회대책위원장은 "무라야마 담화는 국책을 그르쳐 침략 전쟁과 식민지 지배를 한 것을 반성한다는 것이 핵심 부분"이라며 "지식인 간담회가 어떤 형태의 결론을 내더라도 그 핵심 부분을 사실상 부정하는 담화는 필요없다"고 말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간사장은 "지금까지의 자민당 정권이나 자민당이 포함된 연립정권에서 나온 담화는 단순한 한 내각의 견해를 넘어 일본의 역사 인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일본 외교의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며 "국민적 논의가 실질적으로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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