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토가 남긴 메시지 통해 우리는 그와 만납니다"

IS에 희생당한 고토 겐지 다니던 교회 다카쓰 목사 인터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는 성경 속 예수님 말씀을 실천하고 떠난 사람입니다."

5일 오후, 기자는 과격단체 이슬람국가(IS)의 칼에 희생된 일본인 고토 겐지(後藤健二)씨가 다니던 도쿄 오타(大田)구의 덴엔초후(田園調布) 교회(개신교)를 찾았다. 그곳에서 시목하는 다카쓰 다카시(48·高津俊) 목사는 기자에게 성경 마태복음 25장 40절을 인용하며 고토를 회상했다.

머리 위로 포탄이 날아다니는 분쟁 지역에서 집도 학교도 없이 사는 아이들의 웃음과 눈물을 그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직시했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사람들에게 전한 사람이 고토라고 다카쓰 목사는 말했다.

고토는 1997년 이 교회에서 세례를 받았다. 분쟁지역 취재를 전문으로 하는 프리랜서 언론인으로서 세계 각지를 다니면서도 일본에 있는 동안은 이 교회의 예배에 참석했다.

2001년 당시 덴엔초후 교회의 목사가 '험한 곳을 취재 다닐 때 하나님 말씀을 마음(심장) 가까이에 두고, 혹시 총탄 등이 날아올 때 심장을 지키는 방탄용으로 사용하라'며 고토 씨에게 포켓용 미니 성경책을 선물했고, 고토 씨는 그 후 늘 그 성경을 휴대하고 다녔다고 한다.

그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상냥함'이라고 다카쓰 목사는 전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늘 우호적으로 먼저 다가가 인사하고, 항상 감사를 잊지 않는 사람이었다고 소개했다.

또 다카쓰 목사는 고토가 위험한 분쟁지역 취재를 전문으로 하면서도 현장으로 들어갈지를 결정할 때면 그지없이 신중했다고 전했다.

그런 고토가 작년 10월 생환을 장담할 수 없는 시리아의 IS 지배 지역으로 들어간 것은 그에 앞서 같은 해 8월 IS에 억류된 유카와 하루나(湯川遙菜·1월24일 IS가 살해 발표) 씨를 도울 사람은 자신 밖에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다카쓰 목사는 말했다.

유카와 씨가 IS에 붙들리기 앞서 시리아 반군 세력에 억류됐을 때 그의 석방을 도왔던 고토였기에 유카와의 시리아행을 막지 못한 책임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목사는 추측했다.

고토를 아끼는 이 교회 신도 80여 명이 무사귀환을 위한 기도회를 연 바로 다음날(2월1일) 고토가 살해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신도들의 상심은 말할 수 없이 크다고 다카쓰 목사는 전했다.

본인도 작년 8월, 교회에서 오랜만에 만나 반갑게 인사한 것이 고토와의 마지막 만남이 될 줄은 몰랐다며 애통해 했다.

하지만, 다카쓰 목사는 "고토 씨는 우리 안에 있다"고 말했다. "그의 육신은 이미 이 세상에 없지만 우리는 고토 씨가 전하려 한 메시지를 통해 그와 만난다"며 "마냥 슬퍼하거나 누구를 원망하지 말고, 분쟁지역의 평화를 추구한 고토 씨의 뜻을 계승하는 것이 천국에 있을 그가 가장 기뻐할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는 "이슬람국가(IS)에 가입한 사람들도 무언가 슬픔과 원망을 갖고 그렇게 됐을 것"이라며 "이런 말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겠지만, 원한을 되갚기보다는 분쟁을 끝내기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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