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최대 적국으로 여기는 나라는 이른바 '불량국가'로 간주돼온 북한 또는 이란이 아니라 러시아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한때 '리셋', 즉 관계재설정 정책을 통해 화해까지 모색되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거치며 다시 냉전시절의 '주적'으로 되돌아갔다는 평가입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은 최근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837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한 결과 러시아를 최대 적국으로 꼽은 응답이 전체의 18%로 1위를 차지했다고 현지시간 어제(16일) 발표했습니다.
이 같은 응답자 비율은 지난해 9%의 두 배인데다 불과 3년 전인 2012년 2%보다 무려 16%포인트 뛰어오른 것입니다. 미국의 다음 적국으로 꼽힌 나라는 북한으로 지난해 16%보다 1%포인트 하락한 15%로 집계됐습니다.
아시아 역내에서 패권확장을 기도하는 중국을 주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2%에 그쳤습니다. 2012년의 23%, 지난해의 20%에 비해 큰 폭으로 내린 것입니다.
이란을 적국이라고 여기는 응답자 비율은 2012년의 32%에서 올해 9%로 무려 23% 포인트나 하락했습니다. 양측간에 진행 중인 핵협상이 미국 내 여론에 크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갤럽은 또 이번 조사에서 러시아에 대한 미국민들의 호감도가 냉전 이후 최악의 상태로 추락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냉전 직후인 1991년에는 러시아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57%, 비우호적 여론이 33%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우호적 여론이 24%, 비우호적 여론이 70%로 나타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