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접종 했는데도 독감 걸리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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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홍콩 여행을 계획한 직장인 민 모(35) 씨는 홍콩에서 인플루엔자(독감)가 크게 유행이라는 소식에 잔뜩 긴장하고 있습니다.

뒤늦게라도 예방접종을 할까 했지만 이번에 홍콩에서 유행 중인 독감은 백신도 소용 없다는 말에 단념했습니다.

실제로 올겨울 홍콩에서 2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독감 바이러스는 현재 시판 중인 인플루엔자 백신으로는 예방이 불가능합니다.

독감 백신이 독감을 막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보건기구(WHO)는 해마다 2월경(북반구 기준)에 그해 겨울 유행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3종을 예측해 백신 성분에 포함하도록 권장합니다.

A/H1N1, A/H3N2, B형 3종의 바이러스의 아형(subtype)을 특정해 발표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백신 제조업체는 이 3종의 바이러스를 포함한 백신을 보통 3∼6월 중 생산해 그 해 겨울에 공급합니다.

그 해 유행한 바이러스가 WHO의 예측과 일치하는 경우 백신으로 독감을 완전히 예방할 수 있으나, 예측이 빗나가는 '미스매치'(불일치)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지난 겨울의 경우 B형 바이러스가 예측을 벗어나 유행했고, 올겨울에는 WHO가 예측했던 바이러스 가운데 A/H3N2의 아형이 예측과 빗나갔습니다.

이번 시즌 미국과 홍콩에서 여러 사망자를 낸 독감도 이 바이러스 때문입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올해 백신의 독감 예방 효능은 33%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홍콩의 경우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바이러스가 특히 기승을 부려 15년 만에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A/H3N2에 의한 독감 발생이 두드러지지는 않고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인플루엔자 발생 양상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으나 아직 예년 수준 이상으로 유행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홍콩의 경우 주로 새해 들어 독감 환자가 확산되기 시작했는데, 실제로 유행한 종류의 A/H3N2 바이러스를 포함한 새로운 백신은 4월 이후에야 배포될 예정이어서 확산을 신속하게 차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외에서 개발된 세포배양 방식의 백신은 이처럼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가 유행했을 때 보다 신속하게 대량 생산을 할 수 있습니다.

SK케미칼은 지난해 말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는 세 번째로 세포배양 방식을 이용한 인플루엔자 백신을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습니다.

동물세포를 사용해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세포배양 방식은 기존의 유정란 배양방식과 비교해 바이러스 배양에 필요한 특정 세포를 사전에 대량으로 준비할 수 있어 짧은 기간에 백신을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당시 WHO가 배포한 종자균주가 국내에 입고된 지 약 5개월 후에야 백신이 공급됐으나, 세포배양 방식으로는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2개월 내에 백신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이 SK케미칼의 설명입니다.

최근에 속속 개발되고 있는 '4가 백신'도 백신의 미스매치를 줄일 수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백신은 3가 백신으로 WHO가 권고한 바이러스 3종만 포함하고 있는데, 4가 백신에는 B형의 두 가지 아형을 모두 포함해 4종의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4가 독감 백신이 지난해 처음으로 승인돼 2015∼2016년 시즌부터 시판을 앞두고 있고, 녹십자와 SK케미칼도 4가 백신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입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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