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장관 지명자 별칭은 '민주당의 딕 체니'

미국 본토 '핵공격' 가능성 거론하며 '강경대응' 강조


금주 중으로 미국 상원의 인준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 지명자가 '민주당의 딕 체니'라는 새 별칭을 얻고 있다.

적국이 핵폭탄을 비롯해 대량살상무기로 미국 본토를 공격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조성하면서 군사적 대응태세를 강조하고 필요할 경우 강경수단을 구사하려는 방식이 닮았다는 것이다.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9일(이하 현지시간) '민주당의 체니'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카터 지명자는 '닥터 둠'(Dr. Doom)"이라며 "장관이 될 경우 대재앙에 대한 전례 없는 전문지식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닥터 둠은 통상 경제전망을 부정적으로 예견하는 비관론자들을 지칭하는 말이지만 안보적으로는 핵재앙 등으로 인해 파멸에 이를 것을 자주 경고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카터 지명자가 이 같은 별칭을 얻은 것은 지난 20년간에 걸쳐 미국 본토를 겨냥한 핵폭탄 공격의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탓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네오콘'의 대부였던 체니 전 부통령도 9·11 테러 이후 적국의 대량살상무기 공격이 미국인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라는 공포감을 조성하면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카터 지명자는 훨씬 더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재앙적 핵테러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는게 외교소식통들의 지적이다.

카터 지명자가 지난 2007년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과 함께 발간한 '그날 이후: 미국 도시를 겨냥한 핵공격에 따른 행동'이라는 제목의 정책보고서는 마치 할리우드 스릴러물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공포의 시나리오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핵공격을 받은 미국 도시내 시민들의 대규모 탈출, 고속도로 폐쇄, 또다른 도시의 파괴를 막기위한 테러리스트와의 협상, 미국 수도인 워싱턴DC 공격에 따른 비상 정부기구 설치 등 가상적 행동계획이 담겨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폴리티코는 "카터 지명자가 체니 전 부통령의 매파적 시각을 항상 공유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래전부터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해왔다"며 "카터 지명자는 1990년대 중반부터 우발적 핵전쟁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카터 지명자는 1998년 필립 젤리코 버지니아대 교수, 존 더치 전 국방차관과 함께 '포린 어페어스'에 낸 공동기고문에서 "재앙적 테러 행위는 미국 역사의 분수령과 같은 사건이 될 것"이라며 9·11 테러를 예언하는 듯한 글을 쓰기도 했다.

핵 물리학자 출신인 카터 지명자는 최근 들어 보이지 않은 감마선 공격이 전자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폴리티코는 카터 지명자가 지난 2006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이용해 미국 본토를 공격하기 전에 북한을 '선제타격'해야 한다고 주장한 점에 주목했다.

카터 지명자는 당시 페리 전 장관과 함께 쓴 보고서에서 "선제타격에는 위험이 따르지만 북한의 위협 앞에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데 따른 위험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카터 지명자는 지난 4일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 청문회 자리에서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직접적으로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논리를 폈다.

다만 이번에는 선제타격이 아니라 본토 방어에 필요한 MD(미사일 방어) 체계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간 무기업계와도 가까운 카터 지명자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펜타곤의 군수조달과 기술업무를 총괄해와 MD 문제에 정통하다는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카터 지명자의 친구인 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 벨퍼센터 국장은 "카터 지명자는 단순히 '경고주의자'가 아니라 '근거있는 실용주의자'"라고 주장하고 "과학소설과 같아 보이는 광범위한 위험에 대해 매우 정확히 알고 있다"고 밝혔다.

카터 지명자는 금주 중 상원 전체회의에서 인준을 받은 뒤 내주부터 국방장관으로서의 공식 업무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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