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은행과 비은행권이 가계에 빌려준 돈이 64조 원 넘게 늘었습니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80%를 차지했습니다.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업무현황 자료에 따르면 시중 은행과 저축은행·상호신용금고 등 비은행권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64조3천억 원 늘었습니다.
은행권 가계대출이 37조3천억 원, 비은행권은 27조 원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 보험사·대부업체·공적금융기관 등의 가계대출은 빠져 있습니다.
가계빚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 통계인 '가계신용'에 들어가는 카드사 판매신용과 기타 금융기관 대출을 모두 합치면, 작년 말 가계신용은 1천90조 원 전후까지 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9월 말 가계신용은 1천60조3천457억 원이었습니다.
가계신용 연간 증가액이 2012년(47조6천억 원)은 물론, 2013년(57조6천억 원)도 웃돌 것이 확실시되는 것입니다.
올해 추계 인구가 5천62만 명인 점을 고려하면 국민 1인당 2천150만 원 정도의 빚을 진 셈입니다.
지난해 가계빚 증가세는 주택담보대출이 주도했습니다.
작년 8월부터 시행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금융 규제가 완화와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 수요가 늘어난 결과입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지난해 1분기 1조2천억 원 늘었으나 2분기 5조5천억 원, 3분기 10조6천억 원으로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작년 4분기에는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이 20조4천억 원 늘었는데, 이 중 주택담보대출이 18조1천억 원(88.7%)을 차지했습니다.
한 분기 만에 이렇게 큰 폭으로 증가한 적은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5년 4분기 이후 없었습니다.
직전 최고치는 부동산 폭등기였던 2006년 4분기의 12조3천억 원입니다.
비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지난해 1분기 2조6천억 원, 2분기 2조8천억 원, 3분기 1조5천억 원 등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이지 않다가 4분기 8조1천억 원 급증했습니다.
한은은 이번 업무현황 자료에서 "올해 1월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전월보다 축소됐으나 (1월이) 비수기인 점을 고려하면 증가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작년 3분기 0.7%, 4분기 0.6% 등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러나 한은은 금융안정에 유의하고자 지난해 11월부터 가계부채 동향을 상시 점검하는 '가계부채 점검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가계부채 상황을 정밀하게 파악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은은 오는 3월 중 증권사 애널리스트, 채권 운용자 등 금융시장 참가자와 학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자문회의'를 만드는 등 시장과의 소통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오늘(23일) 국회 보고에서 "앞으로도 기준금리는 성장세 회복을 지원할 수 있도록 완화적 정책기조를 유지하되 금융안정에도 유의하는 방향으로 운용해 나갈 방침"이라며 지난 17일 기준금리 결정 직후 제시한 향후 정책 운용 기조를 재확인했습니다.
이 총재는 양적완화 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기재위원의 질문에 "경제 상황이 어려워진다면 (기준)금리로 대처해야 한다"고 답하고, 기준금리 방향에 대해서는 "한 방향으로 말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총재는 "(한은은) 금리가 주된 수단이지만 금융중개지원대출 등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기준금리 이외에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지원 등 다른 통화정책 수단을 확대할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