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역설…5만 원대 디저트·7천원대 커피 '불티'

백화점 디저트류 매출도 11~29%↑…'팍팍한 삶에 대한 스스로의 위로'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불황 속에 전반적으로 소비가 크게 위축됐지만, 값이 비싼 고급 디저트·커피·초콜릿 등은 오히려 더 잘 팔리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팍팍한 사회·경제 환경 탓에 큰 사치는 누리지 못하더라도, 먹을 것만큼은 프리미엄급을 제대로 맛 보겠다는 이른바 '작은 사치' 트렌드가 갈수록 뚜렷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 4만~5만원대 호텔 딸기디저트 2~3주 예약 꽉 차 = 9일 호텔·유통업계에 따르면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JW메리어트 호텔 서울·쉐라톤 그랜드 워커힐·르네상스 서울 등 서울시내 주요 특급호텔들은 '딸기 디저트 뷔페'를 운영하고 있다.

제철 과일 딸기로 만든 수 십가지의 고급 디저트를 한 자리에서 맛 볼 수 있는 이들 상품의 가격은 4만~5만원대(성인기준)로, 메뉴가 디저트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하지만 지금 예약해도 3주 뒤에나 자리가 날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예를 들어 인터컨티넬탈 서울의 '스트로베리 컬렉션(성인 4만5천원)'은 이미 2월 셋째주까지 예약이 100% 모두 찬 상태다.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의 '베리베리 스트로베리(성인 5만8천원)' 뷔페 역시 셋째주까지 주말 예약률이 90%를 웃돌고 있다.

호텔들이 영국 귀족 사교문화를 본 떠 내놓은 '애프터눈 티' 메뉴도 마찬가지다. 고급 수입 차(tea)와 간단한 디저트로 구성된 세트의 가격은 3만~9만원대.

지난해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애프터눈 티(3만7천~5만7천원) 매출은 2013년의 2.5배에 이를만큼 '대박'을 터뜨렸고, 올해 역시 지난해보다 더 손님이 많다.

◇ 초콜릿 두 알에 9천원이라도 줄 서 먹는 백화점 디저트 =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백화점 디저트류 역시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인기다.

지난 5일 신세계 본점에서는 프랑스 고급 수제 초콜릿 '라메종 뒤 쇼콜라'가 문을 열었다. 지름 2cm가량 초콜릿 두 알 값이 9천원일만큼 백화점 입점 디저트류 중에서도 비싼 편이지만, 개장하자마자 매출이 예상의 두 배에 이르며 디저트군 매출 상위 5위권으로 뛰어올랐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품목은 ▲ 트러플(190g·10만3천원) ▲ 프랄린 기프트 박스(16조각·6만3천원) ▲ 스몰제스처 기프트박스(16조각·6만3천원) 등 고가 제품이 대부분이다.

신세계 강남점과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의 일본 디저트 브랜드 '몽슈슈' 매장에서는 대표 메뉴 '도지마롤'을 사려고 손님들이 줄을 선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도지마롤의 가격이 1만1천원(하프)~1만9천500원(롱)으로 일반 직장인의 한끼 식사보다 훨씬 비싸지만 오후 3~4시면 준비된 물량이 동나기 일쑤다. 이 같은 인기에 힙입어 몽슈슈 매장의 월평균 매출은 약 5억원에 이른다.

작년 11월 롯데백화점 대전점에서 문을 연 '성심당 케익부띠끄'는 식품 매장임에도 이례적으로 지하가 아닌 백화점 1층에 자리를 잡았다. 그만큼 단위 면적당 매출이 많다는 뜻이다. 롤에 생크림 채운 '순수롤'(1만2천원), 호두 아몬드 등 견과류 올린 '성심성의 파운드 케익'(1만 6천원) 등이 대표 메뉴다.

밸런타인데이 초콜릿도 고가의 수입·수제 제품만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온라인쇼핑사이트 G마켓(www.gmarket.co.kr)이 최근 1주일(1월27일~2월2일) 동안 초콜릿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고급 초콜릿으로 분류되는 수제·수입이 작년 같은 기간의 3.6배로 크게 늘었다. 특히 벨지안·길리안 등 수입 초콜릿 판매량이 9.4배로 급증했고, 수제도 5.2배로 불었다. 이에 비해 일반 초콜릿의 증가율은 65%에 머물렀다.

◇ 6천~1만2천원 '스페셜티 커피' 판매 2배로 늘어 = 커피 역시 이른바 고급·프리미엄 제품인 '스페셜티 커피'의 수요만 급증하고 있다.

스타벅스가 작년 3월 처음 선보인 스페셜티 커피 전문 매장 '스타벅스 리저브'는 생두 신선도·수분율·향미 등을 기준으로 80점(100점 만점) 이상인 커피를 제공한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커피 가운데 상위 7% 내 프리미엄급만 사용되고, 특수 진공압착 추출기로 커피를 만드는만큼 가격도 6천~1만2천원으로 일반 커피보다 높다.

그러나 비싼 값을 치르고도 최고급 커피를 맛보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스타벅스 서울 소공동점의 리저브 커피는 작년 3월 개장 초기 하루 평균 30여잔이 팔렸지만, 최근에는 판매량이 두 배인 60여잔 이상으로 급증했다.

현재 전국 12개 도시 36개점으로 늘어난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에서는 1개 매장당 하루 평균 50여잔의 리저브 커피가 판매된다. 이는 일반 커피 중 가장 제조방식이 비슷한 핸드드립 '오늘의 커피(3천800원)'의 약 두 배에 이르는 실적이다.

작년 11월 개장한 엔제리너스커피 '스페셜티 세종로점'에서도 전체 매출 가운데 17%를 세 가지 종류의 고급 스페셜티(7천~1만원)가 차지하고 있다. 보통 일반 매장의 아메리카노(3천900원) 매출 비중이 50% 인데 이 스페셜티 지점의 경우 40%대로 떨어졌다. 고급 스페셜티 커피 인기 때문에 값이 거의 절반에 불과한 아메리카노(3천900원) 커피가 그만큼 덜 팔린다는 얘기다.

SPC 그룹이 지난해 9월 광화문 우체국빌딩 1층에 문을 연 스페셜티 커피 매장 '커피앳웍스'의 매출도 달마다 계속 5~10%씩 계속 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흑맥주를 연상시키는 질소 충전 커피 '클라우든 앤 커피'로, 가격은 6천원선.

유통업계는 이 같은 고가·고급 식음료 선호 현상에 ▲ 스스로에 대한 선물(셀프 기프팅) 문화 ▲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주목 욕구 ▲ 소득 양극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취업난과 높은 집값 등으로 저축을 통한 중장기 계획이 여의치 않자, 자신에 대한 '위로', '선물' 차원에서 당장 제대로 된 맛이라도 누리는데 주저하지 않고 지갑을 연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작년말 롯데백화점이 20~60대 방문고객 1천명을 대상으로 "자신을 위해 연말 선물을 따로 준비하겠느냐"고 묻자 95%가 "그렇다"고 답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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