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부인 빈소에 드물게 온종일 '초당적' 조문 행렬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김종필(89) 전 국무총리(JP)의 부인 고(故) 박영옥(86) 여사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22일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여야 정치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조문객의 발길이 종일 이어졌다.

최근 정치인들의 상가에는 같은 진영 쪽 인사들의 조문 쏠림현상이 두드러졌지만, 김 전 총리의 경우에는 비교적 여야 고르게 조의를 표했다.

김 전 총리가 오랜 정치역정에서 여야를 넘나들며 외연을 넓혀왔던 게 하나의 요인으로 꼽혔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40분께 빈소에 도착해 영정사진을 쳐다보며 눈물을 흘렸다.

휠체어를 탄 김 전 총리는 빈소 옆 작은방에서 온종일 문상객을 일일이 맞았고 입관식을 지켜본 뒤 저녁 9시20분께 귀가했다.

이날 오전 10시20분께 빈소를 찾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조문 후 김 전 총리와 내실에서 대화를 나누며 40분가량 머물렀다.

김 실장을 만난 김 전 총리는 "처음엔 별거 아니라고 했는데 열어보니까 말기였고 반년 이상 지탱을 했지. 긴 거지…"라며 "(아내가) 건강했는데…. 내 65년 같이 살면서 한 번도 큰 병 앓은 일이 없었는데, 아주 못 된 병에 걸려가지고. 그런데 아주 편안하게 숨을 거뒀어요. (나보다) 몇 발짝 앞서서 간 거죠"라고 말했다.

'포스트 JP(김종필)'라 불리는 이완구 국무총리도 오후 2시30분께 조문하고 김 전 총리를 위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김효재 전 정무수석과 같이 오후 3시께 조문하고 김 전 총리에게 "마음이 아프시겠다"고 위로하고 환담했다.

여야 대표도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나란히 빈소를 찾았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오후 3시45분께 먼저 양승조 사무총장과 함께 조문했다.

김 전 총리가 "웬일이야. 바쁘실 텐데"라고 인사하자, 문 대표는 "얼마나 상심이 크신가. 정말 현대사에서 많은 일을 두분이 함께 겪으셨다"고 위로했다.

또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잘 하겠다. 열심히 하겠다"고 인사했다.

그러자 김 전 총리는 "그때 한 일을 돌이켜보면 아무 것도 없다. 내 묘비의 한 구절에 '이제 저 세상돼서 생각하니까 팔십구년에 내가 뭐를 남기려고 뭐를 했는지 아무 것도 없지 않으냐'고 썼다. 내 일찍이 정치인은 허업이라 그랬어. 정치인이 열매를 맺어놓으면 국민이 따먹지 정치인이 먹는거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내가 허업이라 그랬다"고 말했다.

이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당 소속 의원들과 함께 오후 4시45분께 조문했다.

김 대표는 "열심히 하느라고 하는데 국민들 마음을 편하게 못 해줘서 송구스런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고, 김 전 총리는 "아까 문 의원 다녀갔는데 각오가 대단하다"며 "박 대통령이 정상이 외롭고 괴롭고 고독한 자리인데 잘 좀 도와드리십시오"라고 당부했다.

이어 김 대표에게 "아주 걸음걸이에서부터 언사를 구사하는 태도를 내 열심히 들여다봅니다만 여유가 있어서 좋아요"라며 "대(大)여당의 지휘자니까 그런 여유가 있어야지"라고 덕담했고, 김 대표는 "총재님이 옛날에 총재하실 때 그때가 참 좋았다"고 화답했다.

이날 심대평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장,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 정진석 전 의원 등 충청권 인사들은 온종일 번갈아가며 김 전 총리 옆을 지켰다.

이한동 이홍구 전 국무총리, 김수한 전 국회의장, 조부영 전 국회부의장과 자민련 전 부총재로 한때 JP와 소원했던 김용환 전 의원, 상도동계인 김덕룡 국민동행 상임대표, 새정치연합 정대철 상임고문 등 원로 인사들도 빈소에 다녀갔다.

정치권에선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서청원 이인제 최고위원,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정두언 주호영 김영우 의원, 성완종 전 의원, 황우여 사회부총리, 남경필 경기도지사, 이병기 국정원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 양승조 사무총장, 유인태 김영록 서영교 의원 등도 첫날 조문을 마쳤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이 "회고록을 정리하고 계신가"라고 묻자 "(회고록은) 안 써요. 내용을 바꿔서 대담록으로…"라며 "회고록 하면 전부 지가(자기가) 잘했다고 떠드는 게 회고록인데 잘한 게 뭐 있어. 오죽하면 내 비석에다 '90이 돼서 돌이켜보니 89년간 뭘 남겨놓았단 말인가. 한게 없지 않으냐. 허망하다'고 썼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1997년 'DJP 연합'으로 정권 창출을 함께 도모했던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트위터에 "병환 중이시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문안 한 번 가지 못했음을 용서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적어 고인의 영면을 빌었다.

박 의원은 "여사님은 총리 공관으로, 밤 늦은 시간 신당동 자택으로 총리님을 찾아뵐 때면 저를 따뜻하게 껴안아 주셨다. 옆에 계시던 총리님께선 '저 사람은 박 장관만 좋아해'하시며 너털웃음을 웃으시며 사랑스럽게 바라보시던 총리님의 슬픔이 오죽하실까 상념에 젖는다"고 고인과 인연도 소개했다.

고인이 박정희 전 대통령 친형인 박상희씨의 장녀이자 박근혜 대통령과 사촌지간인 까닭에 박 대통령의 동생인 근령, 지만 씨도 빈소를 찾았다.

지만씨가 부인 서향희 변호사에 대해 "집사람은 배가 산만해가지고요. 쌍둥이를 임신해가지고, 숨이차가지고 다니질 못합니다"라고 하자, 김 전 총리는 "급했구먼"이라고 농담을 했다.

지만씨가 김 전 총리와 대화하던 도중 한 배석자는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동생을 부르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과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 정의화 국회의장,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등은 조화를 보내 애도를 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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