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백남준의 실험정신…신진작가들이 잇는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의 9주기를 맞아 그의 예술정신을 기리는 문화행사가 경기도 용인에 있는 백남준아트센터에서 풍성하게 열린다.

백남준의 기일인 29일 추모식을 열고 같은 날부터 백남준 작품을 전시하는 'TV는 TV다', 그의 실험정신을 잇는 신진작가들의 '랜덤 액세스'전을 시작한다.

6월21일까지 계속될 'TV는 TV다'전은 텔레비전과 영상 등을 활용해 그가 표현하려 한 실험정신을 보여준다.

전시작 중 'TV 첼로'는 크고 작은 모니터를 세로로 조합해 첼로처럼 줄로 이은 작품인데, 백남준아트센터에선 처음으로 일반에 전시된다.

백남준의 평생의 협업자였던 첼리스트 샬럿 무어먼을 염두에 두고 만든 대표작이다.

12대의 모니터로 만든 '달은 가장 오래된 TV', 불상이 TV를 보고 있는 'TV 부처', 옛 진공관 라디오들로 표현한 '슈베르트', 흑백 모니터와 장식용 전구·전기선을 천장에 늘어지게 매단 '비디오 샹들리에 1번' 등도 전시작에 포함된다.

백남준이 표현한 TV의 속성을 실험, 라이브와 재생, 신체, 방송 등 4개로 나눠 작품을 구성했다.

전시 제목 'TV는 TV다'는 백남준이 캐나다 미디어 이론가 마셜 맥루한의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문장을 패러디해 '미디어는 미디어다'라는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에 착안해 지었다.

텔레비전을 주요 매체로 삼은 그의 예술정신을 재조명한다는 뜻이 들어 있다.

이번 9주기 기념행사로는 백남준의 실험정신을 잇는 신진작가들의 기획전 '랜덤 액세스'(Random Access·임의 접속이라는 뜻)가 5월31일까지 함께 열려 의미를 더한다.

기획전 제목은 백남준이 1963년 발표한 작품 제목으로, 당시 오디오 카세트의 테이프를 케이스 밖으로 꺼내 벽에 임의로 붙이고 관객이 금속 헤드를 자유롭게 움직여 소리를 만들어내게 했다.

박승원은 색색의 긴 나무 막대기를 소주 박스 사이에 꽂은 '멜랑콜리아 1악장과 2악장 협주곡'을 선보여 관람객이 자유롭게 이 막대기를 작품에서 빼 가랑이 사이에 끼고 돌아다니고 이 우스꽝스러운 광경을 CCTV를 통해 보이도록 했다.

차미혜는 서울 청계천 주변에서 우연히 방문한 오래된 영화관 등의 풍경을 담은 '바다' 등의 작품으로 공간과 사람의 관계를 나타내려 했다.

양정욱은 나무, 실, 모터, 발광다이오드(LED)로 만든 '노인이 많은 병원, 302호:먹고 있는 사람' 등의 작품을 통해 부실한 치아로 음식을 먹으려 하거나 침침한 눈으로 뭔가를 보려고 하거나 흐릿한 기억을 떠올리려는 행위를 표현했다고 한다.

기획전에는 김시원 윤지원 이수성, 김웅용, 다페르튜토 스튜디오, 서영란, 오민, 이세옥, 최은진 등이 참여한다.

29일에는 또 백남준처럼 새로운 예술 영역의 지평을 열고 혁신적 작업을 선보이는 예술가에게 주는 '국제예술상' 시상식도 열린다.

지난해 11월 선정된 영국 출신 작가 하룬 미르자가 수상한다.

박만우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백남준의 정신이 오래 사는 이 공간에서 그의 실험정신과 신진작가들의 창작 에너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관장은 10주기를 맞는 내년 4월7일에는 백남준이 1987년 전시를 했던 프랑스 파리시립미술관에서 공동 특별기획전이 예정돼 있으며 그의 기일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여러 곳에서 기념행사를 활발히 펼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백남준의 스튜디오가 있었던 미국 뉴욕의 머서 스트리트 이름에 백남준의 이름을 붙이자는 제안이 현지 작가와 한인 등을 위주로 나오는 것으로 안다"고도 덧붙였다.

백남준아트센터 측은 10주기를 앞두고 그의 작품 리스트를 작성하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의견에는 "유족과 함께 해야 할 작업으로, 센터가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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