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 예금금리 마이너스 상품 속출…돈 갈 곳 없다


시중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은행권에선 1%대 금리 상품이 낯설지 않은데도 돈은 금융권을 맴돌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두 차례나 기준금리를 내려 시중 금리 하락을 유도한 것은 경제 주체들이 돈을 쓰도록 해 경기가 살아나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통화정책을 통해 풀린 돈이 금융권에만 맴돌고 소비나 투자 등 실물 경제의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 '유동성 함정'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시중 금리의 토대가 되는 한은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연 2.0%)로 떨어지면서 은행에는 연 1%대 예금 상품이 속속 등장했습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년 만기 정기예금을 기준으로 씨티은행의 '프리스타일예금'(1.6%), 광주은행의 '그린스타트예금'(1.92%), 산업은행의 'KDBdream 자유자재 정기예금'(1.93%), 농협은행의 '채움정기예금'(1.98%) 등이 1%대 금리를 주고 있습니다.

물가상승률과 세금 등을 고려하면 자산가치가 줄어드는 셈입니다.

예를 들어 금리가 연 1.9%인 은행의 정기예금 상품에 1억 원을 예치했다면 한 해 이자는 190만 원이 됩니다.

여기에 이자소득세(15.4%)와 주민세(1.4%)를 빼면 예금주가 실제로 받는 이자는 158만 원 정도입니다.

결국 실제 이자율은 1.58%로 볼 수 있습니다.

한은이 전망한 올해 물가상승률이 1.9%인 점에 비춰 실질 금리는 마이너스인 셈입니다.

가계와 기업 입장에서는 갈수록 은행에 돈을 맡겨둘 이유가 희박해지는 것입니다.

정기 예·적금과 양도성예금증서 등을 모두 포함한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지난달 연 2.16%로, 이미 기준금리에 바싹 다가서 있습니다.

지난달 새로 취급된 정기예금의 금리대별 가입액 비중을 보면 연 2%대가 81.9%에 달했고 2% 미만은 18.1%였습니다.

제2금융권으로 불리는 비은행 금융기관의 예금 금리도 대부분 2% 초중반입니다.

1년 만기 정기예금을 기준으로 상호금융의 예금 금리는 연 2.37%였고 새마을금고(2.61%), 신용협동조합(2.67%), 상호저축은행(2.76%) 등 순입니다.

지난해 예금금리가 떨어졌는데도 돈은 은행으로 몰렸습니다.

은행권이 기업·가계 등에서 받은 총 예금은 지난해 11월 말 현재 1천75조 원으로 1년 새 66조 원이 불어났습니다.

전체 예금 규모는 2013년 말(1천10조 원)보다 6.5% 늘었습니다.

이는 2013년 1∼11월 증가율인 2.0%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가계(529조 원)가 예금을 5.5% 늘렸습니다.

기업(315조 원)과 기타 경제주체(231조 원)의 예금 증가율은 각각 1.4%, 17.3%였습니다.

은행의 예금 회전율도 하락했습니다.

지난해 11월 회전율은 3.7회로 전월(3.9회)보다 떨어졌습니다.

2013년 12월만 해도 4.1회 수준이었지만 작년 내내 3회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예금 회전율이 하락했다는 것은 기업이나 가계가 투자·소비를 위해 예금 인출을 덜 했다는 뜻입니다.

돈이 시중에서 도는 속도가 그만큼 느려졌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해 금융시장에 쌓인 단기 부동자금도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단기 부동자금의 잣대로 활용되는 머니마켓펀드(MMF)의 잔고 상승률은 가파릅니다.

MMF 설정액은 지난 29일 현재 98조3천억 원으로 100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설정액이 26조 원 가까이 증가했으며, 올해 들어서만 15조9천억 원이 집중적으로 몰렸습니다.

전문가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시중 자금이 부동화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저성장·저금리 시대를 맞아 증시와 부동산 시장 등 어디에서도 예전 같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투자 방향성을 잃은 자금이 증가하는 것은 추세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저금리가 경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은 너무 낙관적인 것"이라며 "지금 시중에 돈은 많은 것 같지만, 이 자금이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인다기보다는 그냥 떠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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