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립대, 캠퍼스서 '고운 말 쓰기' 운동 전개


미국의 한 공립대학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캠퍼스에서 '고운 말 쓰기' 운동을 전개해 시선을 끈다.

9일(현지시간) 대학 관련 소식을 전하는 매체인 칼리지 픽스에 따르면, 미시간 대학은 지난해 9월부터 1만6천 달러를 투입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삼가고 고운 말을 쓰도록 학생들에게 권유하는 홍보 전단을 제작하고 있다.

대화에서 지양해야 할 표현은 '미쳤다, 제정신이 아니다'(crazy, insane), '지능이 떨어지는'(retarded), '동성애자, 성전환자 또는 복장 도착자'(gay, fag, tranny), '암캐'(gypped), '빈민가'(ghetto) 등이다.

'죽고 싶다'(I want to die)나 '시험 망쳤다'(That test raped me)와 같은 표현도 실제 자살을 시도했거나 성폭행을 당한 사람에게 공격적일 수 있다는 뜻에서 피해야 할 표현으로 지목됐다.

릭 피츠제럴드 미시간대학 대변인은 "학생들이 자신의 말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고 긍정적인 학내 분위기 조성을 유도하고자 이런 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 측은 교정을 돌아다니는 학생들이 한 번씩 보고 생각할 수 있도록 '당신의 언어는 소중하다. 만약 내가 가난한 집에서 자랐다는 사실을 당신이 알았다면 내게 '빈민가 출신'이라는 말을 계속 사용할 것인가'라고 묻는 포스터를 곳곳에 붙여놨다.

이 학교 2학년생인 키다다 멀로이는 지역 신문 미시간 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고운 말 쓰기 운동은 교육적인 측면을 강조해 학생들의 언어습관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면에서 좋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존경을 기대하라'와 '더 나은 사람이 되자'와 같은 학내 단체도 대학 기숙사에 사는 학생들이 고운 말 쓰기 운동 워크숍에 참석하도록 독려하며 캠퍼스에 존경의 문화가 뿌리내리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일부 학생은 이런 학교의 정책이 자유로운 토론을 비롯한 언론 자유와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지에 의문을 품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고운 말 운동은 통제가 아닌 교육적인 목적으로 도입됐다"면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존중하면서 더욱 건설적인 담론을 형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미시간대학의 고운 말 쓰기 운동처럼 특정 계층에 대한 부정적인 어휘와 성별 차이를 강조하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자는 움직임을 '포괄적 언어 운동'(Inclusive Language Campaign)이라고 일컫는다.

메릴랜드대학도 문화 다양성에 기초해 3년 전 1만 5천 달러를 투자해 이와 비슷한 운동을 벌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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