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온 것 같아요"…명동 매장 유커들로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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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안 손님도 대부분 중국인이고 안내판도 중국어, 중국옷 입은 직원들까지…마치 중국 백화점에 온 것 같아요"

오늘(18일) 낮 뒤늦게 장인·장모께 드릴 선물을 사러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을 찾은 직장인 김 모씨(44.서울 갈현동)는 낯선 백화점 풍경에 다소 놀란 표정이었습니다.

김 씨의 묘사처럼, 중국 최대 명절 '춘제' 연휴(18~24일)가 시작된 이날 명동 백화점·면세점은 쇼핑에 나선 유커(중국인 관공객)들과 이들의 발길을 잡는 유통업체 직원들로 오전부터 북적거렸습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거의 통로를 지나는 고객 10명 가운데 7명 정도는 중국인이었고, 특히 매장 곳곳에는 아이들을 동반한 중국인 가족 단위 고객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중국어로 할인행사 등을 알리는 붉은색 안내판, 붉은 중국 전통의상 '치파오'를 입고 중국어로 유커들에게 상품을 설명하는 직원들로 백화점 안에는 빨간색이 넘쳐났습니다.

백화점 관계자는 "평소 매장에 약 30명의 중국어 통역을 두는데, 이번 춘제 기간에는 통역을 41명으로 늘리고 복장도 치파오로 통일했다"며 "이번 춘제 연휴에 중국인 고객 매출이 작년보다 50% 이상 늘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유커들도 대체로 한국 쇼핑에 만족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작년 이후 벌써 네 번째 한국을 찾은 중국인 양 양 씨(32·상해)는 "지난해 중국에 없는 핸드백·화장품·옷 등을 사갔는데 나도, 선물을 받은 지인들도 너무 만족스러웠다"며 "이번에도 화장품·옷 등을 살텐데, 3일동안 쇼핑에만 500만 원 정도를 쓸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전 9시 30분 문을 연 롯데면세점 본점(롯데백화점 건물 9~11층)도 몇 시간만에 유커들로 가득 찼습니다.

특히 설화수·라네즈·후·미샤·페이스샵·토니모리·잇츠스킨 등 국산 화장품 브랜드들이 자리잡은 9층 매장의 경우 몰려든 중국인 쇼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각 매장마다 10~20명의 유커들이 둘러싸고 직원들에게 쉴새없이 질문하며 화장품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미샤 매장 한 직원은 "춘제 전인 지난주와 비교하면 약 1.5배 정도로 중국인 손님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브랜드 매장 직원 오 모 씨(26)도 "고객의 90%이상이 중국인들로, 한 번에 10명 이상의 고객을 동시에 응대해야 할 때도 있다"며 "중국인 고객 10명이 나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중국어 사투리로 물어보면 정신을 차리기 힘들다. 여기가 한국이 아니라 중국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행복한' 고충을 털어놨습니다.

그는 이어 "유커들 상당 수는 이미 사전 조사를 통해 살 물건을 정해온다"며 "이미 중국에서 입소문이 난 한국 제품의 사진을 휴대전화 등에 담아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휴점이지만, 신세계백화점 본점 역시 지난 주말 이후 중국인 고객이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신세계 관계자는 "지난 11~16일 약 4천500명의 중국인이 다녀갔고, 21일까지(18~19일 휴점) 약 7천 명의 유커가 백화점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특히 20~21일 중국인 방문객 수가 정점에 이를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명동 유통가를 점령한 유커들의 위세에 눌려 '상대적 소외감'을 호소하는 국내 소비자들도 있습니다.

여대생 김유리(24)씨는 "명동 한 화장품 가게에 들어갔는데, 중국인 직원만 있고 한국어를 하는 직원이 없어서 당황스러웠다"며 "돈이 되는 중국인 관광객 응대에만 신경쓰고 정작 오랜동안 해당 브랜드를 애용한 한국인 뒷전인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비싸도 1만~2만 원대인 저가 화장품 브랜드 가게에서 20만 원어치를 장바구니에 담아 계산하는 중국인 관광객을 보고 놀랐다. 중국인이 없으면 명동 매장들은 문을 닫아야할 것"이라며 지나친 '유커 의존' 현상을 우려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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