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강원래 "힘내란 말 매일 듣다 보면 불편해지기도…"

대담 : 가수 강원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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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대한민국은 압축 성장을 이룩하며 숨 가쁘게 앞으로만 달려왔는데요. 그 결과,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고 서로 배려하지 못해서 다양한 사회 문제가 벌어지기도 했죠.

저희 SBS는 올 한해 '배려, 대한민국을 바꿉니다' 이런 캠페인을 펼치고 모두가 함께 행복한 사회를 위해 지혜도 모아보면서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희 이 프로그램에서도 월요일 이 시간, 배려 문화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가수 강원래 씨 전화 연결해서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배려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강원래 씨, 안녕하세요?

▶ 강원래/가수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오랜만이네요. 요즘 상당히 건강해 보이시던데요? 

▶ 강원래/가수

예예.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TV 보니까 아들 때문에 정말 행복한 나날 보내고 계시던데, 아이 이름이 '선'이죠?

▶ 강원래/가수

예. '강선', 태양을 뜻하기도 하고 아들을 뜻하기도 하고 좀 베풀면서 살라고 베풀 선자 써가지고 그렇게 지었어요.

▷ 한수진/사회자:

이름 잘 지으셨네요. 선. 지금 자고 있겠네요.

▶ 강원래/가수

지금 자고 있어서 아내하고 같이…

▷ 한수진/사회자:

어렵게 아이를 얻으셨다는 뉴스를 들었는데, 아이가 정말 예쁘시겠어요?

▶ 강원래/가수

요즘 한 8개월 정도 됐거든요. 근데 아직까지는 아빠, 엄마 정도만 이야기하고 잘 걷지 못하는데 참 예쁜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은 힘들긴 힘들지만 애 키우는 게, 그래도 가끔 가다 웃어줄 때 보면 행복하고 행복이 이런 거구나라는 걸 느끼면서 살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 강원래 씨께서 불의의 사고를 당하신지가 벌써 한 10년 정도 된 것 같네요?

▶ 강원래/가수

2000년도에 사고가 났으니까 벌써 15년째 접어들고 있죠.

▷ 한수진/사회자:

훨씬 더 오래되셨군요. 그 후로 여러 가지 우여곡절도 많이 겪으시고 힘든 일이 많으셨죠?

▶ 강원래/가수

우여곡절이라기보다도, 많이 혼자서 힘들었던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은 저를 그렇게 힘들게 안 봤는데 저 혼자서 굉장히 힘들고, 조금 소외된다는 느낌을 갖고..

흔히들 중도장애를 갖게 되면 한 네 단계를 거친다고 그래요. 처음에는 부정을 하고, 아니면 '나을 수 있다', 그 다음에 그게 분노 단계로 넘어가서 화가 나고 짜증이 나고 열 받고 막 욕하게 되고, 그러다가 또 좌절, 힘드니까 죽어버릴까 막 그런 생각도 하게 되고, 결국에는 이제 수용이란, 부정-분노-좌절-수용 이 네 단계를 거치는데, 한 몇 년을 그냥 보냈던 것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강원래 씨도 이런 단계를 다 거치셨어요.

▶ 강원래/가수

그게, 거치는 게 정상이더라고요. 처음부터 장애인이 됐는데 '와 기쁘다. 장애인이 됐네' 이렇게 하는 게, 그게 비정상이 아닐까요?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그걸 받아들이는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리고 또 힘든 과정을 겪겠죠.

▶ 강원래/가수

한 5년 만에, 2005년도에 클론 5집을 내면서 다시 무대에 섰죠. 한 4,5년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그렇게 부정, 분노.. 화내고 그랬던 시기가요.

▷ 한수진/사회자:

저희가 지금 우리 사회의 배려 문화에 대해서 매주 이 시간 고민해 보고 있는데요. 장애, 또는 장애인과 관련해서 우리 사회가 좀 고민해봐야 될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을 말씀해주시겠어요?

