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활동하는 북한 무역일꾼들 외화벌이 '고전'


북한이 외화벌이와 자국에 필요한 물품 조달 등을 위해 중국에 파견한 무역일꾼들이 대대적인 인력 교체와 갈수록 나빠지는 시장 환경 등으로 고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내 일각에서는 북한의 외부 돈줄이 막혀 2010년 남북경협 중단 이후 갈수록 심화하는 북한의 경제난이 호전되지 못하면 북한 내부는 물론 한반도 정세 불안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내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013년 12월 장성택 당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국가전복음모행위' 혐의로 처형한 뒤 지난 한 해 동안 그의 흔적을 지우는 후속 조치를 지속적으로 벌였습니다.

북한의 이인자로 중국과의 각종 경제 협력사업을 좌지우지했던 장성택이 하루아침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자 그의 측근들이 대거 포진했던 북한의 대중국 교역 라인은 일정한 시차를 두고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북한은 장성택 처형 직후 중국과의 급격한 관계 악화 등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인 물갈이를 택했습니다.

중국과 거래가 많았던 장성택 라인의 무역회사 간부들을 차례로 소환해 탄광으로 보내는 등 숙청작업을 벌이는 한편 북한 권부의 큰 이권인 대중국 무역 사업권을 재분배하고 인력을 새로 배치했습니다.

중국 동북 지역의 한 대북 소식통은 "장성택 라인 교체는 반년 넘게 치밀하고 지속적으로 이뤄져 지난해 하반기까지도 중국에 나와 있던 북한 무역일꾼들의 무더기 소환 사태가 이어졌다"면서 "이들 가운데 30%가량만 중국에 돌아오고 70%는 교체되는 큰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북중 접경 지역의 한 소식통은 "장성택 라인 교체로 물갈이된 북한 무역일꾼 수가 17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새로 중국에 배치된 인원들은 40대가 많아 예전보다 평균적으로 젊어졌고 업무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이처럼 중국 내 무역일꾼들을 인위적으로 대거 교체한 뒤 상당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력 교체로 기존에 거래했던 중국 측 인맥이 엷어진 데다 최근 중국의 눈에 띄는 경제 성장 둔화와 중국 기업과 투자자들의 대북투자에 대한 차가운 시선이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중국 내 최대 대북교역 거점인 단둥의 한 소식통은 "2010년 5·24 조치로 남북경협에서 사라진 광물, 수산물 등 일반교역과 섬유, 의류 등 위탁가공교역 대부분이 북중경협으로 흡수됐지만, 일반교역의 경우 최근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헐값 판매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무역협회는 북한의 대중국 최대 수출 품목인 무연탄의 지난해 수출액을 전년보다 17.6% 감소한 11억 3천만 달러로 집계했습니다.

북한의 대중국 무연탄 수출액이 줄어든 것은 8년 만입니다.

북한의 대중국 수출에서 비중이 두 번째로 큰 철광석 역시 지난해 전년 대비 25.7%가 줄어든 2억 1천만 달러를 기록, 2010년 이후 최소 금액을 보였습니다.

북한의 무역일꾼들은 중국에서 희토류, 무연탄, 철광석 등의 수출 목표량을 채우기에 버거운 시장 상황을 의식해서인지 이전보다 상당히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으며 단가도 과거의 70~80% 수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스모그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환경오염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국 정부는 올해 1월 1일부터 수입 석탄에 대해 유황, 수은 등 오염물질 함유량 검사 기준을 크게 강화한 상태여서 북한도 대중국 수출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당국의 공식 무역통계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북경상보 등 현재 매체들은 민간 정보제공업체 자료를 인용해 이번 조치의 영향으로 올해 1월 중국의 석탄 수입량이 1천678만 톤으로 전달보다 38.4%, 지난해 같은 달보다 53.2% 감소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핵실험 강행 등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북한이 러시아, 몽골 등과 경협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어 올해를 고비로 내년 북한의 경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면서 "일각에서는 다른 문제보다 경제난 악화가 북한 내부 안정과 한반도 정세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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