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도쿄의 미국 온천?…강(强)달러의 일본 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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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 한 번이라도 여행왔던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도쿄 오다이바에 '오에도 온천 모노가타리(大江戶泉物語)'라는 도심 온천이 있습니다. 오다이바 구경을 한 뒤, 한국 관광객들도 자주 찾는 곳이지요. (사실 물이 진짜 온천이냐는 논란이 있긴 합니다만.) 도쿄 디즈니랜드 근처 우라야스(浦安)에도, 오에도 온천 계열의 만게쿄(万華鄕)라는 나름 유명한 온천이 있죠. 이곳 역시, 디즈니랜드 관광 전후로 한국 여행객들도 자주 가는 곳입니다.

일본은 온천의 나라라는데, 의외로 도쿄 도심에서 온천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뛰어난 접근성에다 에도 시대 시장골목처럼 꾸민 실내 디자인까지 더해져, 오에도 온천 체인은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이용객의 30% 가까이가 외국인 관광객일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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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일본 온천 문화를 대표하는 관광명소, 오에도 온천이 지난 13일 미국 투자자본에 팔렸습니다.

미국 베인캐피털은, 일본 전역 오에도 온천 체인 29곳을 500억 엔, 우리돈 4,650억 원에 모두 사들였습니다. 운영은 일본 경영진이 계속하되, 미국 자본이 '오에도 온천 주인'이 된 겁니다. 소식을 접한 일본 사람들도 "왜?(なんで) 일본 온천을 외국에 팔아버렸대?"라며 적잖이 충격을 받은 표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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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인 배경은 엔화 약세입니다. 2012년 2월 1달러-80엔 선이던 엔달러 환율이, 2015년 2월 현재 1달러-120엔  선까지 올랐습니다. 3년 사이에 엔화 가치가 50% 정도 폭락한 셈입니다.

미국 자본의 오에도 온천 매입은 '强달러의 일본 쇼핑'을 상징하는 사건입니다. 베인캐피털은 이미 스카이락과 도미노피자 재팬 같은 기업들도 사들였습니다. 어제(23일)는 농산물 관련 일본 식품회사 '마이타케' 지분도 95억 엔에 '쇼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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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일본 관광산업이 급팽창하고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크레딧스위스증권 일본 지점의 이치카와(市川) 연구원은 "엔화 약세가 가장 큰 배경이다. 상대적으로 싸게 살 수 있는데다, 나중에 환차익도 노릴 수 있다. 여기에다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도 한 이유"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일본의 외국인 방문객 수는 처음으로 1천만 명을 넘었는데, 단숨에 1,341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관광객 2천만 명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각종 비자 관련 규제도 없애고,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교육도 강화하고, 도로 이정표까지 새로 단장하고 있습니다.

오에도 온천 경우에도, 지난 7년 동안 매년 30%씩 매출이 늘었습니다. 밀려드는 외국인 관광객 힘이 컸습니다. 베인캐피털 측도 해외 관광객 증가를 오에도 온천 매수 이유로 들었고, 운영을 계속 담당할 일본 경영진도 글로벌 관광산업 전개를 성장 전략으로 꼽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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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약세에 정책적 지원이 더해지면서, 일본 관광산업에 외국 자본이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겁니다.

일본 경제전문가들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철수한 외국 자본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며 일단 반기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외국자본의 투자가 외형성장에는 보탬이 되겠지만, 일본 경제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체감 경기(서민 경제) 회복'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직 중립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숫자로서의 경제는 회복 기미를 보이는데, '서민 경제'는 요지부동인 상황이 지금의 일본 경제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여론조사에서 무려 81%가 "경기 회복을 체감하지 못한다"라고 대답할 정도입니다. 일본 민주당이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을 들고, 아베노믹스는 '격차 확대 정책'이라며 공격에 나선 이유기도 합니다. 아무리 뜯어봐도 아베노믹스는 몇년 전 한국의 'MB노믹스'와 너무 닮았습니다.

'强달러의 일본 쇼핑' 언제까지 이어질지, 또 아베노믹스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한국에도 여러가지 시사점을 던져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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