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앞둔 아베 '과거사' 부담…의회연설 주목

국무부 '과거사 치유' 강조…'화려한 방미' 구상에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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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4월 말 미국 워싱턴을 방문할 것으로 보이는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뜻하지 않은 부담거리가 생긴 모양새다. 바로 미국 역사교과서 수정 시도를 둘러싼 논란이다.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술이 잘못됐다며 조직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것이 자칫 외교적 문제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역사학자들이 "역사를 검열하려는 시도"라며 집단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미국 국무부가 '학술의 자유'를 강력히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데 따른 것이다.

아베 총리로서는 양국관계에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한 이번 사안을 어떤 식으로든 정리하고 가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3년 2월 이후 2년여 만에 이뤄지는 이번 방미는 사실 '아베 외교'의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미·일 동맹의 격상과 양국 경제협력의 질적 제고를 통해 '보통국가로서의 일본'을 인정받으려는 외교이벤트로 기획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안보 면에서는 미·일 상호방위지침 개정을 통해 일본의 집단자위권 추진과 역내 군사적 역할 확대를 공식 승인받고, 경제면에서는 미·일 주도의 역내 경제통합을 상징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을 마무리 짓는 계기로 활용하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일본은 아베 총리의 이번 워싱턴 방문이 최대한 '화려한 방미'가 되도록 하는데 외교적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여기에는 2013년 2월 아베 총리의 방미가 그해 5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6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에 비해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았다는 일본 내부의 여론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국 역사교과서 수정압박이 미국 내에서 예기치 못한 역풍을 불러일으키면서 아베 총리가 그리는 방미의 모양새가 나빠질 소지가 있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지적이다.

아베 정권이 미국 맥그로힐 출판사에 압력을 가한 것은 단순히 사실왜곡 시도라는 차원을 넘어 미국이 가장 신성시하는 가치의 하나인 학술의 자유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미국 조야에 간단치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해 2차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아베 총리로부터 진정성 있는 사죄를 이끌어내고 이를 고리로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을 복원하려는 미국으로서는 이번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국무부가 '학술의 자유'를 강조하면서 "과거사 문제를 '치유'와 '화해'를 하는 쪽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힌 것은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아베 총리가 일정한 계기에 호스트 국가인 미국에 이번 사안을 포함해 과거사 문제 전반에 대해 '정리된 입장'을 표명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 있게 대두하고 있다.

특히 아베 총리는 현재 미국과 협의 중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계기에 과거사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이번 방미를 지렛대로 아베 총리가 과거사와 관련해 전향적 입장을 표명하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아베 총리는 지난해 7월 호주 연방의회에서 연설할 때에도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언급을 내놓았다.

다만 미국의 이 같은 과거사 압박이 '실리외교' 앞에서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전반적인 국방예산 삭감 흐름 속에서 일본이 역내에서 더 큰 안보부담을 떠맡기를 희망하고 있는데다 TPP 협상의 경우도 조기 마무리를 위해 일본과 적절히 타협해야 할 입장에 놓여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미국이 과거사 문제를 형식적이고 원론적으로 거론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 정부로서는 미국 역사교과서 수정 압박 논란에 직접 개입할 수는 없지만, 미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일본을 압박하도록 외교적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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