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슈퍼 태풍, 얼마나 더 강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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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태풍'은 태풍 중심에서의 최대 풍속이 1분 평균 130노트(knots)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괌에 있는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 Joint Typhoon Warning Center)에서 정한 것으로 미터로 환산할 경우 중심 최대 풍속이 초속 약 67m(=시속 241km), 마일로 환산할 경우는 시속 약 150마일 이상인 경우다. 사피르-심슨(Saffir-Simpson) 허리케인 등급으로는 카테고리 4가운데 강한 것과 카테고리 5에 속하는 허리케인이 슈퍼 태풍에 해당된다.

지난 2005년 8월 하순에 미국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플로리다를 강타해 2만 5천명의 인명피해를 낸 허리케인 '카트리나(Katrina)'가 대표적인 슈퍼 태풍이다. 당시 가장 강하게 발달했을 때 중심에서는 1분 평균 초속 73m의 강풍이 불었다.

기상관측사상 가장 강력했던 슈퍼 태풍은 지난 1979년 발생한 태풍 '팁(Tip)'이다. 1979년 10월 4일 괌 남동쪽인 미크로네시아 폰페이(Pohnpei) 섬 부근에서 발생해 10월 19일 일본 남부에 상륙한 태풍 팁은 가장 강하게 발달한 시점인 10월 12일 중심기압은 870hPa(헥토파스칼)까지 떨어졌고 특히 중심에서는 1분 평균 초속 85m, 10분 평균으로는 초속 72m(=140노트)의 강풍이 몰아쳤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관측한 해면기압(sea level pressure) 가운데 가장 낮았고 바람은 가장 강했다. 크기 또한 엄청나 가장 크게 발달했을 때 직경이 2,200km 정도나 됐다(자료:기상청, NOAA,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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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 가운데 바람이 가장 강했던 태풍은 2003년 9월 12일 남해안에 상륙했던 태풍 '매미'로 당시 제주에서는 일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60m나 됐다. 물론 당시 10분 평균 최대 풍속은 95노트로 초속 49m 정도였다(자료:기상청).

지금까지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전체적인 태풍 발생 수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강한 태풍은 더욱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신 약한 태풍은 줄어들 전망이다(Laliberte et al, 2015). 그렇다면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21세기에 얼마나 강력한 슈퍼 태풍이 발생할 수 있을까?

일본 연구팀이 21세기에 얼마나 강력한 슈퍼 태풍이 발생할 것인지에 대한 논문을 학회에 발표했다(Tsuboki et al, 2015).

연구팀은 1979년부터 1993년까지를 현재 기후로 그리고 2074년부터 2087년까지를 21세기 미래 기후로 가정하고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슈퍼 태풍의 강도를 알아보기 위해 우선 관측 자료와 지금까지의 이론, 그리고 수평 격자 간격이 20km인 기후 모형을 이용해 현재 기후와 미래의 기후를 만들었다. 이어 현재와 미래 각각의 실험에서 만들어진 강력한 태풍 상위 30개에 대해서 수평 격자 간격이 2km로 작아진 보다 정밀한 모형을 이용해 기후 상황을 더욱 자세하게 시뮬레이션 하는 방법(downscaling)으로 슈퍼 태풍을 만들어 냈다. 미래 기후는 앞으로도 지구 전체의 경제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화석연료 및 재생에너지에 의존해 빠르게 성장하는 경우를 가정했다.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만큼 지금처럼 계속해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A1B 시나리오를 적용한 것이다.

실험 결과 각각의 30개 태풍 가운데 현재 기후에서는 3개가 슈퍼 태풍으로 발달한 반면에 미래 기후에서는 12개가 슈퍼 태풍으로 발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 기후에서는 슈퍼 태풍이 지금보다 몇 배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장 강력하게 발달한 시점에서 미래 슈퍼 태풍 12개의 중심 기압은 평균 883hPa, 중심 최대 풍속은 평균 초속 76m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현재 기후에서는 슈퍼 태풍의 중심 기압이 최고 877hPa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미래 기후에서는 중심 기압이 최고 857hPa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중심에서의 최대 풍속은 현재 기후에서는 초속 77m까지 강해지는 반면 현재와 같은 추세로 기후 변화가 지속될 경우 미래에는 최고 초속 88m의 강풍을 동반한 슈퍼 태풍도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래의 슈퍼 태풍은 현재의 슈퍼 태풍보다 중심기압은 최고 20hPa이나 더 떨어지고 풍속은 최고 초속 14m나 더 강해지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로 볼 때 미래에는 중심에서 초속 90m의 강풍이 몰아치는 슈퍼 태풍도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21세기에는 시속 324km의 강풍을 동반한 슈퍼 태풍도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태풍은 인간에게 수자원을 공급해주는 고마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강력한 슈퍼 태풍이 몰아칠 경우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경우처럼 수 만 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태풍이 가장 강력하게 발달하는 위치가 점점 더 고위도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슈퍼 태풍이 당장 한반도로 북상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한반도에 다가오는 태풍이 점점 더 강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방재나 국토 개발 계획을 세울 경우, 특히 정책결정자는 반드시 기후변화와 슈퍼 태풍에 대한 이해와 대비가 필요하다.

<참고> 흔히 태풍이라고 부르는 열대성 저기압(Tropical Cyclone)은 발생 지역에 따라 태풍(북서태평양), 허리케인(대서양, 북동태평양, 멕시코 만), 사이클론(인도양, 호부 부근)처럼 이름도 달라진다. 중심 최대 풍속도 미국은 보통 1분 평균 최대 풍속을, 한국과 일본은 10분 평균 최대 풍속을 발표한다.

<참고문헌>

* Kazuhisa Tsuboki, Mayumi K. Yoshioka, Taro Shinoda, Masaya Kato, Sachie Kanada, and Akio Kitoh, 2015: Future increase of supertyphoon intensity associated with climate change, Geophysical Research Letters, DOI:10.1002/2014GL061793

* F. Laliberte, J. Zika, L. Mudryk, P. J. Kushner, J. Kjellsson, K. Doos, 2015: Constrained work output of the moist atmospheric heat engine in a warming climate. Science, DOI:10.1126/science.1257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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