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이 없어요"…전국 120여 학교 올해 입학식 못해


"올해도 새내기들이 없어 입학식은 못합니다."

각급 학교가 올 입학식을 앞두고 있으나 전국 120여 개 학교는 이같은 입학식을 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해마다 출산율이 낮아지고, 농촌 주민이 도시로 떠나면서 '신입생'이 한 명도 없기 때문입니다.

전교생이 갈수록 줄면서 전국 곳곳의 적지 않은 학교가 폐교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으나 교육당국은 지역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학교를 살리고 해당 지역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 되살리기'에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남단에 있는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초등학교는 올해 졸업생은 물론 입학생도 없어 졸업식뿐 아니라 입학식도 못합니다.

주민이 학생 유치를 위해 집 빌려주기 등을 벌여봤지만 '신입생 유치'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인천시 강화도 부속섬인 볼음도에 있는 서도중학교 볼음분교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신입생이 없습니다.

3학년에 진급 예정이던 학생 1명마저 전학을 가 학급 편성도 하지 않았습니다.

인근 주문도에 있는 서도중학교도 지난해와 같이 올해 1명만이 입학할 예정입니다.

이들 학교에서는 적어도 올해에는 예전과 같이 많은 학부모가 지켜보는 가운데 형과 누나들의 박수를 받으며 입학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기 어렵게 됐습니다.

농산어촌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은 "'신입생 모시기'를 위해 발벗고 뛰고 있지만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며 "그 많던 학생과 젊은이들은 다 떠나고 백발의 어른들만 계시니…"라며 씁쓸해했습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의하면 올해 신입생이 한 명도 없는 전국의 학교는 120여 곳이나 됩니다.

신입생 없는 학교가 지역별로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늘었습니다.

일부 지역은 3월에 정확한 숫자를 파악할 수 있어 그 수는 더 늘 것으로 보입니다.

입학생이 '0명'인 학교는 전남 47개교, 강원 19개교, 경북 15개교, 전북 8개교 등입니다.

주로 거주 인구가 적거나 경제구조가 취약해 이농현상이 많은 농산어촌 지역 학교들입니다.

대부분 초등학교이고, 90%가 본교가 아닌 분교입니다.

특히 전남은 본교 5곳과 분교 42곳 등 47곳에서 신입생이 없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3배가량 늘어난 수치며, 중학교도 5곳이나 포함됐습니다.

충남 보령시에도 8개 학교가 입학생이 없어 입학식을 열지 못합니다.

또한 입학생이 달랑 '1명'인 학교도 전국에서 13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같이 신입생이 없거나 소수에 불과한 것은 낮은 출산율, 생계와 일자리를 위한 이농, 열악한 교육여건으로 인한 이주 등 때문으로 분석됐습니다.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시골에 있는 소규모 학교에서 학령인구 자체가 없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이농현상 등으로 아기 울음소리 들리는 젊은 가구가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일부에서는 학교 운영의 효율성을 높인다며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으나 "지역사회의 구심점이 없어지고 기존 학생들의 교육여건이 악화된다"고 주장하는 학부모와 지역주민, 동문의 반발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보 성향의 교육감을 중심으로 일부 교육청은 작은학교 살리기, 농산어촌 학교 활성화, 거점학교화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학교 되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학생 수가 늘어 '폐교 위기'를 극복하는 학교도 나오고 있습니다.

땅끝마을인 전남 해남군 송지초등학교 서정분교는 2003년 발전기금으로 통학버스를 마련, 40km나 떨어진 해남읍내 학생들을 태워와 전교생이 당초 5명에서 80명으로 늘었습니다.

학교는 가족 캠핑, 농사와 채소 가꾸기, 외발 자전거 타기, 목공예, 바이올린 등의 다양한 활동을 마련했습니다.

제주시 구좌읍 송당초등학교는 인근에 무상 임대주택 12채를 지어 빌려준 덕에 초등학생 자녀를 둔 12가구를 한꺼번에 유치, 학생이 45명에서 62명으로 늘었습니다.

부산 기장군 어촌마을에 있는 죽성초등학교 역시 2011년부터 학교버스에서 영어 DVD를 들려줘 듣기훈련을 돕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농어촌 소규모 학교 살리기를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교육청, 정부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 구성원이 함께 나서고 지속적인 정부 예산지원이 뒤따라야 비로소 우수한 교육환경이 조성돼 교육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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