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율 저조' 평가결과 숨기고 불량방탄복 2천 벌 보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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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개인화기에 뚫린다는 논란을 빚은 불량 방탄복이 애초 시험운용에서 '생존율이 낮고 모든 면에서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군수담당 장교가 부적합 의견을 전부 빼버리고, 하지도 않은 시험평가 결과를 꾸미는 바람에 '뚫리는 방탄복' 2천여 벌이 특전사 장병들에게 보급됐습니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불량 방탄복이 임무수행에 적합하다는 내용으로 시험평가 문서를 조작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로 육군 전 모(49) 대령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습니다.

합수단에 따르면 전 대령은 특수전사령부 군수처장으로 근무하던 2010년 5월 예하부대 2곳의 '다기능 방탄복' 시험평가 결과를 거짓으로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특전사는 2009년 3공수여단 정찰대와 707대대에 문제의 방탄복에 대한 시험운용을 지시했습니다.

방탄복 성능이 대테러·침투 등 실제 작전에 적합한지 납품 전에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S사가 제작한 문제의 방탄복은 707대대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습니다.

707대대는 "방탄복 성능등급이 낮아 생존율이 저조하다. 4등급 방탄복이 권장된다"고 보고했습니다.

S사 방탄복은 NIJ(미국 국립사법연구소)가 제시한 방탄등급상 3등급(등급 숫자가 높을수록 우수)으로 북한군의 신형 개인화기인 AK-74 소총탄에 관통되는 수준이었습니다.

707대대는 또 "어깨보호대 때문에 사격자세가 나오지 않는다. 혼자서 착용할 수 없다. 신속하게 해체되지 않아 긴급상황 발생시 생존성이 낮다"며 "모든 면에서 부적합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전 대령은 부대운용시험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707대대의 이런 의견을 전부 누락하고 3여단 정찰대는 적합 의견을 낸 것처럼 꾸며 끼워넣었습니다.

실제로 3여단 정찰대는 시험운용을 하지도 않았지만 같은 부서에 근무하던 박 모(43) 중령이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해 전 대령에게 건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보고서는 특전사령관 결재를 거쳐 통과됐고 S사가 사업을 따냈습니다.

2010∼2012년 세 차례에 걸쳐 13억 원 상당 2천62벌의 불량 방탄복이 특전사에 납품됐습니다.

국방부는 지난해 국정감사 등에서 불량 방탄복 문제가 제기되자 AK-74 소총까지 방탄할 수 있도록 개선된 방탄복으로 교체 중입니다.

합수단은 S사를 압수수색하고 주변 금융거래내역을 살펴 장교들과 금품거래가 있었는지 계속 수사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전 대령과 함께 구속됐다가 지난 17일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난 박 중령도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재판에 넘길 방침입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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