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병제 주 말레이시아 대사 "AEC 출범 작업 순항"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한국업체들이 올 연말로 예정된 아세안경제공동체(AEC) 출범 이후 아세안에 진출하려면 현지 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합작투자를 염두에 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말레이시아 주재 조병제 한국대사는 17일 쿠알라룸푸르에서 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AEC 출범으로 아세안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조 대사는 아울러 경쟁 우위를 부각시키고 기술 협력과 인력양성 등을 지원하면 상당 부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정부의 대응과 관련해서는 아세안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데 이어 현재 추가 자유화 방안을 놓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AEC 출범에 대한 준비작업은 상당 부분 이뤄졌다고 말했다.

다음은 조 대사와의 일문일답.

-- 현재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AEC 출범 준비작업을 평가한다면.

▲ AEC는 일단 올 연말 출범하지만 완벽한 의미의 통합과는 거리가 있을 것이다.

아세안은 앞서 분야별 통합지표를 설정했지만 당초 시한인 올 연말까지 이를 모두 달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보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제때에 완벽한 통합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인구 6억 명이 넘는 경제 블록이 출범한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거대 경제공동체가 출범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그 자체만으로도 적잖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 아세안 경제공동체(AEC)가 출범하면 아세안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과 정책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는데.

▲ 아세안은 주변국들과의 관계에서 '아세안 중심성(ASEAN Centrality)'을 강조해왔다.

이런 기조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들도 이를 존중하고 있고 한국도 마찬가지다.

특히 AEC 출범을 계기로 아세안 중심성은 더욱 강조될 것이다.

따라서 동아시아 지역에서 아세안의 역할과 비중이 한층 커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삶의 공간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아세안은 이미 우리에게 깊숙이 다가왔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과 아세안의 교역비중은 중국에 이어 2위였고, 한국의 해외투자에서도 1∼2위를 다투고 있다.

한국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지역 역시 아세안이다.

특히 다문화 사회와 관련해서는 아세안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경제와 사회, 문화 등 각 부문에서 아세안의 비중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작년 12월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에서 아세안문화원을 부산에 설치키로 한 것은 매우 긍정적인 조치라고 생각한다.

-- 올해 아세안 의장국 말레이시아의 통합 행보에 대한 전망은.

▲ 말레이시아는 그동안 아세안의 대외 협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핵심 회원국이다.

예컨대 1990년대 초반 마하티르 총리 재임 당시 이뤄진 동아시아경제협의회와 이를 모태로 1997년에 출범한 아세안+3은 모두 말레이시아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역시 말레이시아가 아세안 의장국을 맡았을 때 출범했다.

말레이시아는 이처럼 역내 협력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올 연말 출범을 목표로 진행되는 AEC 출범에서도 말레이시아는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아세안 회원국들은 정치와 문화, 종교 등에서 매우 이질적인 요소가 많아 단일 공동체 출범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한 견해는.

▲ 아세안에는 독특한 '아세안 웨이(ASEAN Way)'가 있다.

종전대로 서두르지 않고 점진적이고도 효율적인 방안을 강구할 것이다.

아세안 10개 회원국 역시 공동체의 장점을 인식하고 있다.

주변 강대국들 속에서 스스로의 이익을 보호, 증진하는데 공동체가 나름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세안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도 같은 목소리를 내며 공조 대응 역량을 과시하지 않았나.

아세안공동체는 속도는 빠르지 않더라도 통합을 향한 기본 방향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 아세안 통합은 현재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등 3개 축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개별 부문에 대한 통합 전망은.

▲ 3개 분야 가운데 경제부문이 가장 직접적이고 체감 효과가 클 것이다.

따라서 경제부문의 통합작업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정치안보 부문에서도 상호 같은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세안국방장관회가 활성화되는 등 가시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사회문화 부문의 통합은 다소 미진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역내에서 교육과 보건, 노동자 이동 등의 통합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 AEC가 본격 출범하면 아세안에 진출하는 한국기업들의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 AEC가 출범하면 전반적인 시장 환경에 일부 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들은 현재 아세안 지역에 성공리에 진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일부 회원국에서는 반덤핑 제소에 휘말리는 사례도 있다.

실제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일부 한국기업이 이런 이유로 애로를 겪는 사례를 봤다.

이런 불이익을 최소화하려면 우선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일본, 대만기업들이 말레이시아 기업들과 합작 형태로 진출해 덤핑 논란에 휘말리지 않은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실제 100% 단독 투자도 좋지만, 외국제품의 일방적인 유입에 대한 경계 심리를 해소하려면 전략적 합작투자도 바람직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아울러 기술 지원 등 한국업체들의 비교 우위를 부각시키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대규모 투자에 나설 때는 인력 양성소, 연구개발센터 설립 등을 지원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기업이 투자하면 유익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이밖에 아세안 특정국가에 진출하려면 해당 국가 외에 아세안 전체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 그동안 아세안 회원국들은 올 연말에 AEC를 공식 출범시킬 방침임을 여러 차례 천명했다.

이에 대한 한국의 대응 준비를 평가한다면.

▲ 한국과 아세안은 이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추가 자유화 방안을 놓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협의가 마무리되면 무역 자유화 비율이 90%를 상회할 것이다.

따라서 아세안 통합에 대비한 준비작업은 상당 부분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한국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AEC 출범은 부정적인 영향보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이다.

(연합뉴스)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