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옥근 前 총장 "사업할 생각 있나" 업체에 뇌물 독촉

"대통령과 군함 동승시켜주겠다" 제안…장남 등 공범 3명 함께 기소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7억 원대 수뢰 혐의로 구속된 정옥근(63) 전 해군 참모총장과 그의 아들은 대통령과 군함에 함께 시승하도록 해주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방산업체 대표에게 거액의 뇌물을 받아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옛 STX그룹 계열사로부터 7억 원이 넘는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정 전 총장을 오늘(17일) 구속기소했습니다.

합수단은 공범인 정 전 총장의 장남(38)과 그의 동업자인 해군 대령 출신 유 모(59)씨, STX조선해양의 사외이사였던 윤연(66) 전 해군작전사령관(중장) 등 3명도 함께 불구속기소했습니다.

합수단에 따르면 정 전 총장은 2008년 9월 유도탄 고속함과 차기 호위함 등을 수주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 주는 대가로 STX조선해양과 STX엔진으로부터 장남의 회사인 요트앤컴퍼니에 7억7천만 원을 제공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요트앤컴퍼니는 2008년 10월 해군이 부산에서 개최한 국제관함식의 연계행사였던 요트행사를 주관했습니다.

요트앤컴퍼니는 관함식 개최 8개월 전에 급조된 업체였습니다.

정 전 총장은 당시 특별한 직업이 없던 장남이 이 업체를 만드는 데 소요된 설립자본금과 운영자금 등 8천만 원을 직접 댔습니다.

해군 국제관함식 직전 이 업체의 법인계좌 잔고는 0원이었습니다.

관함식 진행을 총괄했던 정 전 총장은 전임 총장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배제시켰던 요트행사를 부대행사로 끼워넣고 요트앤컴퍼니를 주관사로 지정했습니다.

이어 전역 후 STX조선해양의 사외이사를 맡은 윤 전 사령관을 통해 STX 측에 요트행사 후원금 10억 원을 요구했습니다.

단발성 행사에 이 정도의 거액을 쓴 전례가 없던 STX 측이 머뭇거리자 정 전 총장의 장남은 "국제관함식을 보러 온 대통령이 탑승할 군함에 강덕수 당시 STX 회장을 동승하게 해 주겠다"면서 7억7천만 원으로 조정된 후원금을 요구했습니다.

더 나아가 정 전 총장은 윤 전 사령관을 통해 강덕수 당시 회장에게 "해군참모총장인 내가 직접 얘기했는데 STX에서 해 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앞으로 사업을 할 생각이 있습니까"라며 돈을 독촉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강 전 회장은 돈을 안 줬다가는 사업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7억7천만 원을 요트앤컴퍼니에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이 돈 중 2억9천600만 원만 행사 경비로 사용됐고, 수익금에 해당하는 4억7천400여만 원은 정 전 총장의 장남이 관리했습니다.

부친으로부터 지원받은 사업자금을 갚거나 회사 운영경비 등에 쓰고, 동업자에게 일부를 분배하기도 했습니다.

또 자신의 승용차 구매와 생활비에 보탠 돈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정 전 총장의 장남은 다른 데 쓴 돈을 요트행사 경비로 쓴 것처럼 자금 경로를 세탁했다가 범죄수익 은닉 혐의가 추가됐습니다.

그는 위장 거래처에 돈을 송금한 뒤 차명계좌로 돌려받는 수법으로 1억8천800여만 원을 세탁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STX 측은 정 전 총장에게 뒷돈을 건네면서 사업상의 혜택을 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관함식 직후인 2008년 11∼12월 차기 호위함용 디젤엔진 2기를 70억여 원에, 유도탄 고속함용 디젤엔진 18기를 735억 원에 수주했습니다.

2009년 8월에는 차기 호위함 방산업체로 지정돼 2011년 11∼12월에 호위함 4∼6번함 건조계약을 3천430억 원에 따냈습니다.

합수단은 최근 해군 정보함 사업의 납품 비리와 관련해 구속한 예비역 준장 이 모(61)씨가 무기중개업체로부터 받은 수천만 원의 돈이 정 전 총장에게 흘러갔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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