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살리려 IS 간부와 결혼했던 시리아 여성의 사연


"모든 여자애들은 흰색 드레스와 결혼 첫날밤을 꿈꾸지만 난 그 모든 것을 잃었어요"

26살의 시리아 여성 하난은 이슬람 수니파 급진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 구금된 부친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IS 간부와 결혼할 수밖에 없는 시련을 겪었다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이처럼 말했습니다.

하난은 고국인 시리아를 떠나 3주전 터키의 친척집으로 피신한 뒤에도 공포와 정신적 충격 때문에 집 밖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난이란 이름 역시 가명입니다.

하난에 따르면 IS 조직원들이 그녀가 사는 시리아의 동부 도시를 휩쓸고 지나면서 자신들과 맞서 싸울 것으로 의심되는 주민들은 무차별적으로 구금했습니다.

하난의 아버지는 예전 전투에서 숨진 아들이 사용하던 AK-47 소총을 간직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이 사실을 알리는 바람에 IS에 체포돼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엄격히 집행하는 IS 경찰 본부에 구금됐습니다.

부친이 구금되자 하난은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를 찾으러 나섰지만 샤리아 경찰은 남성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고 이동했다는 이유로 이들을 저지하고 괴롭혔습니다.

하난은 아버지가 구금되는 바람에 집에는 여자밖에 없다고 설명하면서 아버지의 석방을 간청했습니다.

하난은 "얼마후 어머니가 돌아와 내가 샤리아 경찰 서장과 결혼하면 그들이 아버지를 석방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아버지의 목숨이 그와의 결혼에 달려 있어 수락해야만 했다"고 말했습니다.

하난은 아버지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결혼한 IS 조직원의 진짜 이름도 모릅니다.

아부 모하메드 알이라키라는 가명의 이 IS 조직원은 하난을 집에 가두고 자신이 보는 앞에서만 자신의 휴대전화를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하난은 자신이 이 남성의 포로이자 하녀겸 성노예였다면서 이 남성이 흡연을 금지하는 샤리아의 엄격한 집행 책임자이면서도 집에는 담배를 감추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남성은 하난을 집에 가둬놓고는 며칠씩 사라지기도 했는데 한달 만에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

이후 하난은 부모의 집으로 보내졌는데 결코 자유의 몸은 아니었습니다.

IS의 현지 지도자가 그녀를 보고 싶어한다는 소식과 함께 2명의 여성이 찾아와 IS가 그녀를 다른 IS 대원과 결혼시키려 한다고 전했습니다.

너무도 가혹한 처사에 하난의 부모는 결국 시리아 정부군이 장악한 지역으로 도망쳤고 하난 역시 안전한 경로를 통해 터키의 친척 집으로 피신했습니다.

미국 CNN방송은 4일(현지식간)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IS 대원과 결혼할 수밖에 없었던 하난의 사연을 보도하면서 시민단체 RBSS(Raqqa is Being Slaughtered Silently)가 IS 대원들과 강제 결혼한 수백 명의 여성 사례를 수집했으며 이중 3분의 1 정도가 18세 이하라고 전했습니다.

하난은 이같은 고초가 자신의 영혼을 파괴하고 존엄성을 박탈했다고 울먹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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