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장 "침략 사실 뒤집으려는 이들이 있다"

전후 70년 담화 낼 아베에 견제구…일본 "대외홍보 강화해 친일국가 늘릴 것"


중국이 2차대전 종전 70주년(8월15일)을 앞두고 일본을 겨냥한 '역사 공세'의 날을 세웠다.

이에 맞서 일본은 전후 70년 행보에 대한 대외 홍보를 전방위적으로 강화, 국제 여론을 자기 편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뉴욕을 방문 중인 왕 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3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국제평화와 안보 유지'를 주제로 열린 공개토론에서 "당시 공인된 반파시스트전쟁(2차 세계대전)의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심지어 침략(행위)을 뒤집어 죄행을 벗어나려는 이들이 있다"며 "냉전의 정신은 역사의 휴지통에 던져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이는 올해 2차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역사수정주의적 행태를 보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총리 재임 중인 2013년 4월 국회에서 "침략의 정의는 정해져 있지 않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런 전력 때문에 아베 총리가 올여름 전후 70년 담화(일명 아베 담화)를 발표할 때 전후 50주년과 60주년 담화의 핵심인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담지 않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왕이 부장은 토론회가 끝난 뒤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2차 대전 승전에 대한 중국의 공헌을 강조하며 "중국은 당시 일본 군국주의 주요병력에 효과적으로 반격을 가했다"며 '일본 군국주의'를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나 '토론회가 일본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각국 인민의 전체 이익과 인류의 평화와 미래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목적은 역사를 거울로 삼아 미래를 열어가는데 있다"며 "대국인 중국은 넓은 아량을 갖고 있다. 누군가를 겨냥하지도 않을 것이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대답했다.

이와 관련, 토론회에 일본을 대표해 참석한 요시카와 모토히데(吉川元偉) 유엔 대사는 "일본은 유엔에 가입한 이래,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또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4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바른 자세를 확실하게 알려, 친일(親日) 국가를 늘리고 싶다"며 중국 등의 역사인식 공세에 맞서 자국 입장에 대한 대외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또 자국 입장을 홍보하는데 "정부, 민간기업,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올 재팬(All Japan)' 체제를 구축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더불어 런던·로스앤젤레스·상파울루에 해외 홍보 거점으로 설치하려 준비 중인 '재팬 하우스'를 활용하겠다는 구상도 소개했다.

한편, 왕 부장은 자신이 의장을 맡은 이번 토론회에서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발언들도 잇따라 던졌다.

그는 "국제관계에서 비민주적이고 불평등한 현상이 여전히 존재하며 국제관계 준칙에 위배되는 행위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평화를 추구하며 충돌하지 않고 ▲협력을 추구하며 대립하지 않고 ▲공평을 추구하며 강요하지 않고 ▲공영을 추구하며 제로섬(zero-sum)은 추구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21세기 국제관계'도 주창했다.

특히 '국제관계 민주화·법치화'와 관련해서는 "자기의 의지를 다른 사람(국가)에게 강요할 수 있는 국가는 없으며, 다른 국가의 합법적인 정권을 뒤집을 수 있는 국가도 없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중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기존의 국제질서에 도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중국은 현 국제질서의 참여자이자 수호자이며 개혁자"라고 대답했다.

이번 공개토론은 안보리 순회의장국인 중국의 제안으로 이뤄졌으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리투아니아,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러시아, 베네수엘라 외교장관을 비롯해 약 80명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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