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도정일 "인문학은 취업 후에 해라? 한국기업들 조급해"

대담 : 도정일 교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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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취업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난 뒤에 자기개발을 위한 인문학을 생각해야 된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대학생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 발언인데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인문학과 취업, 과연 선후 관계를 따질 수 있는 문제일까요?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인문학자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대학장으로 대학생들을 만나고 있는 도정일 교수 연결해서 말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도정일 교수/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대학장

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

일단 황우여 부총리가 장관 취임 이후에 공식적으로 대학생들과 가진 첫 대화의 자리라고 하는데, 소통의 자리를 마련한 건 잘했다고 봐야 되겠죠?

▶ 도정일 교수/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대학장

그럼요, 소통해야죠.

▷ 한수진/사회자:

네, 그런데 여기에서 “인문학보다 취업이 우선이다” 이런 요지로 들릴 수 있는 말을 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교수님은 어떻게 들으셨어요?

▶ 도정일 교수/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대학장

지금 그 말씀만 딱 떼어놓고 보면 약간의 오해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데, 장관의 발언 취지는 좀 다른 데 있었을 것이라고 제가 생각합니다. 어떤 문제냐 하면, 지금 노동인력의 수요는 50밖에 안되는데 공급은 100이다, 그러면 어떻게 되느냐, 그 회견 기사에도 보니까 예를 들어서 사범대학 졸업생이 해마다 2만 3천 명이 나오는데 교원 임용은 4천 6백 명밖에 안 된다, 이런 경우에 말하자면 옛날 농업시대 인구 증가가 생산을 오버했을 때 발생하는 위기, ‘맬서스 위기’라고 불렀는데, 지금 이 시대에도 산업과 노동 분야에서 그런 비슷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취지에서, 내가 보기로는 ‘정책적 조정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인문학과 취업 교육이 완전히 별개인 것처럼 생각하는 일반적 오해들이 좀 있습니다. 그런 오해를 약간 좀 부추길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인문학 교육이나 교양 교육 같은 것이 취업 교육과 반대로 가는 것이 아니고 사실은 취업교육의 일부입니다. 그래서 인문학을 한다는 게 마치 취업을 방해하거나 취업교육을 소홀히 하는 것인 것처럼 들리면 그건 좀 곤란하다 느껴지고, 특히 선후관계를 설정을 해서 ‘취업 문제 먼저, 인문학 소양 나중’ 이렇게 문제나 양자 관계를 설정할 것이 아니라, 인문학 소양, 교양 교육을 포함한 인문학 소양 자체가 취업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그런 준비교육이다, 이렇게 접근해야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전체적으로는 정책적 조정 차원에서 이야기를 하신 거지만, 말씀 들어보니까 여러 가지 오해의 소지가 있고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발언 같습니다. 교수님, 그런데 인문학 하는 게 취업에 도움이 된다, 이렇게 분명하게 말씀하실 수 있겠어요?

▶ 도정일 교수/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대학장

아, 그럼요. 지금 우리 사회의 소위 노동시장, 사실은 인문사회 쪽의 직업 분야가 가장 넓고 광범위합니다. 예를 들면 신문 ? 방송 같은 매체 분야라든가 서비스업·콘텐츠산업·교육이 인문사회 쪽 전공자들이 사실은 더 많은 인력시장에서의 수요를 감당하고 있죠. 

근데 지금 문제는 황 장관 발언 요지도 거기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인문학 계열 학과에서 배출되어 나오는 인구가, 졸업생이 너무 많아서 노동 수요를 오버한다, 그런 얘기라고 알아들으면 그럴 수도 있는데. 선후관계를 딱 정해가지고 취업 문제 먼저다, 인문학 소양은 나중이다, 이렇게 설정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고, 제 발언의 요지는 그겁니다.

방향성, 복합성의 시대에서 인문사회학적 소양이 없이는 어떤 직업 분야에 진출해도, 들어갈 수는 있지만, 지속성은 확보하기가 어려울지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문사회학적의 소양 교육이랄까, 대단히 중요한 거죠. 제 얘기의 요점은 그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전공 분야와 상관없이,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는 건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 도정일 교수/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대학장

물론입니다. 지금은 전문 기술이 필요한 직종이 있는데, 거기에는 전문화된 지식을 취업에 대비해서 가다듬고 훈련을 받아야겠죠. 그러나 모든 직종이 그렇게 해서 필수불가결의 능력이 있습니다. ‘사회적 기술’이 그겁니다. 예를 들면 표현하고 소통하는 능력, 사회적 기술이거든요. 사고력 ? 판단력, 사회적 기술입니다. 창조적 상상력,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경청하는 능력, 감정을 관리하는 능력, 이런 것은 모든 직종에 걸쳐서 누구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능력이죠.

그럼 이 사회적 능력은 어디에서 길러지는가? 인문학 교육을 포함한 교양 교육에서 길러집니다. 근데 그러지 않고 이런 걸 소홀히 해버리고 전문화 교육만 하면, 그걸로 곧 사람들이 평생 자기 직업에 필요한 능력들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큰 잘못입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죠.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실제적으로 기업체 담당자들이 그런 얘기도 한다고 해요. “인문학적 소양도 중요한데 인문계 뽑아서 하나부터 열까지 직무 교육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공계 뽑아서 인문학 강의 해주는 게 회사 입장에선 더 경제적이다” 이런 말까지 한다고 하네요?