▶ 강원래/가수

'배려'라는 단어도 이제는 조금은 긍정적인 의미로 쓰지만, 그 배려라는 자체도 어떻게 보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착한 일을 한다'는 그런 개념이기 때문에 '장애인은 무조건 도와줘야 된다' 그런 느낌의, 일단은 장애인 입장에서는 약간은, 요즘 흔히 말하는 '갑질 논란'하고 비슷한 의미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배려'라는 단어도 어떻게 보면 '갑이 을에게 뭘 도와준다'라는, '위에서 그냥 내려다 본다'는 그런 느낌을 갖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조금 불편해 하고 그런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흔히 얘기하는 그냥 '예의', 그런 거였으면 좋겠는데 '무조건 도와줘야 된다. 불쌍하게 봐야 된다'라는 그런 의미 때문에 서로가 좀 불편해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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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래 캡쳐_640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공동체로서 누구나 누려야 될 배려나 예의나 그런 수준이 아니라, 동등한 위치가 아닌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 강원래/가수

그렇죠. 저도 대한민국 사람입니다만, 서양 사람들이 길을 물었을 때하고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길을 물었을 때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하는 게 달라요.

▷ 한수진/사회자:

좀 그런 점이 있죠?

▶ 강원래/가수

그런 느낌인 거죠. 어떻게 보면 장애인을 대하는 느낌이 약간은 그런 느낌도 없지 않아 있어요.

'우리가 잘못한 게 아닌데, 네가 잘못해서 장애인이 된 건데, 또는 부모가 잘못해서 너를 낳은 건데, 왜 우리가 동등하게 낸 세금을 너희한테 쓰느냐' 이런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없지 않아 있어요. 

▷ 한수진/사회자:

그건 정말 나쁜 생각인 것 같고요. 잘못된 생각이죠.

▶ 강원래/가수

그런 사람이 간혹 있기 때문에, 그런 게 좀 힘든 거죠. 

▷ 한수진/사회자:

어쨌든 무조건 좀 도와드려야 된다. '좀 도와드릴까요?' 이렇게 먼저 손을 내미는 것도 어떤 상황에선 그렇게 편하지만은 않으시다는 말씀이신 거죠.

▶ 강원래/가수

아뇨. 그게 차라리 더 나아요. '도와줄까요' 그것도 괜찮은데, 그냥 무작정 와서 팔을 잡는다든가.. 한 시각장애인들의 표현에 의하면, 지팡이를 잡고 길을 가고 있는데 갑자기 팔을 잡아당기면 뱀이 와서 무는 듯한 느낌이래요.

그러니까 먼저 와서 '저기 제가 좀 도와 드릴까요' 하면 '아유, 괜찮아요' 그러면 진짜 괜찮은 건데, 우리나라 사람들 정이 많아서 그런지 'I'm OK'가 좀 이해가 안 되는 것 같아요. 'I'm OK' 그러면 외국 같은 경우는 'Yes' 혹은 ' Have a good day'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데 우리나라는 내가 'I'm not OK'예요.

도와주려는 사람이. 아 내가 불편하니까 어떻게 해서든 도와줘야겠다고. 도와주는 사람이 편해야지 도움을 받는 장애인들도 편하다라는 그런 느낌을 갖는 거죠. 정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그런 의식을 갖고 있는 거 같아요. 장애인이 먼저 도와달라고 했을 때는 도와주고, 괜찮다고 하면 괜찮은 거고요.

시각장애인이라든가 청각장애인이라든가 이런 장애인들을 너무 다른 사람 보듯이 보지 말고 그냥 친구처럼 대해주고, 또는 동료처럼 대해주고.

처음 만났을 때는 단점보다는 장점을, 예를 들어서 저를 만나더라도 '강원래 씨, 오늘 신발이 예쁘네요' 이렇게 얘기해 주시면 되는데 '교통사고 언제 났죠? 아이고 아직도 못 걸어요? 아이고 어떡해요 불쌍해서' 이런 시각이 장애인을 좀 더 마음 아프게 하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자꾸만 힘내세요 힘내세요 하는 것도 어떤 상황에선 좀 듣기가 불편하죠.

▶ 강원래/가수

저도 매일 듣다 보면 약간 불편할 때도 없지 않아 있죠. 힘 있는데.

▷ 한수진/사회자:

충분히 힘내고 계신데 말이죠.

▶ 강원래/가수

힘은 센데 제가.

