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왕족, 런던도심에 '아방궁' 지으려다 '제동'


런던 웨스트민스터 한복판에 왕궁을 방불케 하는 2억 파운드(약 3천303억원)짜리 보금자리를 꾸미려던 카타르 왕족의 야심 찬 재건축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고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런던의 최고의 고층빌딩 샤드 등 런던의 고가 부동산을 쓸어담는 카타르 오일머니의 투자공세에 자치 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에 따르면 버킹엄궁과 의사당을 관할하는 웨스트민스터 자치시는 최근 런던 도심 리젠트파크 인근의 오래된 맨션 두 채를 허물고 대저택을 지으려던 카타르 왕족의 건축 계획을 불허했다.

카타르 왕족의 일원으로 알려진 부동산 소유주는 버킹엄궁을 지척에 둔 고급주택 단지의 사적건물을 침실 17개와 수영장과 체육관, 극장시설 등을 갖춘 호화 저택으로 개조할 요량이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자치시의 반대로 백지화될 처지에 몰렸다.

웨스터민스터 자치시 건축계획 담당자 매튜 리스는 카타르 부동산 소유주의 이런 계획이 자치단체의 주택난 해결 노력에 역행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그는 건축 신청을 대행한 에이전트에게 보낸 통보서에서 "가용 주택 수를 줄이는 신청인의 건축계획은 웨스터민스터시의 규정에 어긋난다"며 "어떤 협상도 이런 결정을 바꿀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카타르 왕족은 이에 앞서 자치시의 반대를 무마하려고 85만 파운드(약 14억원)를 자치시의 주택보급 사업에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기 했으나 담당 직원의 고집을 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 그룹의 자치의원 폴 다이몰든버그는 이에 대해 "런던 부동산에 몰리는 거부들의 투자 공세는 자치 당국도 당혹스러운 수준"이라며 "우리에게는 카타르 등 다른 나라 왕족을 위한 호화저택이 아닌 중산층 이하 시민을 위한 보금자리 확대가 절실하다"고 개탄했다.

그는 카타르 소유주가 제안한 주택사업 기부금은 런던 도심의 소형 아파트 1~2채 값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웨스터민스터 자치시는 대변인을 통해 "독립된 기존의 주택을 줄이는 건축계획은 일절 허가하지 않고 있다"며 "별도로 런던 도심에 서민주택을 늘리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3년 문제의 맨션을 1억2천만 파운드에 사들인 카타르 왕족 측은 당국의 리모델링 불허 결정에 대응방안을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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