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를 떠나 중동으로 진입하던 시기인 5만 5천 년 전 네안데르탈인과 같은 지역에 살았음을 보여주는 두개골 화석이 이스라엘에서 발견됐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와 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연구진은 29일 '네이처'에서 이스라엘 북부 서(西)갈리리에 있는 마놋(Manot) 동굴에서 발견된 두개골의 부분 화석이 5만5천년 전 현생인류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화석은 정수리 부분 등 두개골 상부만 남아 있는 것으로 해부학적 형태가 현 유럽·아프리카 주민과 비슷하지만, 뒤통수가 많이 돌출된 네안데르탈인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텔아비브대 이스라엘 허시코비츠 박사는 "이 두개골은 인류 진화의 큰 그림에 중요한 퍼즐 조각"이라며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 간 첫 교배가 이 지역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석이 발견된 곳은 아프리카와 중동을 연결하는 유일한 육로와 가까운 이스라엘 북부 서갈리리의 마놋동굴로 이 동굴은 3만 년 동안이나 땅속에 묻혀 있다가 2008년 한 동굴탐험가에 의해 발견됐다.
이전의 유전자 연구에서는 현생인류의 조상이 6만∼4만 년 전 발생지인 아프리카를 떠나 유라시아로 이동하면서 이들 지역에 먼저 살고 있던 네안데르탈인과 공존하며 피를 섞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현재 유라시아 사람들은 소량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한 지역에 공존했음을 보여주는 화석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특히 유럽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현생인류의 화석은 4만 5천 년 전 것이어서 현생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를 벗어난 후의 행적과 네안데르탈인과의 관계 등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네안데르탈인은 35만∼4만년 전 유럽과 아시아에서 번성하다가 호모사피엔스 등장 후 멸종했다.
공동연구자인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브루스 라티머 박사는 "이것은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 같은 시기, 같은 지역에 살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 화석 증거"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