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박태환-쑨양 운명 가른 7가지 차이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중국 최대 명절은 잘 알다시피 음력 설, 즉 '춘지에'(春節)입니다. 최근 음력 설을 맞아 호주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수영스타 쑨양이 팬들에게 설 인사를 보냈습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설을 외국에서 홀로 보내 좀 외롭지만 더 강한 쑨양이 되기 위해 힘든 훈련을 감수하고 있다"는 내용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알렸다고 합니다. 쑨양은 지난 해 시련(금지약물 복용)을 딛고 오는 7월말 러시아 카잔에서 열리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을 노리고 있습니다.

박태환과 쑨양은 오랫동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쑨양이 박태환을 위해 생일 케이크를 선사하는 등 돈독한 우정도 과시해왔습니다. 지난 해 나란히 충격적인 도핑 테스트에 적발돼 인생 최대의 좌절을 맛본 공통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박태환과 쑨양의 처지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이 됐습니다.

국제수영연맹(FINA) 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박태환은 선수 생명이 끝날 위기에 놓인 반면 쑨양은 올해 세계선수권은 물론 내년 리우올림픽에서 3관왕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하나하나 살펴볼까 합니다.

1. 금지약물 종류의 차이

오프라인 - SBS 뉴스
쑨양 연합

쑨양이 복용한 약물은 트리메타지딘으로 혈관확장제로 쓰이는 것입니다. 2014년에야 비로서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약물 리스트에 오른 만큼 적발됐을 경우 징계가 비교적 가벼운 약물입니다. 하지만 박태환은 '금지약물 1호'로 불리는 테스토스테론 주사를 맞아 사안이 훨씬 무겁습니다.

2. 도핑 검사 주체의 차이

쑨양은 지난해 5월 중국반도핑기구(CHINADA)로부터 도핑 검사를 받았습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처럼 봐줄 수 있는 여지가 있었던 것입니다. 대조적으로 박태환은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도핑 테스트(2014년 9월 3일)를 받았습니다. 국제수영연맹은 각국 선수간의 형평을 중시하기 때문에 박태환에게만 낮은 징계를 줄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3. 치료 목적 여부의 차이

쑨양은 "장기간 고강도 훈련을 하면서 심장이 늘 좋지 않았다. 병원 진단 결과 '심근 빈혈'이란 판정을 받았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 복용했는데 심장병 치료에 먹는 상용약이다"면서 치료 목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복용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반해 박태환은 왜 젊은 청년이 갱년기 치료제로 쓰이는 남성 호르몬 주사(네비도)를 맞았는지에 대해 이렇다 할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4. 약물을 투여한 의사의 차이

쑨양의 전담 의사는 바전입니다. 그는 쑨양의 몸을 5년 이상 관리해왔습니다. 쑨양은 "바전이 먹으라는 약만 먹었다. 지금까지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이번에만 문제가 된 것이다"고 청문회에서 주장했습니다.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전담의사로부터 '괜찮다'는 말을 듣고 약물을 복용했다는 것입니다.

중국반도핑기구는 전담 의사의 말을 믿은 쑨양보다 금지약물 리스트에 오른 사실을 모르고 약을 먹도록 한 전담 의사의 책임이 더 크다고 판단해 바전에게 자격정지 1년의 징계를 내렸습니다. 이와 달리 박태환에게 테스토스테론 주사를 투여한 의사는 바전처럼 박태환만 오랫동안 관리해온 전담의사가 아니라 노화 방지를 주로 다뤄온 의사입니다. 박태환이 좀 더 신중을 기해 주사를 맞아야 할 의무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5. B샘플 요청과 포기의 차이

쑨양은 A샘플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자 바로 시인하고 B샘플 검사를 포기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징계가 시작되는 날이 도핑 검사 당일까지 소급되는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박태환은 A샘플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뒤에도 이에 불복해 B샘플 검사를 다시 요청했습니다.

6. 양성반응 통보 이후 대회 출전의 차이

오프라인 - SBS 뉴스
박태환 연합

쑨양은 A샘플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뒤에 징계가 풀리는 8월까지 모든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박태환은 A샘플에서 도핑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10월말과 11월초에 전국체전에 나와 4관왕에 올랐습니다. 이렇게 되면 징계 시점이 일시 자격정지가 된 날(12월8일) 이후가 되기 때문에 약 3개월가량이나 손해를 보게 됩니다.

7. 비밀 준수 여부의 차이

쑨양 측은 도핑 검사는 물론 양성 반응 사실까지 철저하게 숨겼습니다. 중국 반도핑기구가 도핑 적발 사실을 발표한 것은 검사일로부터 6개월이 경과된 시점이었습니다. 쑨양이 받은 3개월 자격정지 징계도 끝난 지 이미 석 달이나 지난 때였습니다. 국제수영연맹이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아주 중대한 과실이 아닌 한 이미 징계가 끝난 선수에게 다시 징계를 가할 수 없다는 점을 교묘히 이용한 것입니다. 반면 박태환은 청문회까지 관련 사실을 발설하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을 스스로 깨면서까지 김모 원장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이상 7가지 이유로 쑨양은 자격정지 3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지만 박태환은 최소 18개월에서 최대 2년까지의 중징계가 예상됩니다. 도핑 사실이 일반에게 알려진 뒤 쑨양이 즉각 사과 입장을 표명한 반면 박태환은 지금까지 아무런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은 것도 대조적입니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경구처럼 한국이 낳은 최고 수영스타는 한 순간의 잘못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 [취재파일] 전국체전에 발목 잡힌 박태환 최악의 위기

▶ 박태환, 도핑 청문회 연기…여전히 군색한 논리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