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증세에 '부정적' 재확인…先국민합의론 제기


정부가 '증세없는 복지' 기조를 재확인하면서도 복지 수준에 따른 증세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 간 합의로 공을 넘겼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국회 기획재정위의 연말정산 관련 현안보고에서 복지 수준과 세금 수준에 대한 여야간 합의를 강조했다.

정부가 야당에 이어 여당 지도부까지 '증세없는 복지' 기조에 대해 철회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현재의 정책 기조를 지키되 증세에 대한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은 것이다.

이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전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없는 복지는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정책기조에 직격탄을 날린 뒤 정부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것에서 다소나마 유연해진 태도로 해석된다.

◇최 부총리 '증세없는 복지' 기조 유지…여지는 남겨 최 부총리는 이날 증세에 대해선 여러 차례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그는 "지하경제 양성화나 세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서도 (재원 확보가) 안 되는 경우가 발생하면 국민 공감을 통해 마지막 수단으로 증세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여러 케이스가 있지만 세율을 올린다고 세금이 더 걷힌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가설"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 부총리는 증세 문제에 대해 "증세는 없다"는 지금까지의 강경한 입장에서 반 발짝 정도는 물러선 듯한 모습을 보였다.

최 부총리는 "고복지-고부담, 중복지-중부담, 저복지-저부담 등 복지에 대한 생각이 여당, 야당, 국민 모두 다르다"면서 "국회에서 이런 부분에 대한 컨센서스를 이뤄주면 합의된 복지 수준에 맞는 재원 조달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향후 세출 구조조정과 경제활성화를 통해서도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어렵다면 여야 합의에 따라 증세를 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국민 동의에 따라 증세를 논의할 수 있다"는 여당 지도부와 충돌을 피하면서 원론적인 수준에서 호흡을 함께한 것이다.

전날까지도 김무성 대표의 발언과 복지나 증세를 선택해야 한다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견해에 정부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아 마치 기싸움을 벌이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됐다.

◇ 복지지출 조정 먼저할 듯…조세·복지개혁 공론화 가능성도 최 부총리가 증세에 앞서 복지 수준에 대한 정치권의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함에 따라 '증세 없는 복지' 논란에 대한 해법 모색은 복지 구조조정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세수 부족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을 지키려면 허리띠를 졸라매고 지출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면서 "복지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전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복지 지출의 구조조정을 시행해 지출의 중복과 비효율을 없애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증세는 이 결과를 토대로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없을 때 국민의 뜻을 물어보고 추진해야 할 일"이라며 증세는 최종수단이 돼야 함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지출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됐던 무상보육, 무상급식, 빈곤층 지원책 등이 복지지출 개혁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무상보육 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교육)과 관련해서는 지방재정이 악화돼 올해 예산안 논의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대립하는 양상까지 빚어졌다.

또 무상급식은 저소득 계층에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가지 않고 양극화 해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으며 빈곤층 지원책은 빈곤층이 아닌데도 지원되는 문제점이 노출됐다.

하지만 기존의 복지 정책을 축소하는 것은 증세만큼 쉽지 않다.

전체 복지 수준을 낮추는 것은 큰 반발을 불러올 수 있고 특정 정책을 없애거나 지원을 축소하면 혜택을 받는 계층이 저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복지 정책만 구조조정하면 미봉책에 불과할 수 있고 내년부터 시작될 선거를 앞두고 세목 신설이나 세율 인상 등 증세도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세와 복지에 대한 공론화를 통해 전면적인 개혁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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