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을 근로자로 둔갑시켜 미용 계약학과 부정입학


산업체 근로자를 교육해 정규 학위를 수여하는 '계약학과' 제도를 악용, 학생 수십 명을 부정입학시킨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업무방해 혐의로 한 대학교 학과장 44살 유 모 씨 등 19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유씨 등은 지난 2013∼2014학년도에 수도권 소재 2개 대학교에 미용 관련 계약학과를 개설하고서 이 과정을 밟을 자격이 없는 학생 45명을 근로자로 둔갑시켜 입학시킨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계약학과제도는 근로자의 재교육을 목적으로 산업체가 대학과 운영계약을 맺고 학과를 개설, 소속 근로자를 교육하는 제도입니다.

이 과정은 일반 대학과 같은 정규 학위를 부여하며, 지난해 4월 현재 전국 134개교 542개 학과에서 1만 3천여 명이 이수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재직증명서를 허위로 꾸며 4대 보험에 위장 가입하는 등 수법으로 수능 성적 미달 등 이유로 대학 진학이 어려운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들이나 미용학원 수강생들을 미용관련 업체 16곳의 소속 근로자로 둔갑시켰습니다.

유씨는 대학교에 미용 관련 계약학과가 개설된다는 것을 알고서 학과장 지위를 받기로 하고 고교생 28명을 부정 입학시켰습니다.

동료 교수 42살 정 모 씨와 47살 김 모 씨는 겸임교수와 시간강사 자리를 각각 약속받고 이 과정에 공모했습니다.

경찰은 "학생들은 산업체와의 근로계약 해지가 제적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업체와 학원의 무리한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며 "학원은 대학 진학과 무관한 과목을 월 80만∼150만원에 듣게 하기도 했으며, 업체 측은 4대 보험료를 학생들에게 떠넘겼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정상적인 계약학과라면 산업체에서 등록금의 50%를 부담해야 하지만,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은 학생들에게 이를 받아 납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들 계약학과는 캠퍼스 밖 인근 주택가에 강의실이 개설되는 등 교육 내용도 부실해 일부 학생은 도중에 자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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