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부자 동네 '베벌리 힐즈' 한복판 '흉가'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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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베버리 힐즈는 인기 연예인들과 부유한 사업가들이 모여 사는 말 그대로 '부촌'입니다. 야자수와 열대 나무가 깔끔하게 정렬해 있는 도로를 따라 윤기 흐르는 저택들이 제각기 부(富)를 과시하면서 가지런히 들어 차 있습니다. 그런 베버리 힐즈 한복판에 흉물스럽기 짝이 없는 집 한 채가 서 있습니다. '스파데나 하우스 (Spadena House)' 일명 '

마녀의 집

'이라 불립니다.

사진에서 보듯이 외벽은 언제 허물어질지 모를 만큼 기울고 갈라져 있고 지붕을 얹은 '널'은 얼마나 오래됐는지 성한 게 하나도 없을 만큼 구부러지고 부서져 있습니다. 창문 틀은 다 떨어져 벽에 간신히 붙어 있고 마당은 온통 가시나무 밭입니다. 마치 '핸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생강 빵으로 만든 마녀 집을 연상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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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통적인 건축 방식과는 분명 다르고 그렇다고 유럽 건축 양식과도 다른 한마디로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국적 불명의 집이 왜 베버리 힐즈 한복판에 떡 하니 자리잡고 서 있을까요? 게다가 그 집에는 사람도 살고 있다는데 그는 누구일까요?

원래 이 집은 이곳이 아닌 캘리포니아 컬버 시티 (Culver City)에 지어졌습니다. 외형만 보면 최소한 300년 이상은 된 듯이 보이지만 1921년에 지어졌으니 93년 된 집입니다. 눈치 채신 분도 있겠지만 컬버 시티는 소니 영화사가 있는 영화 산업의 중심입니다. 당시 유명 영화 감독인 '해리 올리버' (1919년부터 1938년까지 30여편의 영화를 제작했고 오스카 상에도 노미네이트 됐던 인물입니다.)가 지어 주로 스튜디오 사무실과 의상실 등으로 쓰여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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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921년 무성 영화인 'The Face of the World'의 영화 세트로도 이용됐는데 그 이후에는 영화 산업이 휘청거리면서 스튜디오가 문을 닫았고 1925년에 부자인 '스파데나'가 그 집을 통째로 사들여 현재의 위치로 그대로 옮겨와 살았다는 겁니다. (1934년에 옮겨 왔다는 설도 있습니다. 또, 1960년대에 소유주가 한 번 바뀌었는데 그 사람도 그 집의 외형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살았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70여년이 지난 1997년에 그 집이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나왔는데 큰 문제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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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업자인 마이클 리보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그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 집을 허물고 새로 집을 짓고 싶어했어요. 그런데 집 주인은 고집스럽게도 그 집을 허물려는 사람에게는 그 집을 팔지 않겠다고 단서를 붙인 거예요. 도무지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던 거죠."

그런데 리보는 그 집을 구매 희망자들에게 보여줄 때마다 마치 마법에 걸린 듯 서서히 그 집에 매료돼 갔습니다. 리보 역시도 그 집을 허물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 불현듯 스치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냥 내가 확 사버릴까? 안 될게 뭐 있겠어? 그래 한번 뛰어들어보는 거야. 큰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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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보는 곧바로 그 집을 사서는 10년에 걸쳐 조금씩 개조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낡은 부분을 고쳤지만 기본적인 컨셉트는 '동화 속 집'이라는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보수했습니다. 집 안에 있는 식탁도 커다란 나무 밑동을 그대로 옮겨다가 만들었고 복도도 마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호빗 족 집처럼 구불거리는 형태를 그대로 살렸습니다. 외벽과 내부가 족히 수백 년 된 듯이 보이도록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도색작업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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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013년 그 '마녀의 집'은 베벌리 힐즈의 랜드 마크로 공식 지정됐습니다. 그리고 하루에도 몇 번씩 관광객들을 실은 버스가 이 집 앞을 지나면서 관광객들에게 좋은 사진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다만, 관광객들은 이 집 안에는 들어갈 수 없어 집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볼 수 없습니다.) 결국, 리보의 생각이 적중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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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에 난 이 기사를 읽으면서 궁금한 점 하나를 해소할 수 없었습니다. 리보가 과연 이 집을 얼마에 샀는지? 그리고 현재 가치는 얼마인지?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여기저기 인터넷을 뒤져 봤지만 구매 액수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건물의 크기가 3천5백피트 그러니까 330제곱미터이고 앞서 설명한 이 집에 담긴 오랜 역사와 스토리를 알 수 있게 됐습니다.

여하튼 그 가격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으나 만일 원래 집주인이 고집을 꺾고 조건 없이 팔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아마도 지금쯤 다른 건물이나 집과 별반 차이 없는 부를 과시하는 시멘트 덩이로 남았을지 모를 일입니다. 그 집의 원 모습 그대로 보존하려는 리보의 결심이 있었기에 베벌리 힐즈 한복판에서 연일 많은 관광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하는 지역 명소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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