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KT&G 탈세비리 폭로한 내부 고발자의 철창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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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국내 담배업계 1위 회사가 된 KT&G에 1994년 입사한 A(45)씨.

입사 후 15년 넘게 청춘을 바쳐 일했지만 과장 직급을 단 뒤 상사와 충돌이 잦았다.

결국 인사에 불만을 품고 2011년 9월 회사를 스스로 그만뒀다.

소위 말하는 좋은 직장인 대기업 간부 직원에서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된 A씨는 먹고 살 걱정에 살아갈 날이 막막했다.

A씨는 KT&G 재직 시 재무실 산하 세무부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며 회사의 회계 업무 전반을 도맡았다.

이 때문에 회사가 탈루한 세금 규모를 비교적 상세히 알고 있었다.

'목구멍이 포도청'인 신세가 되자 A씨는 과거 자신이 몸담았던 '친정'의 비리를 무기로 회사를 협박해 돈을 뜯어야겠다고 작정했다.

A씨는 퇴직 후 한 달만인 2011년 10월 회사 인터넷 홈페이지 내 신문고에 "세무비리를 국세청과 언론사에 제보하겠다"고 협박성 글을 올렸다.

이 회사 신문고는 사장과 사장 비서만 볼 수 있도록 설정돼 있었다.

A씨의 협박에 놀란 사장은 재무실장인 B(55)씨를 불러 호되게 질책하며 사태를 해결하라고 독촉했다.

대기발령도 내버렸다.

사장의 엄벌에 놀란 B씨는 "이러다가 회사에서 잘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회사 내 다른 직원과 함께 A씨를 만나 협상을 벌였다.

결국 B씨는 세무 비리를 외부에 알리지 않는 대가로 A씨에게 2011년 12월과 2012년 12월 2차례에 걸쳐 5억원을 지급했다.

그 사이 B씨는 사태를 잘 해결한 공로를 인정받아 담배 재료를 만드는 한 계열사 사장으로 영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봉 2억원을 받는 자리였다.

그러나 이 둘이 당초 합의한 금액은 10억원이었다.

B씨가 나머지 금액 입금을 차일피일 미루자 결국 A씨는 국세청에 KT&G 세금 탈루 비리를 제보했다.

국세청은 2013년 3월 조사요원 100여명을 투입해 KT&G에 대한 기획(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 내 중수부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투입됐다.

세무조사 후 KT&G는 법인세 256억원과 부가가치세 192억원 등 448억원의 '추징금 폭탄'을 맞았다.

A씨는 내부 비리를 세무당국에 제보해 탈루된 세금을 거둬들이는 데 일조했지만, KT&G를 상대로 협박해 돈을 뜯은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뒤늦게 드러났다.

인천지검 외사부(이진동 부장검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공갈 혐의로 A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피의자는 국세청에 비리를 제보한 대가로 포상금을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 지급되지 않았지만 처음부터 협박이 아니라 정상적인 방법으로 내부 비리를 알렸다면 재판에 넘겨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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