▷ 한수진/사회자:

'다정스러운 무관심'이란 말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무조건 돕겠다' 그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함부로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얼마든지 할 수 있도록 다정한 무관심을 보여주는 것. 이런 게 진정한 배려가 아닌가, 말씀 듣다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 강원래/가수

그렇죠. 일단은 어렸을 때부터 학교를 같이 다녀야 되고, 우리 반에서 몸이 불편한 친구가 있었기에 '아 내가 나중에 혹시라도, 저런 동료를 만나게 된다면 이런 배려가 필요하겠구나, 이런 도움이 필요하겠구나, 또는 이런 약간의 무관심도 필요하겠구나'라는 걸 어렸을 때부터 배워야 되는데 배우지 않고 무조건 사회에서부터 만나다 보니까 그런 비장애인과 장애인 간의, 그런 담이 생기는 것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교육 같은 게 필요하다 그런 말씀이시군요.

▶ 강원래/가수

그렇죠. 어렸을 때 그런 게 있었으면 '저 친구, 휠체어 탄 친구들에겐 계단이 필요하니까 우리가 어느 정도 도움이 있어야겠다. 또 그런 친구들을 위해서 소파를 좀 경사가 있는 곳이라든가 턱이 없는 곳을 만들어야 된다' 그런 걸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배워야 되는데 그걸 지금 너무 캠페인적으로 '우리 모두 도와줍시다' 이런 식의 캠페인이다 보니까 '우리나라에 장애인이 어디 있어?'라는 그런 인식이 더 강해진 것 같아요. 장애인들이 굉장히 많이 살고 있는데 그들이 불편해서, 또 시선이 불편해서 안 나오는 것뿐이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요즘 보면 그래도 이렇게 통합교육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더라고요.

▶ 강원래/가수

그나마 다행이죠.

▷ 한수진/사회자:

저희 아이도 초등학교 4학년인데 같은 반에서 교육을 받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참 보기가 좋더라고요. 확실히 아이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요.

근데 또 어떤 뉴스 보면 '학교에서 장애 학생 한 명을 위해서 엘리베이터 설치하거나 계단 구조 바뀌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면 '이거 뭐 필요한 인원 대비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긴 있는 것 같더라고요.

▶ 강원래/가수

그런데 그게 당연히 만들어져야 되는 건데요, 한 번은 외국에서 온 아주 유명한 휠체어 탄 전신마비 장애인인데도 미국에서 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에게 제가 한 번 물어봤어요.

휠체어가 너무 멋지길래, 그 휠체어 얼마 정도 하냐고 그러니까, 가격을 몰라요. 나라에서 그냥 지원이 나오는 거예요.

그러면서 그 친구 하는 말이 '강원래 씨 집 앞에 혹시 신호등 있어요?'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우리 집 앞에 신호등 있죠. 사거리가 있으니까' 그러니까 '그 신호등이 얼마인 줄 아세요?' 물어보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모르죠.

▶ 강원래/가수

'저는 모르죠. 나라에서 당연히 하는 거니까', '그거하고 똑같이 우리도 의료기기를 그렇게 지원받는다'라는 거죠. 그래서 저는 '아 저런 나라가 선진국이구나'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휠체어를 원하는 건 아니잖아요. 아무나 시각장애인용 지팡이를 원하는 것도 아니고,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그런 곳에서 의료보험제도가 되는 건데 우리나라는 그런 거에 대해서는 아직 한참 좀 멀지 않았나 그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그렇네요. 그게 바로 또 선진국이군요. 장애인 배려하고 장애인에게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 이게 바로 또 한 사회의 성숙과 관계가 있는 거죠? 오늘 마무리 말씀 좀 해주십시오.

▶ 강원래/가수

일단은 장애라고 해서 너무 배려라기보다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그리고 우리 아이, '강선'이라는 이름의 아이가 뚱뚱하다는 이유로, 못생겼다는 이유로, 키가 작다는 이유로,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교육을 못 받고,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그런 나라가 아닌, 잘 움직이고 잘 배우고 그럴 수 있는, 누구나 다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되길 바랍니다. 그런 나라에서 살고 싶어요 저도.

▷ 한수진/사회자:

네. 정말 그런 나라가 빨리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강원래/가수

네 고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가수 강원래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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