▶ 도정일 교수/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대학장

기술전문직의 경우는 그렇게 말할 수 있겠죠?

▷ 한수진/사회자:

지금 교수님 말씀은 이공계 전공자가 부족한 거지, 인문계라고 해서 취업에 있어서 특별히 차별을 받는 게 아니다, 크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이런 말씀이세요?

▶ 도정일 교수/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대학장

그리고 인문계 졸업생들을 필요로 하는 직업 분야가 훨씬 넓고 깊습니다. 훨씬 넓죠, 사회적으로.

▷ 한수진/사회자:

체감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대기업이라고 하는, 삼성전자 같은 경우가 신입사원의 85% 이상을 이공계로 뽑고,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아예 신입사원 공채, 이공계만 선발하고 있다고 하잖아요. 근데 구글 같은 해외 기업의 경우에는 신입사원 중에 50% 이상을 인문학 전공자로 채우고 있다네요? 좀 대비가 되는 측면이 있죠?

▶ 도정일 교수/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대학장

네, 기업 경영자들이 인문교육이나 대안교육의 폭넓은 시각, 문제를 담는 쪽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넓게, 여러 각도에서 접근해서 해결책을 찾아내고, 이런 다면적 능력 같은 것을, 그리고 이렇게 저렇게 문제를 종합하거나 해법을 찾아내는 능력, 이런 것들은 말씀드린 것처럼 모든 직종에 필요하고. 구글 같은 업체가 그래서 인문학 분야 사람들을 많이 뽑는다, 이렇게 우리가 이해할 수가 있는데. 우리의 경우에는 당장 써 먹을 수 있는, 당장 뽑아서 써먹을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좀 조급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그것 때문에 인문학 전공자 조금 뽑지 않겠다, 이렇게 정책을 정하는 수가 있지만, 뭐 직업 분야에 따라서 그럴 수도 있겠죠. 

전문기술직이 필요한데, 거기 인문학 전공자를 뽑는다, 이런 건 말이 안 되니까. 그 직종에 따라서 그 직업 분야에서 어떤 능력과 준비가 갖추어진 훈련을 가진 사람이 필요한가. 그게 결국은 인력을 뽑을 때 가장 큰 기준이 된다고 느끼시는데, 말씀드린 것처럼 그 경우에도 인문적 소양이나 인문사회학적 소양 훈련이라고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채용할 때 조금 넓고 다양한 관점, 폭넓은 관점에서 인간을 판단해야지, 당장 이 분야에 필요한 문제해결 능력이 있느냐, 전문지식이 있느냐, 이것만 가지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교수님, 지금 ‘인문학보다 취업이 우선’이라는 황 장관의 발언이 대학 구조조정을 염두에 뒀다 하는 해석도 많거든요. 그래서 지금 ‘이공계 정원을 늘리는 대학에 예산을 대폭 지원하겠다’ 이런 얘기도 황장관이 했는데, 이런 방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 도정일 교수/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대학장

뭐라고 말씀드리기 참 어려운데, 지금 노동 수요보다는 공급이 더 많기 때문에, 넘쳐나기 때문에, 그 공급이 늘어나는 학과들을 통폐합하거나 줄여야 하겠다, 이런 발언 내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렇게 볼 수가 있죠. 그런데 정책 담당자로서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노동시장 크기가 50밖에 안되는데 공급 인구는 100이다, 그럼 이거 어떻게든 조정을 해야 정책적 판단, 조정이 필요하죠. 그건 뭐 누구나 인정할 겁니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구조조정의 경우도 문제 해결을 먼저 대학의 자율적 결정에 맡겨야 할 것이다, 그래서 대학들이 먼저 자율적으로 자기 대학의 학과나 구조조정, 인원조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결정을 내리게 하는 것이 순서일 것 같고. 교육부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다음에 필요할 경우에 정책적 개입이 있을 수는 있겠죠.

그러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게, 이게 마치 정부가 나서서 특정 학문 분야를 좀 축소, 없애버리고 퇴출시키고 특정 학문 분야는, 예를 들어서 산업 분야, 이런 분야는 키우자, 이렇게 정책 방향을 정해놓고 시작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거든요? 그러면 이게 아마 대학이나 학생들이 반발을 많이 할 수 있을 거다. 

▷ 한수진/사회자:

바람직하지 않다?

▶ 도정일 교수/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대학장

그래서 고민입니다. 정책 당국과 대학과 학생들, 그리고 사회가 함께, 지혜롭게 풀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대학을 취업 기관, 또 직업양성소로 인식하는 것부터 문제다, 사실 이런 지적도 많이 나오고 있죠?

▶ 도정일 교수/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대학장

그건 문제입니다. 대학은 취업양성소 이상입니다. 그러나 취업양성소 이상이지만 취업을 소홀히 하는 데는 절대로 아닙니다.

▷ 한수진/사회자:

알겠습니다. 교수님,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문학평론가이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대학장인 도정일 교수와 말씀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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