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근로정신대 199엔 '지급모욕'…정부 소극 대응도 한몫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두 번째 청구한 후생연금(국민연금) 탈퇴수당 지급 요청에 일본정부가 우리돈으로 2천 원도 되지 않는 199엔(1천854원)을 지급,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에게 지난 2009년 1차 요청 때 '99엔'에 이어 두 번째 치욕을 안겼습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함께하는 시민모임은 오늘(25일) 기자회견을 통해 "모욕 중에서도 이런 모욕이 없는 일본의 졸렬한 수작이다"며 "아흔의 나이를 바라보는 피해 할머니들을 이렇게까지 참담하게 만들어야 하는가"라고 한탄했습니다.

지난 4일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일본연금기구가 1944년 5월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로 동원된 근로정신대 피해자와 유족 등 4명 중 김재림(84)·양영수(85)·심선애(84) 할머니 세 명에게 후생연금 탈퇴수당 각 199엔을 대리인 계좌를 통해 지급했습니다.

시민모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후생연금이 1944년 10월 1일부터 의무화된 것으로 보고 이들 피해자가 1945년 10월 21일까지 1년 이상 근무해 지급 규정을 충족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4명중 남은 1명인 오길애 할머니의 동생 오철석(78) 씨에게는 "가입 기간 6개월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944년 이후 70여년이 흘러 달라진 화폐 가치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지급액을 산정했습니다.

후생연금 지급규정대로 30일 일당(1년이상 가입자 기준)을 지난 1944년 기준 일당인 6.666엔으로 계산해 199엔이라는 액수가 나왔습니다.

후생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지난 2009년 탈퇴수당 요청 피해자들에게는 가입기간 6~12개월 미만을 적용 15일을 곱해 99엔을, 이번 두번째 수당 지급 요청 피해자들에게는 가입기간 12개월 이상을 적용해 30일분 일당을 계산해 199엔이 나온 것입니다.

일본정부는 규정에 근거해 지급했다는 입장입니다.

일본인들의 경우도 예외 없이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 일본정부의 주장입니다.

일본 정부 측은 지난 2009년 첫 번째 후생연금 탈퇴수당 지급요청에 고작 '99엔'을 지급하며 "이것도 일당을 후하게 쳐준 것"이라는 망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근로정신대 할머니와함께하는 시민모임은 "한마디로 가해 국가 입장에 있었던 일본 국민과 일제의 혹독한 식민 지배를 받았던 한국 강제동원 피해자의 처지를 깡그리 무시한 처사다"고 비판했습니다.

기만적인 액수의 지급이지만 후생연금 지급결정은 나름의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로 일본 측이 그동안 부인했던 강제동원사실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셈이 됐습니다.

미쓰비시중공업이 지금까지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강제노역 사실을 단 한 번도 인정하지 않아 왔습니다.

이번 탈퇴수당 지급은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에서 일했던 사실을 일본정부가 객관적으로 뒷받침하는 증거라는 점에서 소송에 결정적 증거로 활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두 번째로는 일본정부가 부정한 개인청구권 유효성을 스스로 인정한 결과가 됐습니다.

지난 2012년 대법원 파기 환송 이후 우리나라 사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이유로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까지 박탈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일본정부는 한국사법부 결정이 마치 민족감정에 편승한 판결이라며 끊임없이 흠집 내기를 시도해 왔습니다.

그러나 일본정부가 이번에 '개인청구'에 후생연금 탈퇴수당 199엔을 지급함으로써, 한국사법부의 판결이 결코 민족감정에 편승한 판결이 아니라, 지극히 정당한 결정이었음을 일본정부 스스로 확인한 결과가 됐습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은 일본정부의 태도 못지않게 "거듭된 경고에도 손 놓고 있었던 우리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며 우리 정부의 대응 태도를 책망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99엔 지급 파문' 당시 정부에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해 왔으나 정부는 소극적 자세로 일관했다는 것입니다.

또 최근 사법부의 근로정신대 손해배상 승소 판결에 정부는 "사인간 소송에 대해 정부가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한 발 빼는 모습도 보였다고 주장했습니다.

근로정신대 시민모임 측은 "후생연금 문제는 긴급한 대일 외교현안이다"며 "이번 199엔 사태를 통해 현재 교착 상태에 있는 일제 강제동원 문제를 풀어가는 분기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정부 차원의 대처를 촉구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