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 캐서 먹고 살았는데…" 산불 오목리주민 '허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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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오목리에서 나흘간 이어진 산불로 산림 18㏊가 잿더미로 변한 가운데 주민들이 생계 곤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불이 난 야산 바로 밑에 사는 7가구를 포함해 오목리 전체에는 22가구뿐입니다.

거동이 불편한 70대 어르신 가구를 제외하면 그나마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50대 이상 주민은 15가구입니다.

오목리는 삼척 도심에서 남쪽으로 60㎞ 정도 떨어진 산간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시골 마을입니다.

산이 높고 평지가 없어 벼농사를 지을 땅이 마땅치 않은 곳입니다.

그래서 대대로 비탈을 일궈 고구마나 들깨, 콩 등 밭작물을 심어서 자급자족해왔고, 개인 소유 산에서 송이와 약초, 고사리, 칡 등을 채취해서 먹고 살아왔습니다.

이 지역은 침엽수인 소나무와 활엽수인 참나무가 섞인 혼합림 지역으로, 자생하는 임산물이 풍부한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오목리는 산림국유림관리소와 보호 협약이 돼 있어 주민들은 국유림 257㏊에서도 무상으로 임산물을 채취해왔습니다.

국유림 보호협약은 산림을 국가와 주민이 함께 보호·관리하는 제도로서, 주민들은 일정한 구역의 국유림에서 산불방지, 도벌방지 등의 자율적인 산림보호활동을 하고, 해당 산림에서 생산되는 임산물을 무상으로 양여받습니다.

부부가 새벽 4시부터 산에 올라 8시간 고사리와 약초 등을 캐다 시장에 내다 팔면 한 달에 250만∼300만 원 정도, 일 년이면 3천만 원 정도를 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일 년에 800만 원 내외를 버는 가구도 있지만, 적거나 많거나 주민들의 주 수입원은 '산'이었습니다.

이번 산불로 폐허가 된 면적은 국유림 8㏊와 사유림 10㏊ 등 총 18㏊입니다.

주민들은 앞으로의 생계를 걱정할 틈도 없이, 불씨가 다시 살아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마을회관에 모여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정인덕(55) 오목리 이장은 "약초 캐고 칡 캐서 먹고 살았는데 지금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면서 "봄이 되면 온종일 산에 올라서 임산물 채취하는 사람들인데 앞으로 먹고살 일을 걱정하느라 할 말을 잃었다"라며 하소연했습니다.

삼척시는 국가 재난에 따른 피해 복구 지원을 받아 내년부터 피해 지역의 산림을 복구해나갈 계획입니다.

시 관계자는 "긴급 생계 지원비로 보상해줄 수 있는 성격의 재난이 아니다"라며 "사유림 재산 피해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로 실화자가 확인되면 형사 처벌 외 개인이 민사 소송을 통해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지난 8일 오후 1시 25분 발생한 강원 삼척시 가곡면 오목리 산불은 산림 18㏊를 태우고 68시간여 만인 어제(11일) 오전 10시 완전히 꺼졌습니다.

관계 기관들은 주변 밭에서 불씨가 번졌다는 주민 증언 등을 토대로 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하고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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