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과 맞손' 엔씨…경영권·글로벌진출 '두 토끼잡기'


"두 작은 회사가 살아남으려고 손잡았습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는 17일 넷마블게임즈와 공동 사업 및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고 밝히면서 이렇게 말했다.

엔씨와 넷마블은 각각 명실상부한 국내 1위의 온라인PC, 모바일 게임 업체.

그런데도 김 대표가 굳이 '작은 회사'라고 표현한 것은 이대로는 양사의 생명력 유지 자체가 힘들어진 글로벌 경쟁 환경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글로벌 무한경쟁, 특히 중국업체들의 급성장으로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성장 지속성에 대해 수년간 의문을 품어왔다"며 "이것은 엔씨와 넷마블의 공동 과제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양사의 협력 체제는 엔씨가 글로벌 지적재산권(IP)을, 넷마블은 모바일 플랫폼을 공유해 시너지를 내는 형태로 진행된다. 엔씨가 훌륭한 게임 콘텐츠를 마련하면 넷마블은 그것을 모바일로 실어나르면서 함께 윈윈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동 퍼블리싱(유통)은 물론 크로스 마케팅과 합작회사 설립, 공동 투자에도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두 회사는 서로 지분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끈끈한 연결고리도 마련했다.

엔씨는 넷마블의 신주 10%가량을 사들이는 데 3천800억을 썼고, 반대로 넷마블은 비슷한 규모인 3천900억원에 엔씨 자사주 8.9%를 인수했다. 이로써 각각 상대의 4대, 3대 주주가 됐는데 이는 서로 리스크를 함께 나누는 '운명공동체'가 된 셈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엔씨가 최근 넥슨과 경영권 분쟁에 돌입한 만큼 이번 제휴 협약의 배경에 '자사주 소각→우호지분 확보'라는 계산도 깔렸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김 대표와 넷마블의 지분을 합하면 20%에 육박해 최대주주 넥슨의 보유량(15.08%)을 가볍게 넘어서게 되기 때문이다. 엔씨가 그동안 갖고 있던 자사주는 당장 의결권은 없지만 향후 이렇게 우호지분으로 전환돼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이날 간담회에서 방 의장은 "우리는 엔씨의 주주이기 때문에 엔씨의 세력"이라고 말해 향후 우호 지분의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업계 관계자는 "엔씨는 이번 협약으로 모바일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며 주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함과 동시에 우호지분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면서 "어찌 보면 넥슨의 맹공에 코너로 몰린 엔씨가 '신의 한 수'를 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사는 이번 제휴 협약은 단연코 넥슨과의 경영권 분쟁과는 상관없이 오래전부터 이루어진 협의의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항간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고민거리"라면서 "글로벌 경쟁 체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며 이번 협약도 그런 측면에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넷마블 최대주주인 방 의장도 "경영권 이슈에 활용되기 위해서 넷마블이 투자하고 기자회견까지 연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넷마블도 이제는 글로벌 파트너사들의 제휴신청이 쇄도하는 회사로 성장했다"고 선을 그었다.

방 의장은 넷마블의 3대 주주가 중국의 텐센트인 만큼 엔씨와의 협업체계 구축으로 인한 기술 유출 우려에 대해 "텐센트는 우리에게 그래 달라고 요구하지도 않고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며 "국내 기술은 중국에서 시스템상 호환도 되지 않을뿐더러 기술이 필요하면 훌륭한 엔지니어를 스카우트하면 되지 굳이 지분 투자를 왜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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