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응급환자 귀금속


양산부산대병원이 응급이송된 환자가 착용한 귀금속을 소홀하게 관리해 분실하고는 1년이 넘도록 보상을 미뤄 환자 가족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2013년 11월 박 모(68·여)씨는 봉사활동 도중에 뇌출혈 증상으로 쓰러져 양산부산대병원에서 뇌수술을 받았고 며칠 후 증상이 악화해 숨졌습니다.

박 씨의 유족은 상을 치르고 나서 박 씨의 옷과 귀금속 등 유품을 돌려달라고 병원에 요구했습니다.

숨지기 전 박 씨는 왼손에 진주 반지와 비취가 박힌 반지 등 시가 500만 원이 넘는 귀금속을 착용하고 있었다고 유족은 밝혔습니다.

특히 박 씨가 생전에 결혼을 앞둔 아들의 약혼자에게 자신이 끼고 있던 반지 2개로 예물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그 반지를 꼭 찾고 싶다고 유족은 말했습니다.

유족은 박 씨의 소지품이 당연히 병원에 보관돼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병원 측은 '남은 물건이 없다'고 했습니다.

기가 막힌 건 수소문 끝에 응급실 폐쇄회로 TV를 확인해보니 응급실 간호사가 수술 전에 박씨의 손가락에서 반지 2개를 빼내 침상에 놓는 장면이 확인됐습니다.

병원은 또 없다던 박 씨의 옷을 뒤늦게 쓰레기통에서 찾아내 유족 측에 전달했습니다.

유족은 병원 측의 허술한 유품 관리에 화가 치밀었지만 일단 반지를 돌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병원은 당시 박 씨를 이송한 인턴, 이송의사, 응급실과 수술실 간호사 등을 조사한 결과 반지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며 경찰서에 분실 신고를 하라고 했습니다.

이에 유족은 병원 측의 명확한 해명을 듣고자 2차례 반지 분실에 대한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병원은 잘못은 인정하지만 반지의 종류, 구입 가격, 구입일 등을 입증해야 보상할 수 있다는 답변서를 유족에게 보냈습니다.

7년 전에 구입한 반지 보증서를 찾지 못해 금은방을 돌며 분실된 반지와 비슷한 귀금속의 견적서를 받아 병원에 주었지만 병원은 '견적서로는 부족하다'며 1년 4개월이 넘도록 보상을 미루고 있다고 유족은 전했습니다.

박 씨의 딸 심 모(45)씨는 "큰 병원에서 환자의 물품을 그렇게 소홀하게 관리했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며 "유품을 찾으려는 유족을 한몫 잡으려는 사람들로 몰고 결국 적은 보상액을 주려고 하는 것 같아 정말 화가 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양산부산대병원의 한 관계자는 "응급실 폐쇄회로 TV 화면으로는 어떤 종류의 반지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며 "유족이 내민 견적가만 믿고 보상해줄 수 없어 상식적인 범위 내에서 적절한 요구를 하면 검토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박 씨 유족은 현재 양산부산대병원을 상대로 분실한 귀금속을 보상해달라는 민사소송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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