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시장 침체로 어린이 펀드마저 자금 '썰물'


국내 펀드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어린이 펀드에서도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5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어린이 펀드 28개에서 모두 2천525억원이 빠져나간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지난 2일까지 135억원이 이탈했다.

어린이 펀드 시장 규모(설정액)도 1조4천52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경기나 시장 여건이 나빠져도 자녀 학자금 마련 등을 위한 어린이 관련 금융상품은 부모들이 마지막까지 남겨둔다는 통설이 한때 통했지만, 펀드시장의 전반적인 침체 앞에서는 어린이 펀드도 속수무책이었다.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한 해에만 어린이 펀드는 6천억원 넘는 자금을 모았으나 이듬해인 2009년 순유출(543억원)로 전환한 이래로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전체 펀드 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가치주·배당주 펀드에만 돈이 몰리는 현상이 어린이 펀드 시장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작년과 올해 소규모나마 자금을 모은 펀드는 'NH-CA아이사랑적립 1[주식]Class C 1'(순유입 400억원), '한국밸류10년투자어린이 1(주식)'(156억원), '신영주니어경제박사[주식](종류C 1)'(41억원) 등 가치주, 배당주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였다.

어린이 펀드에서 자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어린이 펀드 대부분이 국내 주식형 펀드인 만큼 그동안 증시 부진과 맞물려 수익률이 저조했고 앞으로도 증시 전망이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해외 펀드를 포함한 어린이 펀드의 최근 1년간 평균 수익률은 4.51%, 3년간 수익률은 18.29%로, 국내 일반주식형 펀드 전체 수익률인 0.97%, 19.40%와 큰 차이가 없었다.

또한 어린이 펀드의 취지가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것이므로 10년 이상의 장기 투자가 필요하지만, 수익률 외의 별다른 유인책이 없는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어린이 펀드에는 특별한 세제 혜택이 없고 펀드 운용이나 판매 보수에서 일정 부분을 적립해 가입한 아이들을 위한 경제 교실이나 해외 탐방 등을 진행하는 게 유일한 유인책"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시장 하락으로 단기 수익률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내는 것 같다"며 "펀드시장 역사가 더 길어지고 적립식 장기 투자의 효과가 검증되면 어린이 펀드로도 자금이 다시 모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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